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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유기농은 다 좋고, 유전자 조작 식품은 몽땅 나쁜 걸까 … 정말?

‘학자는 학문에 힘쓰는 사람’이라는 우스개가 있습니다. 한데 ‘~학’이 마냥 딱딱하고 재미없는 것은 아닙니다. 동서양에서 홀대받는 궁지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인문학은 다양한 옷을 갈아입기도 합니다. 그 덕에 조금만 신경 쓴다면 재미와 유익함을 누릴 수 있는 책이 수두룩합니다. 이번 주엔 발칙해서 흥미로운 학문 관련 책을 소개합니다.



89년 미국 뒤흔든 에일라 공포
‘녹색 감정’건드린 녹색 도깨비…

괴짜 생태학

 브라이언 클레그 지음, 김승욱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380쪽, 1만5000원




친환경과 생태주의를 뜻하는 녹색은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색깔이다. 식탁 안전·생명과 직결됐기 때문에 누구나 소중하게 여긴다. 하지만 이게 녹색교(敎)로 발전하거나, 너무 예민하게 집단 반응할 경우 자칫 ‘녹색 도깨비’를 키우게 된다. 『괴짜 생태학』 저자의 말대로 누군가의 근거 없는 주장이 ‘녹색 감정’을 자극하면 사회적 광기마저 낳는다. 녹색 이성이나 녹색 논리가 올 스톱됐던 1998년 영국 사회의 공포가 그러했다.



“앤드루 에이크필드 박사가 촉발시킨 ‘MMR 광포’가 단적인 예다. 홍역(measles)·볼거리(mumps)·풍진(rubella) 백신이 어린이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국민들은 10년 동안 근심과 혼란에 빠졌다. 이 주장은 아마추어에 가까운 한 개인이 12명을 상대로 한 연구결과였다. 언론은 전문가 대신 한 사람이 퍼트린 이야기만 받아들여 공포의 불을 지폈다.”(31쪽)



그에 앞선 89년 미국의 에일라(Alar) 소동이야말로 녹색 도깨비의 출현이었다. 2년 전 한국의 광우병 괴담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 에일라는 사과가 덜 익은 채 떨어지는 걸 막는 성장억제제. 그해 초 CBS-TV의 시사프로그램 ‘식스티 미니츠(60minutes)’는 사과에 의문의 화학물질이 뿌려지고 있으며, 이런 사과를 먹은 어린이 5000여 명이 암에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과 먹는 건 러시안룰렛 게임과 같다고 비유했다. 권총을 머리통에 갖다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것만큼 위험하다는 경고는 시청자들의 가슴에 불덩이를 던진 꼴이 됐다.



신간 『괴짜 생태학』은 유기농·친환경·생태주의를 ‘절대 선’으로 받아들이는 세태가 과연 옳은지 따져보자는 도발적 제안을 한다. 이미 상식이 된 ‘녹색 신화’에 거품이 끼어있다고 주장한다. [중앙포토]
영화배우 메릴 스트립이 흥분했다. 그는 ‘농약 제한을 위한 어머니 모임’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미 농무성이 진화에 나섰지만 미국이 발칵 뒤집힌 뒤였다. 녹색 도깨비가 출현한 것이다. 유엔까지 나서서 소비자들은 안심하라고 권유하자 2년여 소동이 겨우 진정됐다. 어처구니없게도 그 프로가 인용했던 민간환경단체의 연구는 잘못된 것이었다. 사람이 보통 노출되는 양보다 무려 26만 배나 많은 에일라를 실험용 쥐에 투여했던 탓이다.



『괴짜 생태학』의 원제는 ‘생태 논리학(Ecologic). 부제도 ‘녹색경제학의 진실과 거짓’이듯 부글거리는 녹색 감정 대신에 차분한 녹색 이성 탑재를 권유하고 있다. 번역서는 국내독자의 정서를 염두에 둔 듯 제목을 코믹하게 비틀었지만, 실제 내용은 정공법이다. 녹색은 과연 만능이고, 유기농은 몸에 좋은 것일까? 또 무늬만 녹색 상품을 소비자들이 어떻게 똑똑하게 판별해낼까? 절대권력으로 군림한 녹색 신화 허물기가 이 책의 목표다.



“유기농 제품에서 자연에 가깝다는 장밋빛 포장을 걷어내고 나면 과연 무엇이 있을까? 유기농 제품을 옹호하는 원칙적인 주장으로는 네 가지가 있는 듯하다. 유기농 음식이 몸에 좋고 환경에도 좋다. 맛도 좋으며 동물 복지에도 좋다.”(249쪽) 저자에 따르면 이 모두 검증이 필요하다. 더욱이 유기농은 말처럼 지속가능한 농사법이 아니다. 효율이 떨어지니 농지를 더 늘려야 하고, 결국 열대우림을 파괴 한다. 유기농은 영양실조와 빈곤을 재촉한다.



유기농이 아닌 일반 농산품의 잔류 농약에 대한 공포 역시 잘못이다. 영국의 경우 식중독으로 죽는 이는 매년 50~300명이지만 식품에 묻은 살충제로 사람이 죽은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다. 놀랍게도 우리가 한 해 섭취하는 잔류 농약의 발암물질의 양은 커피 한 잔에 포함된 발암물질의 양과 맞먹는다.(253쪽) 오해 마시라. 커피를 먹지 말라는 선동이 아니다. 커피 한 잔에는 1000가지 화학물질이 녹아있지만, 사람들은 끄덕 없다. 잔류농약의 악영향은 그보다 더 미미하니 녹색 공포를 미리 키우진 말라는 뜻이다.



이 책은 한걸음 나가 유전자 조작(GM) 식품을 옹호한다. 특히 유럽사회가 GM식품을 백안시하는 건 잘못된 녹색 감정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바이오연료의 미래, 온실가스 등 우리시대 녹색 담론의 거의 모든 것에 개입해 고정관념을 바로 잡아준다. 실용서 성격을 일부 겸한 이 책은 녹색 소비주의의 맹점 지적과 함께 똑똑한 녹색 고르기를 권유하는데, 사안이 사안인지라 논란의 소지가 일부 없지 않다. 일테면 환경서의 고전인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도 틀렸다고 감히 지적한다.



좋은 책이 분명하다. 하지만 특급 저술이라고 하긴 좀 어렵다. 저자는 본래 수학자·물리학자 출신인데, 그게 강점이자 약점이다. 선입견이 없이 열려있다는 게 강점이지만, 풍부한 정보를 주무른다는 느낌을 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의미는 분명하다. 녹색 도깨비에 대한 공포를 부추기는 책이 수 백, 수 천 종인 상황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녹색 신화에 도전한 저자의 용기와 담대함에 일단 박수를!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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