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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 많고 책임 덜 지는 금융회사 감사제도, 확 바꿔야

우리나라 금융회사, 특히 은행의 감사제도는 파행 그 자체다. 1999년 말 사외이사 중심의 감사위원회 제도를 마련했지만, 기존의 상근감사 체제를 함께 인정하면서 혼선이 생겼기 때문이다. 상근감사(standing auditor)야 해외에도 있는 직책이지만 우리의 운영방식과 판이하다. 선진 금융회사의 상근감사는 실무형이다. 이사회 산하의 감사위원회가 원활하게 작동될 수 있도록 이를 보좌하고 필요한 경우 대신해 활동한다. 그래서 직위도 차장이나 부장 정도밖에 안 된다. 국내은행의 상근감사는 은행장 다음 가는 서열 2위다. 실세냐 허세냐를 떠나 연봉이나 의전 등 형식상의 예우는 제대로 된 2인자다.

김우진의 캐나다 통신

매년 천문학적 수입을 올리고 있는 은행에서 그깟 감사 연봉이 무슨 대수이겠는가. 게다가 감사는 감독당국과의 갈등을 해결할 최적임자인데 말이다. 문제는 최고의 도덕성을 견지해야 할 금융회사에서 비상사태를 대비한 히든카드로 로비스트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연봉 수준만 해도 논리적 근거가 희박하다. 은행장의 연봉이 높은 이유는 부하직원들에게 나도 열심히 일하면 저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의 포인트를 주기 위함이다.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감사를 보면서 같은 생각이 들 리 만무하다.

은행법과 은행 내규에 명시된 역할과 책임을 감안할 때 감사의 직무수행에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도 경영진 견제 기능이 원칙에 입각해 수행되지 못하고 온정주의로 흐른다. 인간관계상 마찰을 피하기 위해 그렇다고 말하지만, 경영진을 보호해 줌으로써 연임이나 영전의 기회를 엿보는 건 아닐까 오해 사기 십상이다. 한편 감사가 일상적인 업무 감사나 적발 중심의 검사에 대부분의 시간을 투여하고 있다. 이른바 예방적 통제(preventive control) 기능과 같은 선진금융회사 수준의 감사 업무는 꿈도 못 꾼다.

반면에 금융사고 발생 시 감사에게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경영진의 위법부당 행위나 회사의 경영 부실에 대해 감사가 받는 제재 강도는 집행임원에 비해 약한 실정이다.

1997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장은 마음먹기에 따라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견제할 내부통제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감사제도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이사회가 경영진을 통할(govern)할 수 있어야 한다. 거수기(rubber stamp)가 아닌 책임질 줄 아는 이사회 말이다. 혹자는 리먼·AIG 등 일부 금융회사의 파산을 목격하면서 영미식 지배구조의 허상을 지적한다. 그러나 부분이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 대부분의 외국 금융회사는 감사위원회 중심의 비상근 감사제도가 잘 정착되어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CEO의 책임(accountability)이 확대되었다. CEO는 내부통제의 실질적 책임을 지기 때문에 내부통제 시스템의 질(質)을 향상시키려고 부단하게 노력한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감독당국의 눈치 보지 않고 자신만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SC제일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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