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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장부가’

‘장부로 태어나 그 뜻이 크도다 / 기개를 펼쳐라 큰 뜻을 이루리라

만세를 불러 라 대한의 동포여 / 힘차게 모두 불러라 대한독립 만만세’


100년 전, 고뇌하고 갈등하던 인간 안중근을 만난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전날 지은 ‘장부가’에는 비장함이 가득하다. 실제로 거사를 앞둔 그에게 결연한 의지만 있었을까. 동명의 뮤지컬 ‘장부가’(김지욱 연출)는 이토를 향해 총을 겨눈 안중근의 심리를 좀 더 복잡하게 그린다. ‘만약 저 사람이 이토가 아니면 어쩌지’라며 불안해 하다가 ‘이건(이토 암살) 내 탓이 아니야’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안중근의 영웅적 삶과 일대기를 부각시킨 여느 작품들과 이 뮤지컬이 다른 점이다.



 뮤지컬 장부가에는 영웅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안중근이 등장한다. 그의 가족과 주변 인물도 전면에 나온다. 아내인 김아려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남편이 마지막으로 고해성사를 할 수 있도록 애쓴다. 두 동생은 형이 사형선고를 받지 않도록 거짓 진술까지 한다. 차남 준생은 이토의 아들인 히로쿠니에게 사죄하는 굴욕을 당한다. 안중근의 영웅적 행동보다 그로 인해 가족이 겪어야 했던 고통에 초점을 둔 작품이다. 따라서 극은 사건 순서가 아닌 극중 인물들의 심리를 따라 흐른다. 시제 또한 현재와 과거, 미래를 넘나든다.



 무대도 실험적이다. 무대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객석이 있다. 관객들이 마주보고 앉아 공연을 보는 형태다. 연출을 맡은 김지욱은 “100년 전의 인물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공연장 출입구와 맞은편 문, 객석 사이 통로로 드나든다. 관객이 배우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 무대 디자인은 단순하다. 감옥, 법정, 안중근의 고향 집, 성당 등 여러 공간이 등장하는데 따로 무대 세트를 하지 않고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지극히 단순화한 무대지만 극을 이끌어가는 데 무리는 없다. 오히려 김아려가 성당을 찾아가 기도하는 장면, 미조부치가 안중근을 심문하는 장면 등에서는 극중 인물의 심리가 도드라진다.



 한국 모던 록의 선구자인 이승열과 뮤지컬 작곡가 조원영의 손을 거친 음악은 감각적이다. ‘테러범을 찾아라’ ‘군대해산’ ‘시가전투’ 등 긴장감 넘치는 넘버와 ‘그립지 않은사람’ ‘마지막 고해성사’ 등 애잔한 넘버가 조화를 이룬다. 피아노·바이올린·어쿠스틱기타로 구성된 밴드의 라이브 연주는 극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안중근을 바라보는 차별화한 시각, 실험적인 무대 연출, 젊은 감각의 안무와 음악은이 작품의 강점이다. 그러나 인물들의 고뇌와 갈등을 나열만 하고 깊이 파고들지 못한 점은 아쉽다. 주제가 산만해 보이는게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안중근과 천주교, 미조부치와 안중근의 관계 변화도 더 꼼꼼한 설명이 필요하다.



 안중근 역은 김찬·김성환·조태일, 김아려역은 장유희·조수정·박민지, 미조부치 역은 안덕용·유영진·김창회가 맡았다.



 10월 3일까지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 전석 4만원.

▶ 문의=02-747-5811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사진제공=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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