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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망주 대부분 C급 계약, 연봉은 최고 6200만원

“마음 단단히 먹고 와야 합니다. 어설픈 자신감으로 도전할 만한 곳은 확실히 아니에요.”

일본서 뛰는 서용덕이 말하는 J-리그 진출의 허와 실

9월 초 일본 도쿄에 있는 일본프로축구리그(J-리그) 소속 FC 도쿄의 훈련장에서 만난 축구 선수 서용덕(21)이 말했다. 서용덕은 지난해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청소년 월드컵 팀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8강 진출에 기여했다.

오미야 아르디자에서 뛰던 그는 지난여름 팀이 이천수(29)를 영입하자 FC 도쿄로 이적했다. FC 도쿄에서도 허벅지 근육 부상 등으로 주전이 되지 못했다. 서용덕은 지난달 17일 발표된 아시안게임 팀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구자철(21·제주), 윤석영(20·전남) 등 U-20 월드컵 멤버가 대부분 발탁된 것과 비교됐다.

20세 이하 대표팀 주전이었던 서용덕은 지금 J-리그 FC 도쿄에서 뛰고 있다.
서용덕은 “후배들에게서 J-리그에 대해 묻는 전화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일본은 절대 녹록하지 않은 곳이다”는 충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소속 대학엔 일본 구단서 지원금
연세대에 다니던 서용덕이 일본에 가기로 결심한 시기는 2009년이다. 그는 2학년이었다. 서용덕은 “하루빨리 프로 무대에 데뷔해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J-리그였을까?

한국프로축구리그(K-리그) 드래프트에 참가해 프로가 된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연봉은 많아야 5000만원이다. 그나마 1순위로 지명돼야 받을 수 있다. 번외지명과 추가지명 선수의 연봉은 1200만원이다. 반면 J-리그 프로선수 계약제도는 3등급(A, B, C)으로 나눠지는데 대부분의 국내 유망주가 맺는 C급의 연봉 상한은 480만 엔(약 6200만원)이다.

대학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 점도 서용덕이 J-리그를 선택한 이유다. 지난해까지 대학 선수가 프로팀에 입단하기 위해서는 자퇴하거나 대학팀이 프로팀에 이적동의서를 발급해줘야만 가능했다. 대부분의 대학 지도자들은 학생 선수들의 프로 진출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좋은 선수가 빠져나가 팀의 경기력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 계약을 통해 J-리그에 진출할 경우에는 학교에 적지 않은 지원금이 돌아온다. 보통 J-리그 구단은 7000만~8000만원의 지원금을 내놓는다. 지도자들은 저학년 선수들이 K-리그 드래프트에 참가하겠다고 할 경우 “자퇴하고 가라”며 으름장을 놓다가도 J-리그에서 영입제안이 오면 ‘울며 겨자 먹기’로 선수를 보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대한축구협회와 대학연맹은 올해부터 반드시 소속 대학의 허락을 받아야 드래프트에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아시아 쿼터제’도 유망 선수들의 J-리그 진출 러시에 불을 붙였다. 아시아 쿼터제에 따르면 ‘프로 축구단은 최대 4명까지 외국인 선수를 보유(등록)할 수 있으며, 외국인 선수 중 1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가맹국의 국적을 보유한 선수여야 한다.’ 9월 현재 J-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는 46명. 이 중 27명이 23세 이하의 유망주다.

식비·교통비로 한 달 65만원 공제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대표 팀 명단 발표 전 J-리거를 직접 점검한 홍명보 아시안게임 팀 감독은 “대부분의 선수가 일본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면서도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교육이 더 필요한데 일본에서는 그런 것(관심과 관리)을 받을 수가 없다”고 했다.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일정이 진행되다 보니 정신·육체적으로 나태해지기 쉽다. 서용덕의 경우 하루 24시간 중 통제를 받는 시간은 두 시간가량 진행되는 오전 훈련시간뿐이다.

홍 감독은 어린 선수들의 식습관도 우려했다. “일본 선수들은 간편하게 먹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잘 먹고 운동한 편이어서 일본 선수들과 같은 식단을 소화해서는 체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어려움은 외로움이다.

경기장에서도 외롭기는 마찬가지. 그는 “나는 원래 플레이할 때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내가 이렇게 움직일 때 저렇게 해 달라’고 큰 소리로 외치는 편인데 말이 통하지 않으니 아무래도 자신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같은 실력이면 일본의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져 출전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금전적인 여유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서용덕의 월급은 우리 돈으로 500만원 정도. 국내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지명된 선수보다 100만원가량 많이 받는 셈이다. 그러나 K-리그 선수들이 숙소 관리비와 식비 명목으로 한 달에 20만원을 내는 데 반해 서용덕은 한 달에 식비로 40만원, 교통비로 25만원 정도를 쓴다. 물가 차이를 생각한다면 국내 1순위로 지명된 선수들과 비교해 이득이 없다.

성공하려면 전술 이해력 높아야
80년대 말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황보관(45) 오이타 트리니타(2부 리그) 감독은 “J-리그에서는 한국 선수들도 용병이다. 살아남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 선수들은 유럽이나 남미 출신 선수에 비해 몸값이 저렴하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자란 덕분에 문화 적응도 쉽게 하는 편이다. 그러나 일본 선수들에 비해 전술이해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황보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어려서부터 승부에 의존하는 경기를 치르다 보니 승부욕은 강하지만 전술 이해도는 (일본 선수들에 비해) 떨어진다”며 아쉬워했다.

“일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원하는 선수가 돼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J-리그 지도자들은 악착같이 뛰면서도 체력이 우수한 한국 선수들을 선호한다. 구체적으로 포지션을 따진다면 일본 내 자원이 풍부한 미드필더보다는 최전방 공격수나 측면 공격수, 중앙 수비수가 유리하다.

아시안게임 팀 명단 발표가 있던 날 서용덕은 김영권(21)의 방을 찾아가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FC 도쿄의 주전 수비수 김영권은 조광래 축구 대표팀 감독 부임 후 A매치에 데뷔한 뒤 꾸준히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시안게임 팀 명단에도 합류했다. 서용덕이 그에게 물었다. “J-리그 온 것이 정말 잘한 일일까?” 둘은 한동안 깊은 대화를 나눴다. 서용덕은 “결론은 나지 않았다”고 했다.

K-리그 드래프트에 참가했더라도 주전 자리를 확보하고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그는 현재 J-리그 진출을 놓고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선택하기 전에 신중하게 검토해 보라는.

“일본에 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어려서부터 아기자기한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일본 축구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나와 스타일이 잘 맞는다. 그러나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자신이 있더라도 절대 얕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얼마를 상상하든 그것보다 두 배 이상 힘들다.”

황보관 감독은 “J-리그는 자유계약을 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구단을 고를 수 있다. 그 팀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객관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진출이라는 환상을 좇아 무작정 현해탄을 건넜다가는 한창 기량이 성장해야 할 때 시간 낭비만 한 채 돌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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