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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능력 한데 모으는 게 핵심, 비판에 끌려다니면 중심 잃기 쉬워”

파리국립오페라 발레단과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극장의 ‘총지휘자’ 브리지트 르페브르(Brigitte Le<00E9>vre)를 만났다. 1994년 취임한 이래 지금까지 16년 동안 이 거대한 예술공동체를 무리 없이 이끌어오고 있다. 1875년 개관한 가르니에극장은 예술가 300명을 포함해 모두 1600여 명이 소속된 오페라발레단 전용극장이다. 파리 오페라발레단 솔리스트 출신이라 카리스마가 대단할 줄 알았는데, 막상 마주하고 보니 소탈한 인상이었다. 하지만 그가 발레단 감독으로 취임한 이후 한 번도 잡음이 일어나지 않았다. 거대한 예술단체를 매끄럽게 운영해온 비결이 궁금했다.

파리오페라발레단 예술감독 브리지트 르페브르

-파리 오페라발레단만의 스타일이라면.
“파리 오페라발레단은 여타 발레단과 달리 특별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파리 오페라 발레학교에 그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무용수들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만 8살께부터) 발레학교에 들어오게 됩니다. 지도 선생님들 역시 같은 교육과정을 거쳐 발레단에서 활동한 대선배들이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철저한 전통이 계승됩니다. 파리 오페라발레단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명문 발레단 중 하나지만 전통의 틀 속에만 갇혀 있지 않습니다. 클래식 발레뿐만 아니라 모던 발레, 댄스까지 다양하고 폭넓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모스크바 볼쇼이발레단의 열정적인 무대와 뉴욕 시티발레단의 재지(jazzy)한 느낌과 비교하자면, 파리 오페라발레단은 절제되고 시적인, 그리고 프랑스적인 무대를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외부 안무가를 자주 초청하는데, 그것이 발레단의 오랜 역사나 정체성을 훼손하지는 않는지.
“파리 오페라발레단의 매력 중 하나가 다양한 안무가를 초청해 무용이라는 장르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관객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안무가를 초청해 함께 위대한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팔고 있습니다. ‘가구야히메’가 좋은 예가 되겠네요. 일본 동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우리가 초청한 지리 길리안이 안무한 것인데 유럽 관객들이 열광하고 있습니다.”

-작품은 얼마나 올리나요.
“매년 5~6편의 신작을 올립니다. 여기에 단원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어 출연합니다. 1년에 24회 내외의 공연이 있으니까 무용수들은 매년 평균 7~8편의 작품에 출연합니다.”

-좋은 발레리나의 자질은 무엇입니까.
“발레의 특성상 신체적 조건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클래식 발레의 장르적 특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완벽한 테크닉도 중요합니다. 좋은 체력 역시 무시할 수 없죠. 또 하나 더하자면 섬세한 감성입니다. 무용수에게 감성은 아주 중요한 자질입니다. 어떤 역할이든 탁월하게 해석하고 소화해내는 섬세한 감성과 표현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모든 것을 바탕으로 움직임을 통해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또 역할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좋겠죠. 한 무용수의 존재감은 이 모든 능력의 조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이 재능이 천부적인지, 그것은 제가 설명할 수 없네요. 저로서도 신비스러울 뿐이니까요.(웃음)”

-한국의 발레리노 김용걸씨가 파리 오페라발레단 단원이었는데요. 함께했던 추억이 있습니까.
“처음 김용걸씨를 만났을 때가 기억납니다. 파리 오페라발레단에 입단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시험이 있습니다. 하나는 오페라 발레학교 출신들을 위한 시험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극히 드문 경우지만 외부 무용수들을 뽑기 위한 시험입니다. 김용걸씨는 후자의 시험을 치르고 우리 발레단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무엇보다 저는 그의 진지함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눈빛부터 달랐죠. 프랑스에서 외국인으로서 생활하면서, 여러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늘 중심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계속해서 동작을 고치고 또 고치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오면 파리 오페라발레단 생활을 통해 얻은 많은 것을 다시 한국에서 보여줄 수 있기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정중하고 예의 바른 친구였습니다. 한국 교육의 장점인 것 같아요(웃음).”

-성공적인 발레단 감독으로서 비결이 있다면.
“발레단 감독직은 내부와 외부의 비판 모두에 쉽게 노출됩니다.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 보면 중심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판의 목소리에 의연해지고 대담해지려고 노력합니다. 소신을 가지고 밀고 나가죠. 또 발레단 가족들의 모든 역할을 존중하려고 노력합니다. 교수진, 오케스트라 단원들, 의상실에서 일하는 분들, 조명기사들, 행정업무를 보는 분들 등 각각의 고유한 역할을 존중하려 합니다. 흩어진 다양한 능력을 한 곳으로 모아 집중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 역시 발레단 감독으로서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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