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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급 탈락 고위직 자녀 다시 뽑으려 기존 합격자 6급 발령

원칙도, 기준도 없었다. 행정안전부가 1일 발표한 ‘외교통상부 특채 채용에 대한 특별 인사감사 결과’에 따르면 외교부 특채는 문제점투성이였다. 특채가 고위 외교관 자녀를 편법적으로 채용하는 선발 창구 역할을 했다.



감사로 드러난 갖가지 비리

◆자격요건 갖추지 않아도=시험에 응시할 자격요건을 갖추지 않았는데 합격한 경우가 많았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딸의 경우 2006년 통상교섭본부 산하 FTA(자유무역협정)추진단 계약직 5호(5급 대우)에 응시하면서 텝스 성적표를 마감일까지 내지 않았다. 2주 지나 성적표를 제출했으나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외교부는 올해 유 전 장관의 딸을 특채하는 과정에선 영어 성적표를 제때 제출할 수 있도록 서류합격자를 모두 탈락시킨 뒤 재공고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친구의 딸인 박모씨는 영어 성적을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시험에 합격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김 본부장은 ‘박씨가 외교부에 들어온 줄도 몰랐다’고 해명했다”고 말했다. 전직 외교관인 김모씨는 올해 특채에 응시하면서 낸 텝스 성적이 기준점수(700점)보다 68점이 부족했으나 서류전형에 통과했다. 계약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김모(전직 외교관의 아들)씨는 2007년 외교부가 타 부처의 일반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공고한 특채에 응시해 합격하기도 했다.



◆시험 절차도 들쭉날쭉=채용시험 절차도 제멋대로였다. 외교부 계약직 공무원으로 근무 중인 강모씨는 2007년 채용 과정에서 서류전형을 거치지 않았다. 하지만 외교부는 강씨를 서류전형 합격자로 발표했다.



면접위원을 구성할 때 기관장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 규정도 외교부는 지키지 않았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 딸을 면접할 때다.



자리를 일부러 만들어 외교관 자녀를 뽑아주거나, 뽑은 후 다른 직위로 이동시키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홍장희 전 스페인 대사 딸은 2006년 5급 특채에 응시했으나 떨어졌다. 그러자 외교부는 홍씨가 응시한 시험의 합격자들을 6급으로 임용하고 5급 자리를 비워놨다. 두 달 후 특채 공고를 다시 내 홍씨를 합격시켰다.



2007년 전직 외교관 아들인 김모씨를 FTA 통상 전문계약직으로 특채한 뒤에는 홍보과로 자리를 옮겨줬다. 계약직 특채로 뽑힌 경우 부서를 옮기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로열 패밀리에게 특혜 제공=외교부에 근무하는 외교관의 자녀들은 특혜를 누렸다. 전직 외교관 아들 손모씨는 2003년 미국에 있는 로스쿨에 가기 위해 2년간 휴직했다. 외교부는 2000년 로스쿨 유학을 떠나는 사람에게 휴직을 허용하지 않는 규정을 만들었다. 로스쿨을 마친 외교부 공무원들이 민간 분야로 옮겨가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외교부는 손씨에게 예외적으로 휴직을 허용했다.



전직 외교관 딸인 강모씨는 1999년 휴직한 뒤 자비로 유학을 다녀온 후 4년이 지나 다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연수를 떠났다. 김상인 대변인은 “유학을 위해 휴직하는 것은 규정에 어긋난 것은 아니지만, 실무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유학휴직을 최소로 하는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공무원 징계=행안부는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 임용시험령 등에 따라 외교부 장관과 협의해 인사담당자를 징계할 방침이다. 선발 과정에서 고의성이 드러날 경우 중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적격 채용자에 대해서는 소명절차를 거쳐 인사 조치하기로 했다. 김성렬 행안부 인사정책관은 “외교부 징계위원회의 소명 과정에서 중대한 하자가 드러나면 임용이 취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특채 제도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될 수 있도록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김 인사정책관은 “특채 제도 전반의 개선 방안을 마련해 앞으로 이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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