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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발상을 바꿔라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는 4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잔뜩 움츠러들었던 해외여행 수요가 경기회복과 함께 폭발적으로 되살아났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07년 1332만 명으로 사상 최대였던 해외 관광객 수는 지난해 949만 명까지 줄었다. 하지만 올 들어 8월까지 해외 관광객은 839만 명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국민 네 명 중 한 명꼴로 해외 관광을 다녀오는 셈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매년 꾸준히 늘어 지난해 782만 명에 달했다.

해외로 떠나는 한국 관광객의 발길을 국내에 붙잡아 두고,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을 다시 찾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는 관광자원이 부족하거나 개발할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전국에 분포한 국립공원만 해도 20곳을 헤아린다. 해마다 10월이면 설악산ㆍ지리산 등을 곱게 물들이는 단풍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볼거리다. 여기에 굳이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어 대규모 위락시설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 발상을 전환해 규제만 조금 풀어줘도 많은 사람이 지금보다 훨씬 편하게 관광을 즐길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국립공원에 속한 면적의 25%가 개인에게 재산권이 있는 사유지다. 사유지 중 약 30%에 대해선 땅 주인에게 개발권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는 국립공원에서 사유지 비중이 40%나 된다. 이 중 사찰이 소유한 부분(8%)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개인이 소유한 토지는 32%에 달한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의 토지에서 땅 주인이 마음대로 풀 한 포기 뽑을 수 없을 정도로 이용 및 개발이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예를 들어 북한산 국립공원에선 지난 수십 년 동안 단 한 건도 청소년수련시설 허가가 나지 않았다. 원래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땅 주인이나 개인 사업자도 국립공원이나 그린벨트 안에서 청소년수련원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관련 법률을 고치면서 허가 대상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한정했다. 청소년수련원처럼 공익성이 강한 시설조차 개인에게는 개발권을 원천 봉쇄한 것이다.

현재 국립공원은 자연공원법을 비롯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산림보호법 등에 의해 겹겹이 규제의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관할 행정부처도 산지는 산림청, 그린벨트는 국토해양부, 국립공원은 환경부로 나눠져 있다. 그러다 보니 같은 땅을 놓고도 부처별로 정책 방향과 관심사가 다르다. 이는 예산과 인력 낭비일 뿐 아니라 부처 간 무관심과 갈등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국립공원 내 사유지 문제를 놓고 최근 환경부와 산림청이 갈등을 빚고 있다. 환경부는 보전가치가 낮은 일부 사유지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하는 대신 국ㆍ공유림을 편입하자는 안을 내놨으나 산림청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

온 국민의 건강과 여가활동이란 공익을 위해 국립공원 지정이 필요하더라도 사유지의 국립공원 편입은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불가피하게 편입한 사유지라면 땅 주인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이 예산 문제 등으로 어렵다면 최소한 자율적 이용권은 보장해 줘야 한다. 또 관할 부처를 단일화하고, 보전가치가 낮은 곳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공원 해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땅 주인이 자연보전에 필요한 기준을 지키는 범위에서 훌륭한 관광시설을 개발한다면 모두가 이익을 얻는 ‘윈윈(win-win)’이 될 수 있다. 우리의 국립공원이 가까운 장래에 세계인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홍성목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토요신문 발행인을 지냈다. ㈜세보 회장으로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국제전략연구소 이사장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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