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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풍당당'백악관 … 최근 80여 년간 대통령 14명 중 6명이 왼손

주요 2개국(G2) 행정수반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모두 왼손잡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올 7월 29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왼손으로 서명하고 있는 모습. 원자바오 총리는 올 5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강 시민공원을 찾아 서울 시민들과 왼손으로 야구 공을 던지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중앙포토·연합뉴스]
원자바오(溫家寶·68) 중국 총리가 올 5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이른 아침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숙소인 신라호텔을 나선 원 총리는 서울 잠원동의 한강시민공원을 찾았다. 조깅으로 몸을 푼 원 총리는 서울 시민들과 배드민턴을 치고 난 뒤 야구를 즐기고 있던 시민에게 다가갔다. 그에게 오른손 글러브가 있는지 물었다. “나는 왼손잡이라 야구를 할 때는 오른손에 끼는 글러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이 오른손 글러브가 없다고 하자 원 총리는 볼을 맨손으로 받은 뒤 투구 폼을 잡으며 상대방에게 던졌다. 흥이 난 원 총리는 “내 공 던지는 폼이 투수 같지 않으냐”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불멸의 왼손잡이들

중국 인터넷 뉴스 사이트 톈진(天津)망에 따르면 원 총리는 글씨는 오른손으로 쓰지만 운동할 때는 왼손이 주가 된다. 왼손잡이로 타고 났지만 오른손으로 글쓰기를 배운 경우로 보인다. 원 총리는 어린 시절부터 왼손잡이 운동선수로서 뛰어난 소질을 보였다. 톈진(天津)시 난카이(南開) 중·고교 재학 시절 학교 농구팀의 최연소 선수이자 왼손잡이 슈터로서 톈진시 대회에서 팀이 수차례 입상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런 점에서 원 총리는 버락 오바마(49) 미국 대통령과 닮은 점이 많다. 오바마 대통령도 원 총리처럼 왼손잡이인 데다 옥시덴털 칼리지 재학 시절 대학 2군 농구팀에서 뛰었을 정도로 농구 실력이 뛰어나다. 농구 외에도 원 총리는 배드민턴과 야구를 즐기고, 오바마는 골프를 즐기는 ‘스포츠광’이라는 점도 닮았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이른바 주요 2개국(G2)을 이끄는 세계 양대 강대국의 행정수반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왼손잡이인 두 사람이 정상회담장에서 만나면 이제 왼손으로 악수하는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야 할 때가 됐다.‘좌풍당당(左風堂堂)’.

지구촌 왼손잡이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정치·경제·문화·스포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미국에서는 1929년 이후 14명의 대통령 중 오바마를 포함해 절반 가까운 6명의 왼손잡이가 백악관에 입성했다.<표참조> 전체 인구에서 왼손잡이 비율이 10% 정도임을 감안한다면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왼손잡이 후보들이 눈부신 선전을 한 셈이다.왼손잡이들의 활약이 특히 돋보이는 분야는 스포츠다. 21세기 들어 세계 인기 스포츠는 왼손잡이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다.

테니스에는 스페인 출신 왼손잡이 라파엘 나달(24)이 선두에 있다. 라달은 지난달 US오픈 정상에 오르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생애 동안 4대 메이저 대회를 우승하는 것)을 달성했다. 세계랭킹 1위인 나달은 이로써 4대 메이저 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를 석권한 일곱 번째 선수가 됐다.

올 2월 미국복싱기자협회로부터 2000년대 최고의 복서에 선정된 필리핀의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32)도 왼손잡이다. 현재 아시아인 최초로 6체급을 석권한 파키아오는 다음 달 공석인 WBC(세계복싱평의회) 주니어미들급 세계 챔피언 자리를 놓고 사상 첫 7체급 석권에 도전한다. 그의 통산전적은 51승(38KO)2무3패. 파키아오는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뽑은 아시아 최고의 스포츠 스타에 오르기도 했다. 올 5월에는 필리핀 하원의원 선거에서 당선돼 정계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프로골프는 현재 세계 랭킹 1위인 타이거 우즈가 주춤거리는 사이 2위인 ‘왼손잡이 골퍼’ 필 미켈슨(40)이 맹추격하고 있다. 세계프로골프투어연맹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남자골프 세계랭킹에 따르면 미켈슨은 평점 0.46점 차이로 우즈를 바싹 뒤쫓고 있다. 미켈슨은 골프는 왼손으로 치지만 사실은 오른손잡이였다. 아버지의 골프 스윙을 바로 앞에서 흉내 내다가 이른바 ‘거울원리(미러 효과)’ 때문에 자연스럽게 왼손잡이 골퍼가 됐다고 한다.

