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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싹 붙은 재킷, 더벅머리’ … 비틀스가 퍼뜨린 모즈룩

20대 초반의 모델들이 비틀스의 모즈룩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슈트를 입어봤다. 의상협찬=T.I 포맨, 모델=조진수·시정현·박병민·이형주(Kplus)
1962년 3월 7일. 비틀스가 ‘때’를 벗고 환골탈태한 날이다. 맨체스터의 플레이 하우스 극장으로 들어가는 멤버들의 손엔 ‘갈색 봉투’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BBC 라디오에 첫 출연하는 날이었다. 봉투엔 ‘베노 돈’이라는 맞춤 양복점에서 구입한, 깃이 아주 좁은 40파운드짜리 모직 신사복과 넥타이가 들어 있었다. 멤버들은 1월 말 선금 3파운드를 주고 일제히 옷을 맞췄다.



이 단정함을 한 꺼풀만 벗겨 보면 …

그 전까지 멤버들은 가죽 점퍼와 청바지·운동화 차림의 ‘거친 복장’으로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은 ‘옷부터 바꿔야 한다’고 여겼다. 멤버들을 설득했다. “단정치 못한 차림으론 프로다운 외모를 유지할 수 없다.” 처음엔 거부했던 멤버들은 결국 매니저의 논리에 승복했다. 노래에 이어 패션에서도 아이콘이 됐던 ‘비틀스 룩’은 이렇게 탄생했다.



글=김준술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미니 스커트에서 비틀 부츠까지



그 뒤로 비틀스는 ‘찰싹 몸에 붙는 재킷, 폭 좁은 넥타이, 더벅머리’ 스타일로 팬들을 만났다. 1960년대부터 유행한 이런 패션을 ‘모즈룩(Mods look)’이라고 부른다. 차림이 세련되고 ‘현대적(modern)’이라는 뜻이다. 비틀스 4명이 지금까지 활동했다면 j섹션이 연재 중인 ‘파워 스타일’ 코너의 1등 후보감이었을 것이다.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고, 각이 딱 잡힌 품새를 뽐내기 때문이다.



비틀스의 차림은 지금 보면 단정하지만 사실 그 시절의 ‘반항 문화’를 상징한다. 비틀스 패션이 그냥 멋지기만 한 게 아니라 역사성과 사회성이 함축된 복장(服裝)이라는 얘기다. 원래 ‘모즈 문화’의 뿌리가 그렇다. 66년 영국 런던의 ‘카나비’ 패션 거리를 중심으로 50년대부터 등장한 ‘비트족(Beatnik)’의 한 무리가 나타났다. 그들의 옷차림은 록 음악과 엮여 기존의 틀을 깨는 것으로 화제였다. 비트족은 보수질서에 반대해 개성을 추구하고, 저항적인 ‘방랑자적 삶’을 추구한 세대를 말한다. 사회·문화적으로 ‘무엇이건 허용된다(anything goes)’는 자유주의적 풍조 속에서 카나비와 킹스 로드 같은 곳의 옷가게는 최고의 인기였다. 여기서 뜨는 옷을 세상은 따라 입었다.



비틀스도 예외가 아니었다. 비틀스 패션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부츠를 보자. 61년 10월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는 런던의 신발가게에서 ‘첼시 부츠’를 봤다. 빅토리아 시대에 나왔던 원래 말을 탈 때 신던, 앞이 뾰족하고 발목까지 올라오는 부츠였다. 맘에 들었던 멤버들은 한술 더 떠 쿠바 스타일의 뒷굽까지 덧대 부츠를 주문했다. 독특한 스타일의 이 부츠는 멤버들의 위상에 힘입어 ‘비틀 부츠’로 불리며 인기를 얻었다.



