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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중국의 반면교사 된 한국

기업의 잘못을 고치는 방법도 나라마다 다르다. 일본이 ‘자기 반성형’이라면 중국은 ‘강제 반성형’이다. 일본은 ‘가이젠(改善)’을 주로 쓴다. 자기 잘못과 결함을 고치고 또 고치는 것이다. 세계 최고 기술 강국 일본을 일군 힘이다. 올 초 도요타자동차 리콜 사태 때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이 강조한 것도 가이젠이다. 그는 “결함이 생기면 가이젠을 통해 더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 전통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반면교사(反面敎師)를 애용한다. “남의 잘못을 보고 배운다”는 뜻이다. 문화대혁명 때 마오쩌둥이 처음 썼다고 한다. 당시엔 반동분자를 가리켰다. 당이 “저들처럼 하면 큰일 난다”고 알려주는 식이다. 그러면 민초들은 알아서 조심했다. 가이젠에 비하면 소극적이지만, 몸 보신엔 최고라 중국 기업들이 즐겨 쓴다. 부작용도 꽤 있다. 기업 덩치가 커지고 글로벌화하면 잘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가끔 정부의 뜻을 거스르는 기업도 생긴다. 그럴 때도 물론 대책은 있다. 중국 정부가 직접 교훈을 내리는 것이다. 방법은 사정(司正)을 통한 일벌백계다. 최근 몰락한 중국 최대 가전유통회사 궈메이(國美)의 황광위(41) 회장도 그런 케이스다.



2년 전까지 황 회장은 중국 성공신화의 상징이었다. 17세에 노점상으로 시작해 20여 년 만에 중국 최대 부호로 올라섰다. 2008년 재산이 430억 위안, 우리 돈 7조5000억원이나 됐다. 중국 서점가를 온통 그의 성공스토리로 도배할 정도였다. 그런 그가 지난해 사정 당국에 체포돼 올 5월 재산 몰수 및 14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내부자 거래, 뇌물수수, 불법 경영 혐의다. 상고했지만 소용 없었다. 지난달 말 형이 확정됐다. 이달 초엔 옥중에서 공개 반성문까지 써야 했다. “젊은이들이여 법을 지켜라, 그래야 진짜 성공할 수 있다”며.



하필 왜 황광위였을까. 파이낸셜 타임스는 “황광위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고 중앙 정계에도 연줄이 없다”며 “투명성 개선 작업의 시범케이스로 처벌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반면교사의 희생양이 됐다는 얘기다.



황광위 몰락의 파장은 컸다. 금지된 담론에도 불이 붙었다. 그제는 마침내 관영 언론인 신화통신이 정경유착을 정면 비판하는 칼럼을 싣기도 했다. 인터넷 논객 뤄톈하오(羅天昊)의 ‘중국 신흥 부자들의 진실(中國新富家族崛起眞相)’이 그것이다. 전직 중국장강상학원(中國長江商學院) 고급연구원인 뤄는 자유주의 경제학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그는 중국 부자를 세 종류로 나눴다. 첫째 자수성가형, 둘째 반민반관형, 셋째 혁명가족형이다. 관의 힘을 이용하기 쉬운 둘째·셋째 형을 정경유착의 온상으로 봤다. 이를 뿌리 뽑아야 중국 경제의 미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글은 급속히 퍼져 중국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문제는 그 다음이다. 뤄는 이 글에서 한국·일본을 예로 들었다. 몇 대째 기업을 세습하는 일본 기업을 본받지 말자고 했다. 몇 년 전까지 정치헌금을 낸 한국 기업도 따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치 헌금을 낸 한국 대기업이 되레 위기를 맞은 사례도 들었다. 한국을 결코 닮아서는 안 될 반면교사의 대상으로 꼽은 것이다.



마침 그제 청와대에선 대통령과 12개 대기업 총수의 회동이 있었다. 대통령은 “기업 비리 사정은 없다”고 총수들을 안심시켰다. 대신 ‘상생’과 일자리 창출을 주문했다. 총수들도 화답했다.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그런데 왠지 찜찜하다. 정권 후반기면 튀어나오는 사정설과 살생부, 청와대에 불러 군기 잡기까지…. 그제 회동이 역대 정권들의 대기업 다루기와 꼭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기업은 ‘눈치보기형’이다. 남이 장에 가면 따라간다. 상생과 일자리도 그렇게 풀어야 한다. 법과 제도를 만들어 서로 경쟁시키고 자극을 주는 방식, 정부는 감독만 잘하는 방식이다. 걸핏하면 ‘청와대에 불러 사진 찍기’론 몇 년 뒤 또 중국의 반면교사 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이정재 중앙SUNDAY 경제·산업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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