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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 속 정치 풍자의 달인들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목소리 흉내만으론 매일 못해요 정치인들 말에서 생각을 읽죠”

MBC 표준FM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에는 전·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선 주자 등 유력 정치인이 단체로 출연한다. 성대모사 달인들이 목소리로 이들을 불러낸 것이다. 날카롭고 유쾌한 정치·시사 풍자를 하는 최양락·배칠수·전영미·안윤상씨를 중앙SUNDAY가 만났다.







지난 16일 MBC스튜디오. 스피커를 통해 손석희 교수와 문화평론가 진중권씨, 전원책 변호사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먼저 손 교수의 목소리. “오늘 토론 들어가겠습니다.” 차분하면서도 똑 부러지는 말투다. 이어 ‘칼퇴근’을 주제로 진씨와 전 변호사가 설전을 벌였다. 먼저 진씨가 가늘면서 쇳소리가 나는 목소리로 비아냥댄다.



“우리가 이제 칼퇴근이라, 이런 말 하지만 칼출근이란 말은 안 하지 않습니까. 칼출근 너무 당연한 거니까 안 하는 거예요. 칼출근은 당연하고, 칼퇴근은 안 된다, 그런 법이 어딨습니까. 사장 나오라고 하십시오.”



전 변호사가 받아친다. 욱 하면서 버럭 내지르는 특유의 말투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한두 시간 늦게 들어간다고 어디 덧납니까! 집에 일찍 들어가 뭐 할라꼬요. 집에 꿀단지 있습니까!”



언뜻 들으면 MBC ‘100분 토론’의 한 장면 같지만, 여기에 진짜 손석희·진중권·전원책씨는 없다. 이들을 대신한 사람은 개그맨 배칠수(38)·안윤상(28)씨다. 배씨가 손씨 역을, 안씨가 진·전씨 역을 했다.



기자가 MBC 표준FM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매일 오후 8시10분) ‘대충토론’ 녹음 현장을 찾은 건 16일 오후. 진행을 맡은 개그맨 최양락(48)씨를 비롯해 배칠수·전영미(38)·안윤상씨가 원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고가 이들의 손에 닿자 이내 ‘천의 목소리’를 통해 전파를 탄다. 목소리는 이명박(MB) 대통령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3김도 된다.



장수 프로이자 인기 코너인 ‘대충토론’과 ‘대통퀴즈’의 성공 비결은 성대모사. 최씨를 비롯한 개그맨들이 똑 닮은 목소리와 말투로 시사와 정치를 풍자한다. 이들은 화제가 되는 사람은 누구든 ‘목소리’를 통해 불러낸다. 김영삼(YS)·김대중(DJ)·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종필(JP) 전 총리,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또 야구선수 이승엽과 축구스타 박지성 선수, 이순재·주현·김흥국씨 등 연예인도 단골이다.



최근엔 현실정치를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는 ‘대충토론’이 특히 화제다. 이재오 특임장관,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 진중권씨, 전원책 변호사 등으로 등장인물이 늘어나면서 내용도 풍성해졌다. 지난 4월 여성 개그맨 전영미씨가 투입되면서 탄력이 붙었다. 전씨는 탤런트 전원주·선우용여, 영화배우 이영애·전도연, 가수 심수봉씨 등의 목소리를 성대모사해 온 달인이다. 여성 개그맨의 투입은 작가 박찬혁씨의 건의에 따른 것이다. 박씨는 “슬슬 잠룡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잖아요. 등장인물이 더 필요했고 (차기 주자 지지도) 1위는 박근혜 전 대표니까 여성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고 했다.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인물은 정치인의 부침과 관련 깊다. 한때 자주 등장했던 이회창 대표와 정몽준 전 대표는 요즘 단역으로만 나온다. 정동영 민주당 고문은 2008년 대선 이후 등장하지 않고 있다.



성대모사를 하는 개그맨들에게 정치인들은 어떻게 비칠까. 목소리와 말투에서 특징을 끄집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까.



최양락씨는 “내가 (연기를) 잘하는 인물이 전면에 나오길 바라죠. 기껏 연습했는데 도중하차하면 김새잖아요”라고 했다. 전영미씨는 “이슈가 되는 정치인은 속된말로 사냥감이 되는 거죠. 한동안 추미애 의원을 생각했는데 이렇게 (예비경선 탈락) 되니까 연습하다가 말았다”고 말했다. 뜨는 정치인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 역을 하고 있는 배칠수씨는 “MB랑 제 목소리는 전혀 달라요. 전 울림소리를 갖고 있는 사람인데 MB는 감기가 걸린 것 같은 목소리예요. 그래서 저는 어휘를 중시해요. 어휘에서 사람의 생각을 읽어야죠. MB의 경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고 긍정적으로 얘기하죠. 소리만 갖고 했으면 매일 9년 동안 못하죠”라고 말했다.



