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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아삭, 한가위 한과 … 명인들이 밝힌 비법

『삼국유사』에 과(菓)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하니 우리의 과자도 천 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다. 이를 서양과자와 구별하여 한과라 한다. 순우리말로는 ‘과줄’이라 한다. 그 종류로 유과(산자, 강정류)·다식·숙실과·전과(정과)·엿강정·과편·유밀과 등이 있다.



한과의 특징은 오로지 곡물로만 오랜 시간 걸려 만든다는 것. 과자의 슬로푸드다. 한과에도 팔봉선생(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 나오는 빵의 명장) 같은, 솜씨로 소문난 명인들이 있다. 추석을 앞두고 손꼽히는 명인들을 찾아 한과의 맛과 솜씨에 대해 들었다.



글=윤서현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1 김규흔 명인의 부드러우면서 바삭한 꿀약과와 녹차가루·뽕잎가루·단호박가루 등을 넣은 손가락유과. 대추 잣 해바라기씨등을 고명으로 올린 꽃모양의 꿀약과는 파티 핑거푸드로도 좋다. 2 최봉석 명인은 튀밥·흑임자·참깨 3가지 고물을 입힌 산자만 만든다. 투박한 모양의 산자의 반을 가르면 뭉치거나 빈 데 없이 고르고 하얀 속살이 드러난다. 3 박순애 명인이 만드는 엿강정은 총 50여종에 이른다. 시어머니에게서 전수받은 것부터 박 명인이 직접 개발한 것까지, 모두 각기 다른 맛과 색을 자랑한다.
삭힌 찹쌀, 콩물로만 반죽

공기구멍 고루 나게 방망이질




산자 최봉석
최 선생의 산자는 손바닥만 한 크기에 투박하게 생겼다. 한 조각 집어 반을 가르면 파삭 소리를 내며 하얀 속살을 드러낸다. 뭉치거나 빈 데 없이 고르고 하얀 속살이 비누거품보다 더 곱고 포근해 보인다. 씹을 새도 없이 사르르 녹는다. 겉은 단단하고 바삭하며 속은 쫀득한 듯 부드럽다. 모양새처럼 맛도 우직하다.



강릉 최씨 16대 장손인 최봉석(67) 선생. 선생은 시조가 자리를 잡고, 16대가 500년을 넘겨 살아온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노동리에 살면서 집안 대대로 내려온 산자의 맛을 ‘명인의 맛’으로 이어가고 있다. “6대조 할아버님께서 정2품의 벼슬에 오르셨는데, 그때 한양 상류층 사람들과 어울리며 궁중의 산자 만드는 법을 익히셨대요. 그 방법이 대대로 전해 내려왔어요.”



이 산자가 세상 밖으로 나온 건 선생의 할머니대에 이르러서다. 할머님이 살림에 보탬이 될까 하고 산자를 만들어 주문진항에 들고 나가 고기랑 맞바꾸기도 하고, 시장에서 좌판을 벌여 팔기도 했다. 그게 갈골한과의 시작이다. 그러자 동네 여인네들이 너도나도 산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원도 사천면 노동리(갈골)는 한과마을로 불리게 되었다. 지금도 선생의 ‘갈골한과’를 필두로 50여 가구가 한과를 만들고 있는데, 집집마다 장맛이 다르듯 산자 맛도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기름이 귀하던 예전에는 뜨겁게 달군 굵은 바닷모래에 말린 찹쌀떡을 구워 부풀리는 방식으로 산자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 마을의 산자를 ‘모래산자’라고도 하였다.



“요즘은 오염되지 않은 굵은 모래를 구하기 어려워 ‘모래산자’를 만들 수가 없어요.” 2000년에 국내 최초로 한과 명인으로 지정된 선생은 그 대신 사천면 일대에서 나는 농산물만으로 전통 산자의 모양과 맛을 그대로 지켜가려 한다.



찹쌀을 보름 정도 삭힌 뒤 곱게 빻아 콩물로 반죽한다. 막걸리와 콩물을 섞어 쓰는 방법도 있지만, 최씨 집안에서 내려오는 방식대로 콩 삶은 물만을 쓴다. 이 반죽을 시루에 쪄서 작은 공기 꽈리가 일도록 방망이로 충분히 두들겨 준다. 이 꽈리치기를 충분히 잘해 주어야 ‘속 빈 강정’이 아닌 미세한 공기구멍이 고르게 퍼진 파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산자가 된다. 공기를 충분히 머금은 반죽은 얇게 펴서 찹쌀 편을 만들어 섭씨16도 정도의 그늘에서 말린다. 곰팡이가 슬지 않게 잘 말리려면 밤잠도 못 자고 수시로 뒤집어 주어야 한다. 손톱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바짝 말린 편을 적당한 온도에서 두 차례 튀겨 옥수수로 만든 조청을 바르고 고물을 입히면 ‘갈골산자’가 완성된다.



최 선생은 이 과정을 옛 방식 그대로 손으로 한다. 포장까지 완전 수작업이다. 기계에 의존하다 보면 본래의 맛을 잃기 십상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다보니 낱개로 포장도 안 되고 대량생산이 힘들어 주로 주문생산을 하고 있다. ‘갈골한과’에서는 튀밥·흑임자·참깨 3가지 고물을 입힌 산자만 만든다. 1㎏ 2만 8000원. www.galgol-sanja.com, 033-647-5830.