야구는 대놓고 왼손잡이에게 ‘특혜’를 주는 스포츠다. 타자가 타석에서 공을 친 뒤 1루로 뛰어갈 때 오른손 타자들은 왼손 타자보다 최소 2~3걸음을 더 달려야 1루 베이스에 도착할 수 있다.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전설을 만들어가고 있는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36)는 올 시즌까지 10년 연속 시즌 200안타 기록을 달성했다. 2001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치로는 2004년에 262안타를 때려 조지 시슬러가 1920년에 세웠던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257개)도 84년 만에 갈아치웠다.

그가 이처럼 많은 안타를 쳐낼 수 있었던 데는 공을 맞히는 탁월한 능력과 빠른 발 외에 왼손타자라는 이점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유독 내야안타가 많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왼손타자로서 오른손 타자에 비해 2~3m 짧은 1루 베이스까지 거리를 빠른 발로 내달리니 웬만한 타구도 내야안타로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왼손잡이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최근 은퇴한 양준혁은 1993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데뷔한 이후 한국 프로야구 최다 기록을 보유한 전설이 되어 그라운드를 떠났다. 홈런(351)·안타(2318)·루타(3879)·타점(1389)·득점(1299)·사사구(1380) 최다기록이 모두 그가 세운 것들이다.

좌완투수들도 오른손투수에 비해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다. '호모레프트, 왼손잡이가 세상을 바꾼다'의 저자인 데이비드 올먼은 “왼손투수들은 상대타자가 오른손 투수를 상대할 때보다 낯설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왼손잡이가 전체 인구의 10%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그들과 맞설 기회가 그만큼 적어 상대하기가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의 좌완 에이스들은 특히 숙적 일본과 경기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였다. 올해 은퇴한 구대성(전 한화 이글스)이 극일의 선봉장이었고 김광현(SK 와이번스), 봉중근(LG 트윈스)이 그 계보를 잇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29연속경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미국 메이저리그 기록을 뛰어넘은 류현진(한화 이글스)도 좌완이다.

재계에서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로부터 17년 연속 미국 최고의 부자에 선정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 빌 게이츠가 왼손잡이다. 게이츠의 재산은 540억 달러(약 62조원)로 평가된다. 포브스는 게이츠가 미국에서 가장 부자일 뿐만 아니라 지구상에서 가장 후한 기부자라고 평가했다. 부인과 함께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란 자선단체를 운영하면서 게이츠가 지금까지 기부한 돈은 280억 달러에 달한다.

문화계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루트비히 반 베토벤, 피카소, 폴 매카트니,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가 왼손잡이다. 이밖에 유럽을 뒤흔들며 프랑스 혁명의 가치를 전파한 나폴레옹, 위대한 정복자 알렉산더 대왕, 물리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 독일의 대문호 괴테도 왼손잡이다.

평범한 왼손잡이들도 이제 당당하게 제목소리를 내고 있다.
매년 8월 13일을 ‘세계 왼손잡이의 날’로 정해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권익 옹호에 나섰다. 1976년 처음 만들어진 세계 왼손잡이의 날은 해를 거듭할수록 행사 개최국이 늘어나고 행사 규모 또한 커지고 있다.

같은 취미를 갖고 있는 왼손잡이끼리 권익 찾기에 나서는 모습도 눈에 띈다. 왼손잡이 골퍼들의 공간인 레프티골프클럽은 왼손잡이 골퍼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왼손잡이 골퍼를 대하는 사회의 시각을 바꾸기 위해 커뮤니티 활동을 활성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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