전영미씨는 “박 전 대표는 톤이 낮고 높낮이 차이가 없어요. ‘~한 거죠. 그렇습니다’ 이런 말을 조곤조곤 하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2002년 4월 이 프로그램이 신설됐을 때부터 성대모사는 간판이었다. 시작은 ‘3김퀴즈’였다. YS·DJ·JP가 엮어가는 어처구니없는 퀴즈쇼다. 성질이 급해 늘 “사해자, 증답~”을 먼저 외치는 YS, 아는 게 너무 많아서 탈인 DJ, 눈치 빠르고 의뭉스러운 JP의 캐릭터를 조금은 과장스럽게 표현해 공감대를 얻었다. 7년4개월을 이어온 3김퀴즈는 지난해 DJ가 서거하면서 막을 내렸다. 전·현직 대통령으로 등장인물만 바꾼 ‘대통퀴즈’가 뒤를 이었다. YS와 DH(전두환 전 대통령), MB가 등장한다. ‘대충토론’은 5년 전 시작했다. ‘100분 토론’의 패러디다. ‘우리 사회의 사건사고, 이모저모를 또 다른 시각으로 진단해 보고 유명인사들의 엉뚱한 의견을 듣고 수박 겉핥기 식으로 띄엄띄엄 살펴보는 대충대충 토론’이라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16일 방송 후 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누구 목소리를 맡았는지 소개해 주세요.

최양락(이하 최):저는 배칠수 만나기 전까지 성대모사해 본 적이 없어요. 근데 칠수가 ‘3김’을 혼자 하는 게 버거워 보이고 내가 사회만 보면 역할이 없잖아요. 그래서 배웠다니까. 그나마 내가 충청도라서 JP면 할 거 같은 거야. ‘대통퀴즈’에선 DH 하고, 정몽준 전 대표도 하는데 이건 정주영 회장 목소리에 가까워요.



전영미(이하 전):박근혜 전 대표와 강금실 전 장관, 최근에 나경원 의원이랑 심상정 전 대표역을 해요.



안윤상(이하 안):MB, 유시민 전 장관도 하는데, 칠수 선배한테 밀렸죠. 그래서 MB는 개그콘서트에서 하고, 정치인은 아니지만 허경영씨도 하고요.



배칠수(이하 배):그때그때 적어주는 대로 다 하기 때문에…. (PD가 “거의 다 해요”라고 거들었다)



-성대모사를 배운다고 할 수 있는 건가요.

최:처음에 (특징을 잡아내는) 캐치가 어려워요. 따라하는 건 쉬워요. 목소리를 조금 누르고 입 모양은 이렇게 하고, 이런 식으로 특징을 알려주면 낼름 써먹을 수 있죠.



배:캐리커처도 특징을 따는 게 어렵지, 따 있는 걸 또 그리는 건 쉽잖아요.



-‘따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나요.

안:토론 프로그램을 많이 보면 보여요. 진중권씨는 ‘예컨대’라든지 ‘일반화의 오류다~’ 이런 말을 많이 해요. 전원책씨는 욱 해서 내뱉는 스타일인데 ‘그런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라면서 가르치려는 게 있죠.



전:저는 녹화된 걸 봐요. 표정이나 제스처까지 따라해야 빨리 느는 거 같더라고요.



-목소리나 말투에 어떤 특징들이 있나요.

전:박 전 대표는 연설이나 평소 얘기하는 거나 차이가 없어서 쉬워요. 나경원 의원은 목소리가 얇으면서 ‘어, 어’ 이런 게 많이 들어가고, 한마디가 끝나고 바로 연결할 말을 해 놓고 쉬었다 가더라고요. ‘~했습니다. 그리고’까지 말하고 쉬죠. 심상정 전 대표는 씩씩하게 말하는 톤이고요.



안:유시민 전 장관은 칠수 선배가 잡은 거랑 제가 잡은 게 달라요. 저는 차분한 유시민이죠. 직설적이었지만 요즘 좀 유해졌거든요. 또 “예, 그렇죠” “예” 이렇게 묻듯이 많이 말해요. 자기 말에 동조를 하느냐, 이런 거죠. 칠수 선배는 직선적이고 내뱉는 타입으로 하죠.



이들은 목소리보다 더 분명하게 캐릭터를 드러내는 건 어휘, 즉 대사라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박 전 대표의 대사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를 대표하는 말 ‘하면 된다’를 응용한 말이 수시로 나온다. “저희 선친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면 된다’”라는 고정 대사는 몸이 찌뿌듯할 땐 “자면 된다”, 알까기를 할 땐 “까면 된다”, ‘쩜백(화투)’을 할 땐 “치면 된다”는 식이다.