복식사(服飾史)로 보자면 원래 비틀스의 깔끔한 매무새는 ‘테디 보이스(Teddy Boys)’로 불리는 이들이 먼저 개척하고 퍼뜨렸다고 한다. 20세기 초 영국의 에드워드 7세 시절에 신사들이 입던 스타일의 깔끔한 댄디 룩을 즐겨 입던 층을 말한다. 이들은 남자들이 패션에 관심을 가지는 걸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도 기여했다. 여성 쪽에선 메리 퀀트라는 디자이너가 나와 ‘미니 스커트’라는 미니멀리즘을 유행시켰다. 런던에선 무릎 위 20㎝까지 올라간 치마가 퍼졌다. 다리를 꽁꽁 천으로 뒤덮었던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절엔 상상할 수 없던 탈바꿈이었다. 이런 혁신적 풍속사 속에서 비틀스도 유행 패션에 가담했고, 그 유행을 더 확산시키는 주인공이 된 것이다.



하지만 모즈 문화도 성쇠(盛衰)의 굴레를 벗어나진 못했다. 갈수록 상업화되면서 66년 여름부터 급격히 쇠퇴했고, 70년대에 관련 영화·밴드가 등장하면서 부활했다. 90년대엔 영국에서 오아시스·블러 같은 모드의 색채가 짙은 그룹들이 나오며 명맥을 이어갔다. 패션 쪽으론 2000년대 초부터 디올 옴므 등으로 슈트 붐이 일며 젊은이들에게 다시 ‘슈트=패션’이란 공식이 통용되면서 요즘까지도 몸에 붙는 신사복이 유행하고 있다. 해체 40년이 지났지만 비틀스의 체취는 아직 모즈룩으로 살아 있다. 



도움말=홍석우 패션 칼럼니스트,

한혜원 스타일리스트






j칵테일 >> 모즈룩 멋지게 소화하는 법



비틀스
1960년대의 모즈룩을 그대로 재현해 입는다면 어딘가 모르게 너무 단정해 보이는 차림이 될 수 있다. 이번에 제안하는 4개의 스타일은 모즈룩 뼈대를 유지하되 현대적인 느낌으로 가볍게 변주(變奏)한 것이다.



먼저 슈트는 무채색의 ‘그레이’와 ‘네이비 블루’를 기본 색으로 추천한다. 솔리드(민무늬)보다는 창 모양의 ‘윈도페인 체크’를 통해 클래식함과 트렌디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타이는 모즈룩의 핵심인 ‘좁은 솔리드’로 맞추되 색감은 슈트와 통일감 있게 고르는 게 좋다.



다음은 안에 받쳐 입는 셔츠. 역시 무채색인 슈트의 컬러감에 너무 위배되지 않으면서 조금은 재미있는 ‘블루 그레이’ 셔츠나 폴 매카트니가 즐겨 입은 ‘터틀넥 스웨터’를 매치하는 것도 좋겠다. 셔츠는 색감도 그렇지만 소재의 질감 또한 너무 중요하다. 미끌미끌한 신사 정장 느낌의 드레스 셔츠보다는, 더 최신 유행 느낌이 드는 밀도감 좋은 옥스퍼드 원단 셔츠를 받쳐 입으면 색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슈트를 입을 때 셔츠 질감만 바꿔도 전체 분위기를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스타일링의 아주 유용한 팁이다.



‘비틀 부츠’는 너무도 훌륭한 아이템이지만, 조금 색감이 독특한 스웨이드 소재의 ‘윙팁 벅스’(구두 코의 디자인이 새의 날개처럼 W처럼 생긴 것)를 곁들이는 것도 재미있는 시도가 될 것 같다.



기본적으로 모즈룩은 미니멀리즘의 다른 변주곡이다. 에드워드 7세 시대의 우아한 복장 스타일과 풍습을 초근대적으로 변화시키면서, 당시의 사회에 초연한 듯한 태도를 나타내는 스타일로 또 다른 댄디즘을 표방하던 옷이었다. 결국 모즈룩의 핵심은 클래식을 바탕으로 깃이 높은 셔츠와 몸에 딱 맞는 슬림한 재킷, 발목까지 올라오는 홀쭉한 팬츠에 첼시 부츠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은 불편한 느낌이 들 정도로 몸에 잘 맞는 타이트하고 슬림한 핏(fit)에, 바지 기장은 발목까지는 아니어도 구두에 닿지 않을 정도의 길이로 세련되게 연출해야 한다.



김유식 T.I 포맨 디자인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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