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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의 경제세상] 독립형 강소기업 육성이 답이다

“삼돌아, 삼돌아.” 상전이 부르는 소릴 들었지만 삼돌이는 대꾸하지 않았다. 좋은 일이 없을 것 같아 내처 낮잠을 즐겼다. 그러다 찾아나선 주인에게 혼쭐이 났다. 왜 못들은 척 했느냐는 질책에 삼돌이는 “‘삼돌아, 삼돌아’ 하시기에 육돌이를 찾는 줄 알고…”라고 변명했다. 삼돌이를 두 번 불렀기에 합(合)이 육돌이지 않느냐는 대꾸였다.

며칠 전 발표된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 대책을 보면서 이 일화가 떠올랐다. 주인인 국민은 삼돌이를 부르는데, 머슴인 정부는 육돌이 타령만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정책이 이럴 순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건 결코 아니다. 대기업의 행태를 접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대통령의 심정이 될 게 분명하다.

중소기업인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대기업에 대한 분노가 절로 솟구친다. 대량으로 생산해 달라기에 큰돈 들여 시설을 늘렸더니 주문을 끊더라, 납품을 하려면 대기업에 기술 특허권을 넘겨야 한다, 연초에 납품단가를 확정했는데 5월에 또 두 번씩이나 단가를 인하하더라 등등. 대기업은 세상에 둘도 없는 악한이란 생각마저 들 정도다. 대통령도 이런 심정이었을 게다. 대기업더러 1조원을 내놓으라 하고, 대기업이 진출해선 안 되는 업종을 지정하고, 단가 조정 신청을 중기(中企)조합이 할 수 있도록 하고,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 거래 감시를 강화하는 대책 등은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자. 이 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이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인지. 경제학은 ‘행위는 구조에 좌우되고, 성과는 행위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구조-행위-성과’론이다. 대·중소기업의 이익률 성과가 그렇게 차이 나는 건 대기업의 부당행위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부당행위를 근절하려면 구조를 바꿔야 한다. 대·중소기업의 구조, 즉 하도급 구조를 바꾸는 데 전력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은 중기가 대기업의 납품에 목을 매달고 있는 구조다. 이른바 고착효과(lock-in effect)다. 부부 관계가 그러하다. 결혼하니 연애시절과 달라졌다는 부부가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결혼하면 이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조금 소홀히 대하기 쉽다. 그나마 부부는 쌍방 고착돼 있지만, 기업은 중기가 대기업에 일방적으로 고착돼 있는 구조다. 대기업이 횡포를 부리는 건 그래서다. 한국의 대기업이 특별히 악한이라서가 아니란 얘기다. 대기업 자리에 1차나 2차 하청업체를 바꿔 끼워도 마찬가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뿐 아니라 1차와 2차, 2차와 3차 하청업체 등 중기 간에도 부당행위가 빈발하는 이유다.

개인 간 거래도 그렇지 않은가. 물건 사는 사람이야 안 사도 되지만 파는 사람은 반드시 팔아야 할 사연이 있다면 그 거래는 불공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이 대기업 납품에만 목매지 않는 구조로 바꾸는 게 정답이다. 행위와 성과에만 집착하고 구조 개혁엔 손도 못 댄 이번 정책이 문제라고 보는 까닭이다. 이런 정책은 아무리 많아도 동반성장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해답은? 독자적인 마케팅 능력과 기술력을 갖춘, 그래서 전 세계를 수요처로 하는 독립형 강소기업으로 키워야 한다. 그게 근본 해결책이다.

대기업에 고착된 중소기업이 많을수록 상황은 더 악화된다. 사려는 대기업은 하나인데, 팔려는 중소기업이 여럿이라면 거래는 더욱 불공정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한국보다 6~7배 많지만 제조업체 수는 1.6배에 불과하다. 독일의 GDP는 3~4배지만 제조업체 수는 우리보다 훨씬 적다. 중소기업끼리 덤핑 경쟁을 벌이고, 대기업 좋은 일만 시키는 건 그래서다. 그렇다면? 중소기업 지원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가능성 있는 중기만 선택적으로 집중 지원해야 한다. ‘좀비 중기’를 연명시켜선 안 된다. 퇴출과 인수합병도 도와줘야 할 일이다.

동반성장은 모든 국민이 원하는 바다. 우리 경제의 문제점을 일거에 해결할 비책이기도 하다. 그러려면 정부가 육돌이 타령만 해대선 안 된다. 계속 그러다간 상전에게 진짜로 혼쭐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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