-실제와 얼마나 비슷하다고 생각하나요.

최:성대모사라는 게 그렇더라고요. 엄청 고생해서 개발하면 첫날은 ‘와, 신기하다’, 둘째 날도 ‘어제 들었는데도 신기하네’ 이런데 점점점…. 신기한 건 그 한순간이라는 거예요. 내용이 재미없으면 꽝이란 얘기지. 예를 들어서 박 전 대표가 서서히 움직이고 있는데 그걸 담아야지 엉뚱한 얘기를 하면 무슨 공감대를 얻겠느냔 얘기죠.



배:내용이나 그 사람의 상황과 생각이 중요해요. 그 순간만큼은 내가 MB가 돼서 말을 해야 사람들도 목소리가 더 같다고 느껴요. 약간 덜 비슷해도 충분히 몰입할 수가 있죠. 대표적인 경우가 YS예요. 저는 YS하고 목소리가 아예 달라요. 그런데도 오랫동안 “이대한~” 이렇게 한 거예요. 청취자들은 이게 진짠 줄 알아요. 가끔 YS 연설을 들으면 다른데 사람들은 그건 귀담아 안 듣고 ‘재밌는 라디오’에 나오는 YS 목소리가 진짜라고 여기는 거예요. 왜냐, 이 목소리가 훨씬 많이 나갔거든요. 매일 나가니까 귀에 꽂힌 건 제가 하는 YS예요. 이런 것처럼 소리를 비슷하게 하는 건 기본적이고, 더 중요한 건 정말 그 사람이 돼야 한다는 거죠.



최근엔 이재오 장관이 등장인물에 더해졌다. 잔뜩 쉰 목소리로 “길게 휴가 보내고 왔는데, 오니까 일이 이게 너무 많아요. 이 팔자가 힘든 팔자지”라고 하소연한다. 박 작가는 “정계 복귀로 화제가 되고 다시 뉴스의 중심에 선 이 장관을 다루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쉰 목소리를 최대한 피곤하게 하면 웃길 것 같아서 칠수한테 시켰다”고 했다. 과장된 쇳소리는 사실 이 장관의 실제 목소리와 썩 비슷하진 않다. 그래도 “빵빵 터지는 건 이재오 (장관) 부분이에요”라는 걸 보면 제작진의 생각이 적중한 셈이다.



-맡은 인물이 잘되면 흐뭇하지 않나요.

최: 전영미 입장에선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박 전 대표가 두각을 나타내길 바라겠죠. 그래야 자기가 여기저기 팔리니까. 하하하. 잘 잡아야 해. 생전 알지도 못하는 초선 의원 성대모사 해봤자 써먹을 데가 없잖아.



연출을 맡은 손한서 PD가 “만약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전영미씨가 메인이 되는 거죠”라고 농담을 더했다.



-안윤상씨는 누굴 잡을 건가요.

안:김문수 경기지사를 해볼까 하는데… 아니면 최종원씨처럼 아예 국회의원을 만들어 버리던가. “낄낄낄낄, 짜식들아” 드라마 하다가 어느 날 국회의원이 된 거 아니에요.



-정국 흐름에 따라 새로운 인물이나 아이디어가 나올 텐데요.

배:오랫동안 했으니까 흐름을 읽잖아요. 다음쯤엔 누가 나와야겠다고 생각을 해요. 나중에 보수에서 누가 대선 후보가 되고 진보에선 누가 되겠다, 이런 거죠. 작가는 손학규나 유시민을 해보라고 했는데 그중에 쉬운 유시민 전 장관부터 연습을 했던 거고요.



최:‘대통퀴즈’는 보수 대통령만 나오잖아요. 저쪽은 다 돌아가시고. 균형이 안 맞아요. 그래서 청취자가 준 아이디어가 돌아가신 분들이 나오는 천상(天上)토론이에요.

DJ는 생전에 인터뷰하러 자택으로 찾아간 한 방송팀에 “3김퀴즈는 잘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정몽준 전 대표의 보좌진도 “누가 대표 목소리를 하느냐”고 제작진에게 물은 적이 있다고 한다. 박찬혁 작가는 “정치인들도 본인이 거론되고 한 번이라도 불려지는 게 도움 되니까 싫어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제작진이 신경 쓸 일은 많아진다. 원고 쓰는 데도 시간이 배로 든다고 했다.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은 상당하다. '3김퀴즈'와 '대통퀴즈'를 9년째, '대충토론'을 6년째 써 온 박 작가는 일간지·주간지 등 각종 뉴스는 물론 칼럼까지 전부 꼼꼼히 읽는다. 뉴스 댓글과 네티즌들의 블로그도 빼놓지 않고 챙긴다고 한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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