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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번역가 ③ 카이스트 출신 과학전문 번역가 김명남

과학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번역가 김명남씨. 앞으로 SF에도 도전하겠다고 했다. [안성식 기자]
시시콜콜한 가정의 일상을 과학의 눈으로 조명한 『시크릿 하우스』(생각의 나무)로 이름을 널리 알린 김명남(35)씨. 한창 떠오르는 과학전문 번역가인데 경력이 특이하다. 카이스트에서 화학을 전공했고,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번역가로선 드물게 과학적 소양을 갖춘 셈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메이저 신문의 기자로, 인터넷서점의 편집팀장으로도 일했다. 대중적 글쓰기 실력에 책을 보는 안목까지 있으니 많은 편집자들이 그를 찾는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지상 최대의 쇼』(김영사), 죽음의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낸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문학동네), 미국 전 부통령 엘 고어가 지구온난화를 경고한 『불편한 진실』(좋은생각) 등 많은 화제작이 그의 손을 거쳤다.

-경력이 이색적이다.

“중학교 때부터 책 관련 일을 하고 싶었으니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출판 일을 할 수 있는 길을 몰라 길을 돌아왔을 따름이다. 우선 글 쓰는 일을 찾다가 기자를 시작했고, 인터넷 서점 편집업무도 출판에 가깝다고 생각해 도전했던 거다.”

-번역에 손댄 직접적 계기는.

“2005년 초 일인데 카이스트 선배인 한 출판사 편집자 권유로 시작했다. 『마음이 태어나는 곳』(해나무)이라고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을 다룬 책이었는데 번역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 뒤로 번역 일을 계속해 지금까지 40여 종의 과학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전업 번역가로 나선 이유는.

“인터넷 서점에 근무하면서 석 달에 한 권 꼴로, 4권을 번역하는 동안 재미도 있고 보람도 느꼈지만 체력이 너무 달렸다. 평일에 1~2시간, 주말엔 내내 번역에 매달렸으니까. 그래서 2006년 9월 아예 사직하고 번역에만 전념하게 됐다. 사실 그 문제로 부모님 속을 많이 썩였는데….”

-과학책을 주로 번역했다. 선정기준이 있나.

“사실 전공 덕분에 번역 의뢰가 과학책으로 몰린다. 과학책은 인문서에 비해 ‘고전’의 의미가 크지 않아 최신 연구성과를 다룬 책 중에 지적 호기심이 동하는 책을 고른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를 알아가면서 번역하는 재미는, 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생소한 분야를 다루려면 어려움도 있을 텐데.

“과학책은 팩트만 확실하게 알면 마음 편하게 옮길 수 있는 분야다. 문장을 꾸민 것이 아니어서 내용만 이해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번역에 들어가기 전에 관련 도서를 4~5권 가량 읽고 학회의 용어집 같은 것도 미리 알아둔다. 그래도 아직 한글화되지 않은 첨단용어가 곳곳에 나오긴 한다. 미력하지만 이를 나름대로 한글화하는 보람도 느낀다.”

-과학을 전공한 것이 도움이 될 듯하다.

“물론이다. 카이스트 동기들 대부분이 학계와 연구소에 근무한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이런 친구들에게 물어 해결한다. 과학 전문 번역가로서 강점이라면 강점이다.”

-번역 일을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 과학교양서를 쓸 계획은 없나.

“나로선 번역이 천직이라 생각한다. 돈은 안 되지만,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런 만큼 집필은 아직까지는 계획이 없다.”

그가 생각하기에 리처드 도킨스나 스티 븐 제이 굴드 같은 석학들의 연구성과를 더 많은 대중들에게 알리는 일은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과학책 번역은 교수들은 바빠서 못하고 비전공자들은 부담스러워 꺼리는 일이라서 일종의 사명감도 느낀다고 했다. 힘이 닿으면 과학 대중화를 위해 과학에 근거한 추리물이나 SF번역에도 도전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글=김성희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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