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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홀 이용 고객이 백화점서 7배 더 사더라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백화점 공연홀은 매출을 늘리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달 말 문을 연 현대백화점 일산 킨텍스점의 공연홀 토파즈홀


“(에밀) 졸라가 만들어 낸 소설 속의 백화점 ‘오 보뇌르 데 담(숙녀들의 기쁨)’은 ‘현대의 대성당’으로 묘사되었다. 그것은 소비사회라는 신흥종교의 총본산지였다.”-『패션의 유혹』(조안 핑켈슈타인, 청년사)



백화점은 종종 소비와 욕망의 집합체로 묘사되곤 한다. 이용자들 입장에선 이런 식의 묘사가 탐탁지 않겠다. 그래서 백화점은 ‘소비’가 아닌 ‘다름’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 차별화 전략의 최전선은 ‘명품’ 경쟁이다. 명품 브랜드 입점을 통해 ‘나만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화했다. 2005년 롯데백화점이 본점 옆에 명품관 ‘애비뉴엘’을 짓고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리모델링 후 재개관하면서 명품 경쟁은 정점에 달했다.



그러나 명품 브랜드가 여기저기 다 들어가면서 차별화가 어려워졌다. 대안으로 등장한 게 문화 마케팅이다. 그중 공연홀을 활용한 공간 마케팅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는 제격이다. 백화점 공연장에서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한 소비자들은 백화점을 소비의 공간이 아닌 문화의 공간으로 기억하게 된다. 즐거웠던 기억을 가지고 백화점을 다시 찾은 고객들이 매상을 높인다. 매장을 포기하고 들여놓은 공연홀이라는 공간이 마케팅 기능을 수행하는 셈이다. 신세계백화점 권영규 문화팀장은 “과거 백화점 마케팅이 판매 촉진을 위해 고객에게 사은품을 제공하는 푸시(Push) 마케팅이었다면, 최근에는 수준 높은 문화 공연을 통해 고객들이 하루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자연스럽게 백화점에 오도록 하는 풀(Pull) 마케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극장 달오름극장보다 좌석 수 많아

지난달 말 문을 연 경기도 일산의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9일 오후 평일이어서인지 백화점 내부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한산한 광경은 8층까지였다. 9층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순간 북적거리는 소리가 귀에 먼저 들어왔다. 9층에는 문화센터와 공연홀 ‘토파즈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에스컬레이터 옆 공간에는 나라 요시토모·김동유 등 미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이를 관람하는 이들이 여럿 보였고, 문화센터 입구에는 수업을 마친 이와 들어가는 이들, 신청자들이 뒤섞여 있었다.



토파즈홀 앞에는 공연을 보고 나온 이들이 무리져 있었다. 이날 오후 2시에는 ‘사랑을 잃어버린 나’ ‘비오는 날의 수채화’ 등으로 유명한 가수 권인하의 콘서트가 있었다. 좌석은 거의 꽉 찼다. 공연을 보고 나온 고수정(55)씨는 “일산에는 문화시설이 많지 않았는데 백화점이 대형 문화공간을 마련해 공연에 불러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다음에도 친구들과 같이 와야겠다”고 말했다. 백화점이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라 친구들과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이 된 셈이다.



이곳 토파즈홀은 1000㎡(약 330평) 규모다. 무대 앞 공간에 의자를 놓으면 550석까지 자리를 만들 수 있다. 서울 남산의 국립극장 달오름극장(420석)보다 좌석이 많다. 게다가 좌석 수가 500석이 넘는 공연홀 가운데서는 국내 처음으로 이동형 계단식 좌석을 설치했다. 공연 내용에 따라 좌석 자체를 들였다 내었다 할 수 있어 공간 활용이 자유롭다. 음향 효과를 높이기 위해 천장과 벽면을 흡음 처리했다. 천장 높이는 기존 문화홀보다 20%가량 높은 6.8m다. 토파즈홀 운영을 위해 영입한 공연 전문가 김정훈 실장은 “백화점 공연홀은 물론이고 전문 공연장에 비해서도 손색없는 시설”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달 서울 청량리점과 부산 광복점, 일산점 등 세 곳의 백화점에 공연홀을 만들었다. 일산점은 롯데시네마를 없애고 그 자리에 공연장을 들였다. 부산 광복점 공연홀은 면적(약 1180㎡, 360평)으로는 국내 최대지만 좌석 수(430석)로는 현대백화점 킨텍스점에 밀린다. 올 12월 영등포점에도 825㎡(약 250평) 규모의 공연홀을 열어 2013년까지는 전국 9개 점포에 공연장을 설치할 계획이다. 지난해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도 400석 규모의 공연장(작은 사진)을 갖췄다.

 

새로운 고객 모으는 데도 도움

백화점은 공간이 돈이다. 공연홀이 들어설 자리에 매장을 내면 이는 바로 매출로 연결된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당 매출액이 1300만원이다. 8개 공연홀 총면적이 7270㎡이니 1000억원 가까운 매출을 포기한 셈이다.



그러나 손해나는 장사는 아니다. 공연홀 운영으로 당장 돈은 못 벌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고객들도 일회성 사은품보다는 영화·뮤지컬·콘서트 등 문화 콘텐트를 선호한다. 매달 초 공연홀 접수를 할 때면 시작 전부터 300~400명이 티켓을 얻기 위해 줄을 선다.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길재영 대리는 “백화점 문을 연 첫날 공연장 티켓 신청을 받자 그날 하루에만 3000명 정도가 몰렸다”고 말했다.



공연홀 공간에서 돈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매출에도 도움을 준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매출을 분석했더니 공연홀을 이용한 고객이 쇼핑한 돈이 일반 고객이 쓴 돈보다 일곱 배가량 많았다. 본점의 경우 보통 고객이 1년에 쇼핑하는 총금액이 100만원 선인 데 반해 공연홀 이용 고객은 730만원으로 나타났다. 명품관에서 한 사람이 평균 쇼핑하는 연간 금액(280만원)보다 세 배 정도 많다. 현대백화점도 올 들어 7월까지 공연홀을 1회 이상 이용한 고객이 얼마나 자주 쇼핑을 했느냐를 조사했더니 43회로 평균보다 3.7배 높았다. 쓴 돈도 보통보다 6.3배 많았다. 신세계백화점 권영규 문화팀장은 “백화점의 마케팅 전략이 기존에는 단순히 고객 숫자를 늘리는 것에서 고객당 쇼핑 비용을 높이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홀을 통한 마케팅은 새로운 고객을 만드는 데도 효과적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물건을 산 고객은 80만 명이다. 이 중 본점에서 처음으로 쇼핑을 한 신규 고객은 40만 명이다. 이 가운데 공연홀을 이용한 고객은 4만 명을 웃돌았다. 곧 공연홀을 이용하고 만족한 고객이 매출에 기여했다는 의미다.



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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