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조물주의 오묘함 담긴 보물창고, 노아의 방주 보는 듯

1 여명에 모습을 드러낸 응고롱고로 화산분화구 풍경.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다.
분화구 감싼 ‘에덴동산’
케냐 마사이마라 공원에서 세렝게티를 걸쳐 응고롱고로로 향했다. 세렝게티 공원을 빠져나온 4륜 구동 랜드로버가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비포장과 포장도로, 다시 비포장도로를 달리기를 반나절. 웅장한 등선에 옹기종기 매달린 마을이 시선에 잡혔다.

사진작가 이형준의 유네스코 지정 세계 복합유산을 찾아서 <7>탄자니아 응고롱고로 보호구역

마사이족이 거주하는 마을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다른 세상이 있었다. 레스토랑과 야외수영장, 거대한 분화구를 감상하기에 그만인 전망테라스, 넓은 객실까지. 보호구역 내 최고라는 응고롱고로 크레이터로지는 이곳이 진정 아프리카인지 의구심을 품게 해주었다.

큰 기대 탓일까. 일정이 시작되려면 아직 3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새벽 5시, 더 이상 침대에 누워있을 수 없었다. 손전등과 사진기를 들고 방을 나섰다.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발견했다. 엄습하는 공포감에 객실로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굿모닝”이란 소리가 귓등을 넘어왔다. 야생동물로부터 손님을 보호하기 위해 경계근무 중인 마사이 청년이었다. 그의 도움을 받아 전망대로 갔다. 이른 새벽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은 폭풍전야를 연상시켰다. 희미하게 드러낸 분화구와 실루엣 봉우리들은 신비감보다 긴장이 감지되었다. 태양의 위치에 따라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지상 최대 분화구는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켰다. 그리고 분화구를 감싸고 있는 산들은 에덴동산처럼 보였다.

2 더위를 식히기 위해 응고이토키토 물웅덩이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하마. 3 응고롱고로에서 가장 큰 마카투 호수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플라밍고 떼. 4 보호구역을 가로질러 달려온 얼룩말들이 호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5 불과 1~2m 거리에서 맹수를 관찰할 수 있는 장소는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이 유일하다. 6 게임 드라이브용 지프차가 이동하는 도로 위를 걷고 있는 개코원숭이.7 마사이족들이 신성시하는 동물과 산을 소재로 만든 날염 작품.
지상 최대 야외동물원 응고롱고로
동서 19.3㎞, 남북 16㎞에 달하는 분화구에서는 매일 먹이사슬의 법칙에 의해 동물들이 사라지고 새 생명이 탄생한다. 보호구역에 서식하는 동물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유네스코는 조류를 제외한 야생동물을 대략 2만5000 마리로 추정하고 있다.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에는 사자와 표범을 비롯해 코뿔소, 하마, 코끼리, 기린, 물소, 누, 얼룩말, 그랜드가젤, 얼룩하이에나, 자칼, 원숭이, 파충류 등이 서식한다.
8100㎢에 달하는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은 세렝게티와 셀루스 동물보호구역에 비해 작고 서식하는 동물도 훨씬 적다. 하나 어떤 공원이나 보호구역보다 야생동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니는 야생동물의 특성상 세렝게티와 셀루스 동물보호구역에서는 동물을 접할 수 있는 기간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다.

반면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에서는 어느 때나 동물을 만날 수 있다. 이유인즉 약 400~700m에 달하는 높은 분화구 벽과 해발 3000m가 넘는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은 동물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 자체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풍부한 강수량 역시 동물들이 보호구역 안에 머물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은 인류가 보유한 가장 큰 야외동물원인 셈이다.

8 마사이족 전사들이 노래를 부르며 방문객을 환영하고 있다.
생명을 담보로 펼치는 ‘게임 드라이브’
응고롱고로에서는 사파리 투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현지인들은 생존을 위해 몸을 숨기려는 동물과 그들을 찾으려는 방문객 사이에 쫓고 쫓기는 광경이 마치 게임 같다고 해서 ‘게임 드라이브’라고 칭한다. 게임 드라이브는 아침부터 일몰까지만 허용된다. 이런 규칙은 관광객과 동물을 동시에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

처음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을 찾았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에 한기가 느껴진다. 나는 여러 차례 게임 드라이브를 다녀왔던 안성웅씨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오전 게임 드라이브를 즐긴 후 미리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마친 후 프랑스에서 온 다섯 명과 함께 자유시간을 즐길 기회가 있었다. 일행은 안내자와 레인저의 허락을 받고 300m쯤 떨어진 나지막한 바위 위에 올랐다. 사방이 훤히 트인 분화구를 감상하는 도중 갑자기 총성이 올렸다. 이어 10여 초 사이 20여 발의 총성이 계속되었다. 다 함께 바위에 엎드려 기다리기를 1~2분 남짓. 잠시 후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려던 우리는 사자의 점심이 될 뻔했다는 설명에 오금이 저렸다.

