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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문화유산, 장애인도 접근할 수 있어야

1년 전 석굴암을 찾은 적이 있다. 멀리 보이는 수려한 산등성이며, 아득하게 보이는 동해 바다의 푸름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 아름다운 길을 전동휠체어를 타고 만끽하면서 1200년을 넘게 이어온 호국불교의 기상을 생각했다. 석굴암까지 이어진 그 길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호국정신의 기묘한 조화에 흠뻑 취했다. 그러나 넋이 나갔을 정로 빠져들었던 마음은 이내 차갑게 식어버렸다. 불과 십여m 목전에 두고서도 석굴암을 구경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입로마저 이토록 아름다운데 석굴암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러나 아무리 해도 올라갈 길이 없는 커다란 돌계단 앞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망연자실해야만 했던 씁쓸한 기억이 남아 있다.



석굴암은 우리 민족의 기상과 역사를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명색이 국회의원인 필자조차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위대한 문화유산을 접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보통의 장애인들은 오죽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우리는 석굴암 외에도 유구한 5000년 역사 속에서 자랑스럽게 간직할 만한 문화유산을 적지 않게 갖고 있다. 숭례문부터 경복궁, 해인사 8만대장경 같은 국보와 사적부터 민족사가 담겨 있는 낙화암이나 행주산성 같은 문화유산이 도처에 있다.



그런 문화유산을 접하면서 역사에서 배운 것들을 상기하고, 나라의 운명과 민족의 앞날을 유추해 보기도 한다. 그것이 역사를 배우는 이유다. 그런데 다 같은 국민이면서도 좌절해야만 하는 수백만 명의 장애인이 우리 주위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는 못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장애가 있든 없든 누구나 민족혼이 깃든 위대한 문화유산을 아무런 제약 없이 볼 수 있도록 국가·사회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그것이 우리의 문화유산을 더욱 아름답고 위대하게 만드는 길이다.



이런 생각 끝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역사의 성지 석굴암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전 문화재청장인 유홍준 교수와 건축가 정기용, 김성수 주교,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대표, 성타 스님(불국사 주지), 종상 스님(불국사 관장) 같은 분들이 선뜻 함께해 주셨다. 이제 그분들과 함께 석굴암을 더 위대하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작은 행동에 나설 참이다. 현대적 미적 감각이 어우러진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과 자연친화적인 색채를 가미함으로써 석굴암에 더욱 완성도 높은 아름다움을 부여하는 일이다. 석굴암에 이동편의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석굴암의 위대함을 ‘보완’하는 작업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공정한 사회’가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석굴암에서 출발한 ‘문화유산의 공정한 향유의 물결’도 도도한 강물처럼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추세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박은수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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