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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부터 예고편 공세, 일본인의 하루키 사랑

아직 개봉이 두 달도 넘게 남았는데, 많은 일본인이 하루하루 날짜를 세며 기다리는 영화가 있다. 바로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을 영화로 옮긴 ‘노르웨이의 숲(사진)’이다. 1990년대에 20대의 언저리를 지났던 많은 이들이, 소설 ‘노르웨이의 숲’(국내판 제목은 ‘상실의 시대’였지만)에 대해 A4 3매 이상은 떠들 수 있을 터. 이웃 나라가 이러한데 일본은 오죽하랴. ‘노르웨이의 숲’은 87년 첫 발간돼 현재까지 일본에서만 450만 부 이상 팔린 장기 베스트셀러다. 2008년 영화화 소식이 전해졌을 땐 온 나라가 들썩였다. 2년여간 제작된 영화는 드디어 12월 11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이미 일본에선 개봉이 반년 이상 남은 지난봄 예고편이 줄기차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9월 초 열린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노르웨이의 숲’이 진출하면서, 관심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영희의 코소코소 일본문화: 12월 개봉 앞둔 하루키 원작 영화 ‘노르웨이의 숲’

호들갑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작 ‘1Q84’ 시리즈를 일본 내에서 300만 권 이상 팔아 치운 거물 작가에,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도 꼽히는 무라카미 하루키지만, 신기하게도 그의 작품들 중 영화화가 된 것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80)’와 ‘토니 타키타니(2004)’ 딱 두 편뿐이다. 가장 큰 이유는 작가 자신이 영화화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란다. 왕가위 감독이 일찍이 ‘노르웨이의 숲’에 눈독을 들였으나 하루키의 허락을 얻지 못해 직접 시나리오를 써 ‘중경삼림’을 만들었다는 후문도 있다. 이번 영화는 ‘시클로’로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베트남 출신의 트란 안 홍 감독이 연출했는데, 그 역시 하루키를 설득하는 데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한다.

주인공 와타나베 역할은 영화 ‘데스노트’에 ‘L’로 출연했던 연기파 배우 마쓰야마 겐이치가 맡았다. 여주인공들은 아직 크게 알려지지 않은 신인급이다. 하지만 누가 출연하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출연배우와는 상관없이 ‘하루키’라는 이름에 보내는 일본인들의 기대와 신뢰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하루키가 2006년에 체코의 ‘프란츠 카프카상’을, 2009년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상’을 수상한 후로 ‘이제 노벨상 수상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가 점점 커지면서 ‘하루키 밀어주기’는 한결 거세지는 양상이다.

지난 4월, 하루키의 ‘1Q84’ 3권이 처음 출간된 날의 풍경이 좋은 예다. 책이 나오기 몇 주 전부터 “두둥, 이제 곧 하루키의 책이 출간됩니다”라는 뉴스가 계속됐다. 책이 출간된 날은 오전 6~7시에 각 서점 앞에 특별 가판대가 세워지더니, 점원들이 “오늘 하루키의 신간이 나왔습니다”라고 외쳐댔다. 초판을 70만 부나 찍었다는 데도, 발매 전날 밤부터 많은 사람이 서점 앞에 줄을 서 밤을 새웠다. 다른 얘기지만 일본인들의 ‘줄서기 문화’는 특별한데, 본인들도 이상하다고 느끼는지 최근 한 교양프로에서 “일본인은 왜 줄 설 필요가 없는 곳에서도 줄을 서는가”라는 테마로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소설 ‘노르웨이의 숲’ 첫머리에는 독일로 출장을 간 중년의 와타나베가 착륙하는 비행기 안에서 클래식으로 편곡된 비틀스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을 들으며 회상에 빠지는 장면이 나온다. 이번 영화에는 그간 라디오 이외의 매체에서는 사용된 적이 없는 비틀스의 원곡이 배경음악으로 삽입될 예정이라 한다. 이를 위해 비틀스의 애비로드 스튜디오와 1년이 넘는 교섭과정을 거쳤다 하니, ‘줄서기의 달인’들이 끈기를 발휘해 거둔 또 하나의 쾌거가 아닐 수 없겠다.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 현재 도쿄 게이오 대학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고 있다. 아이돌과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을 학업으로 승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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