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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정복 DNA가 꿈틀대는 용, 중국을 조심하라

용의 유전자

에릭 두르슈미트 지음

이상근 옮김, 세종서적

575쪽, 2만5000원




매일매일의 기사가 시간의 물결에 올라타면 역사가 된다. 하루어치의 현장을 기록하는 기자의 역할은 넓은 의미에서 역사가의 임무와 겹쳐진다. 중국의 중세·근대·현대사를 훑고있는 이 책의 저자가 이름난 기자란 사실은 그래서 중요하다. 저자 에릭 두르슈미트는 BBC·CBS 등에서 반백년 가까이 전쟁터를 종횡했던 전설의 종군기자. 살육의 현장을 취재했던 경험과 분석력이 이 책의 바탕인 셈이다.



좁혀 말하자면, 책은 역사 속 ‘중화 제국’의 전쟁 이야기다. 태평양의 새로운 맹주로 떠오른 중국을 제국의 역사란 관점에서 들여다봤다. 관록의 종군기자가 고대인의 증언(역사서)을 토대로 재구성한 전쟁 보도로 볼 수도 있겠다. 이를테면 책은 1218년 10월 14일 호라즘 제국의 오트라르(현 아프가니스탄과 페르시아 지역)의 한 장면에서 시작된다. 칭기즈 칸의 병사들이 “전쟁!”이라고 외치는 순간이다. 이어 각 연대기별로 중국이 주인공이었던 대규모 살육전을 숨가쁘게 서술한다.



아닌게 아니라, 사실 중국의 수천년 역사는 침략과 전투의 연속이었다. 서구에선 비단·도자기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을 ‘잠자는 용’으로 부르곤 했지만, 저자는 “잠자는 용에게는 평화로운 꿈보다는 악몽으로 점철된 고통스런 역사가 감추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이 ‘잠자는 용’이었던 시절은 그리 길지 않음을 역사는 보여준다. 침략과 정복을 통해 세계의 제국으로 군림했던 시절이 더 길었다. 2009년 중국 건국 60주년을 맞아 인민해방군이 대형 오성홍기와 꽃을 흔들며 대대적인 예행연습을 하는 모습. [중앙포토]
그러니까 이런 얘기다. 예로부터 중국은 침략을 일삼아 하는 민족이었다. 중세 무렵 세계 정복을 꿈꿨던 칭기즈 칸을 떠올려보라. 이 잔혹한 기마 부대는 아시아를 굴복시키고, 동유럽 주민들까지 학살했던 주체였다. 뿐만 아니다. 중국인들은 수세기에 걸쳐 유대인·무슬림·기독교도·불교도 등과도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벌였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불과 60년 전 한반도의 참혹한 전쟁에도 중국은 핵심 주체로서 작지 않은 배역을 맡았다.



책은 칭기즈 칸의 유라시아 정복 전쟁에서 출발해 21세기 중국의 우주 공정에 이르는 방대한 역사를 더듬고 있다. 연대기순으로 집필된 중국 전쟁사를 따라가다 보면, 수천년간 이어져 온 중화 민족의 ‘정복 유전자’를 가늠해볼 수 있다. 미국과 환율 전쟁을 벌이고, 일본과 영토 분쟁을 일삼는 요즘의 중국을 떠올릴 때, 그 유전자의 영속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중국은 시나브로 비정한 제국의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냉담하다. 중국이 초국가(Supernation)로 성장하곤 있지만, 비민주적인 속성 때문에 세계적인 갈등을 끊임없이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중국이 화약통에 불을 댕길지도 모른다”며 또 다른 전쟁 가능성까지 슬쩍 언급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경고한다. “용을 경계하라. 용이 잠에서 깨어나면 세상이 요동친다.” 수천년간 중국의 짙은 그늘에서 살아왔던 우리로선 바짝 긴장할 일이다. 600쪽에 육박하는 두터운 역사서가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 읽히는 이유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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