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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침묵보다 못한 고백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요즘 젊은이들에겐 며칠 전 지나간 9월 17일도 무슨 기념일이란다. 이른바 ‘고백 데이’라고 하는데, 그날부터 100일째가 크리스마스라 연인들이 미리 고백하라고 잡은 날이라나…. 가슴속에 간직해 왔던 연정을 고백하는 것만큼 아름다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 하지만 남녀 사이엔 아니한 만 못한 고백이 있다. 바로 ‘과거 고백’이다. 애인이 서로 상대방에게 괜찮다고 해 놓고는 실토하면 사달이 난다. 그런 상황은 지금도 벌어진다. 1970년대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70년대 대히트를 쳤던 영화 ‘별들의 고향’의 여주인공 ‘경아’는 그 과거의 희생양이다. 첫사랑에게 버림받은 뒤 새로운 사랑을 찾아 결혼한 경아는 과거 임신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남편에게도 버림받는다. 이후 점점 나락으로 떨어져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경아가 겪은 슬픔은 우리 주변에서도 제법 찾을 수 있다. 과거 이성 교제나 성 경험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아름다운 것은 고백하는 그 순간뿐인 경우가 많다. 고백을 듣고 나서 상대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과거를 털어놓자며 아내를 구슬린 P씨. 그는 망설이고 망설이다 힘겹게 과거를 털어놓은 신혼의 아내를 “다 지나간 일이며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고 다독인 착한 남자다. 아내 앞에서 쿨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 혼자 괴로워하며 고민하다가 아내를 보면 발기가 되지 않고 성행위를 기피하게 된다며 필자를 찾아왔다.



“자꾸 내 여자가 그 나쁜 놈의 품에 안겨 있는 장면이 떠올라 못 견디겠습니다.”

남성들은 묘하게도 상대 여성의 과거 남에게 강한 적대감을 보인다. 문제는 적대감이 겉으론 제3자인 과거 남에게 향하지만 사실은 최근까지 절실히 사랑해 오던 아내를 직접 겨냥하기 힘들어서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분노는 점점 직접 아내에게 향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남성은 아내를 못살게 굴게 된다.



욕먹을 만큼 난잡했거나 무책임한 과거를 숨기는 것은 상대에 대한 기만행위와 다름없다. 그런 경우 상대에게 과거를 숨기는 건 옳지 않다. 하지만 과거의 일반적인 연애지사는 굳이 오픈할 필요가 없다. 간혹 솔직한 고백이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 하듯 고백을 들어줄 상대방이 이해할 만큼 성숙한 경우에 한한다. 과거의 성 경험이나 연애 경험담은 커플 간에 그야말로 원치 않는 위기나 갈등을 일으키는 게 대부분이다.



자신이나 상대의 과거에 대한 기본적인 정답은 상대의 과거 연애나 성 경험에 대해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것이다. 만약 상대의 과거에 집착해 못 벗어난다면 차라리 헤어지는 게 낫다. 결별 위기에 놓인 부부를 다스리는 게 필자의 역할이나 이런 경우 필자는 헤어지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다. 보통 이런 집착을 가진 남성들은 편집증적 성향이 강하다. 생각을 쉽게 바꾸기 힘들다. 스스로 감당할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이다.



‘별들의 고향’에서 비운의 주인공 경아는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가사를 노래한다. 남녀 간의 과거는 때론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다. 지금의 상대방과 함께하지 않았던 과거까지 들춰내는 것은 불필요한 자기애이자 현재의 행복을 저버리기 쉬운 한심한 일이다. 지금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니라 두 사람이 얼마나 사랑하고 신뢰하는지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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