태양이 드넓은 분화구를 비추기 시작하면 목숨을 담보로 생존 게임이 펼쳐진다. 백수의 제왕으로 불리는 사자 같은 육식동물들은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초식동물들은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한순간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아프리카 동물보호구역을 둘러본 방문객 중 십중팔구는 맹수가 사냥하는 광경을 목격하지 못한다. 동물들의 활동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이다. 하지만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에서 3~4일쯤 머문다면 생명을 담보로 펼치는 박진감 넘치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코앞에서 맹수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에서는 코앞에서 맹수를 볼 수 있다. 야생동물에게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관람객이 자신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기 때문. 간혹 인간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는 동물도 있다. 하나 사자와 코끼리, 솔개, 개코원숭이 등은 사람들을 두려움의 대상에서 제외한 지 오래다. 어쩌면 공생한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사자는 아예 차량 옆으로 다가와 사람을 관찰하듯 두리번거리다 가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든 맹수와 야생동물을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마의 경우 응고이토키토 물웅덩이 지역에 가야 하고, 코끼리는 충분한 거리를 두고 관찰해야 하며, 코뿔소는 몇 시간을 찾아다녀야 서너 마리를 만날 수 있다. 표범은 종일 게임 드라이브에 참가해도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조류다. 독수리와 솔개는 관광객이 모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식사시간을 기다린다. 조류들이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관람객이 남긴 음식을 처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관람객들이 준비해 온 음식을 먹으려는 순간 나타나 빠른 속도로 낚아채 공중으로 달아나 버린다. 혹자들이 야외동물원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다.

전통과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는 마사이족
응고롱고로 지역에는 토착민 마을이 여러 곳 있다. 마사이족은 지금도 옛것을 고집스럽게 지키며 살아간다. 전투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전사들은 들판에 나가 소를 방목하고 때론 야생동물 사냥을 나가기도 한다. 의식주의 변화도 미미하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방식으로 동물 배설물을 이용하며 난방과 음식을 조리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그뿐인가. 동물 피와 우유를 짜서 즉석에서 마신다. 일부 마을에서는 이미 문명의 부산물을 이용하고 있지만.

화산이 만들어낸 거대한 봉우리와 각종 식물로 빽빽이 채워진 보호구역은 인류의 조상이 살았던 세상에서 가장 오랜된 주거지였다. 보호구역 외곽에 해당되는 올두바이 계곡에서는 300만~360만 년 전 직립보행을 했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인과 인류의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보이세’와 ‘호모 하빌리스’의 뼈가 다수 발견되었다. 보호구역에서 발견된 유골은 고고학적인 가치도 매우 높다. 유네스코에서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을 새로운 복합유산으로 등재한 것도 그 중요성을 인정한 결과다.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은 흥미로운 곳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거대한 분화구와 그곳을 터전으로 공존하는 다양한 동물, 수천 년 동안 자신들의 전통과 풍습을 이어가는 마사이족 마을까지. 이곳에 서면 진정한 공생이 어떤 것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 다음 호에는 신과 인간이 함께 만든 터키의 카파도키아를 찾아갑니다.


여행 메모
가는 길-인천에서 탄자니아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으로 가려면 탄자니아보다 케냐로 입국해 육로로 이동하는 것이 편리하다. 인천 → 방콕 → 나이로비까지 19~22시간이 걸린다. 나이로비에서 육로를 통해 응고롱고로 보호구역까지는 6~7시간이 소요된다. 탄자니아 비자는 공항과 육로 국경에서 받을 수 있다. 비용 50 달러. 보호구역으로 입장하려면 일몰 전까지 도착해야 하며 게임 드라이브는 전문 안내자가 동승한 지정된 차량만 가능하다.



사진작가이자 여행작가.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한 뒤 20여 년 동안 130여 개 나라, 1500여 곳의 도시와 유적지를 다니며 문화와 자연을 찍고 있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