여러 겹의 네모진 ‘꿀약과’

밀가루·조청·쌀눈기름만 반죽




약과·유과 김규흔
“제가 약과 맛에 넘어가 결혼했다는 거 아닙니까.” 김규흔(54) 선생은 자취집 아주머니 소개로 한과공장 딸을 만났는데, 데이트 때마다 약과를 갖다 주었단다. 그 약과가 어찌나 맛있었던지 한 번 볼 걸 두 번 보고 하다 결국 결혼을 하고, 한과 만드는 일까지 하게 되었다. 1979년의 일이다.



그때까지의 약과는 밀가루에 참기름을 넣고 버무린 다음, 꿀과 기름으로 반죽하여 120~140도의 기름에 속까지 기름이 배도록 서서히 지져내는 것이었다. 한과의 매력에 빠진 김 선생은 당시 약과의 기름지고 진한 단맛 때문에 금방 질린다는 것이 아쉬워서 자신만의 약과 만들기에 고심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한입 크기의 정사각형 모양을 한 꿀약과다. 꿀약과는 패스트리처럼 층층이 결을 이루고 있다. 계피나 생강, 향이 강한 참기름을 넣지 않고 오로지 밀가루·조청·쌀눈기름만으로 만든다. 밀가루에 조청과 쌀눈기름을 고루 섞어 한참을 비비고 치댄다. 이 반죽을 밀대로 얇게 밀어 여러 겹 쌓은 후 정사각형 모양으로 잘라 100도와 160도의 유채기름에 두 차례 튀겨 낸다. 곧바로 옥수수조청과 꿀을 배합하여 끓인 청물에 담가, 벌어진 틈새로 청물이 잘 스며들도록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꿀약과는 옛 약과의 맛은 살아 있으면서도 기름지지 않다. 부드럽고 바삭하면서 옥수수조청과 꿀이 어우러진 단맛은 자극적이지 않다.



손가락유과는 산자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나 모양이 손가락처럼 둥글고 길다. 산자와 마찬가지로 찹쌀을 삭히고 가루를 내 쪄서 꽈리치기를 하는데, 김 선생은 이때 녹차가루·인삼가루·홍삼가루 등을 넣고 꽈리치기를 하기도 하고, 튀겨내 조청을 바른 뒤에 뽕잎가루·백년초가루·단호박가루 등을 입혀 독특한 풍미와 효능을 지닌 기능성 유과를 만든다.



이렇게 엄선된 재료와 수작업으로 만드는 꿀약과와 다양한 손가락유과는 김 선생을 명인으로 만들었다. 그는 2005년 약과와 손가락유과의 명인으로 지정됐다. 꿀약과 10개 2500원, 손가락유과 20개 8000원. www.shinkung.co.kr, 031-533-8020.






삶은 검은콩 얼린 뒤 볶아야

고추 넣은 물엿 쓰니 매콤달콤




엿강정 박순애
엿강정을 쉽게 말하면, 견과류나 곡식을 볶거나 찌고 말리고 숙성시켜 조청에 버무려 반대기를 지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썬 것이다.



2008년 엿강정의 명인으로 지정된 박순애(59) 선생은 34년 전 전남 담양으로 시집오면서 만드는 법을 배웠다. 그때 시어머니에게서 특별히 전수 받은 비법이 있다. 첫째, 검은콩은 삶아서 얼렸다가 사용하라는 것이다. “검은콩을 그냥 볶아서 만들면 너무 딱딱하거든요. 저희 시댁에서는 검은콩을 씻어서 물에 불린 후 이틀 동안 꽁꽁 얼렸다가 볶아서 엿강정을 만들었어요. 명태를 만드는 원리와 같은 거예요. 이렇게 콩을 얼렸다 녹이면 명태포처럼 푸석푸석해져서 너무 딱딱하지 않고 씹는 맛이 좋죠. 영양분은 그대로고요.” 선생의 녹녹한 검은콩엿강정은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좋고 고소하다. 두 번째 비법은 물엿을 만들 때 마른 붉은 고추를 넣는 것. 말린 고추를 넣어 만든 물엿으로 엿강정을 만들면 단 맛 뒤에 매콤한 맛이 은은히 감돌고, 고추에 들어있는 비타민도 섭취할 수 있다고 한다.



선생은 시댁의 엿강정 만드는 비법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것만이 아니라 나름대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탰다. 시어른들은 쌀·콩·깨로만 엿강정을 만들었지만, 선생은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고 보기에도 좋은 엿강정 만들기에 애쓴다. 현재 만드는 엿강정은 총 50여 종에 이른다. 유자청을 넣고 곤 엿으로 만들어 유자 알갱이가 박힌 유자엿강정은 유자향이 상큼하고, 쌀·아몬드·호박씨·땅콩·해바라기씨를 넣은 견과류 강정은 고소하고 씹는 맛이 좋다. 특히 쌀·보리·밀·흑미·율무로 만든 오곡강정은 요즘 다이어트용으로 인기 있는 영양바와 흡사하면서도 그것보다 덜 끈적이고 곡물의 맛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엿강정은 기름에 튀기지 않아 쉽게 변질되지 않는다. 공기 접촉을 막아 상온 보관하면 6개월간 두고 먹을 수 있다. 원하는 엿강정을 골라 500g 단위로 주문할 수 있다. 1㎏ 3만 5000원. www.damyang.co.kr, 061-383-8283~5.






명인들의 한과 배우고 싶으세요?



●김규흔 선생이 운영하는 경기도 포천 한과문화박물관 한가원에서는 ‘박물관 견학과 한과 만들기 체험’을 진행한다. 큐레이터와의 박물관 견학 후 전문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손가락유과를 만들어 보는 코스다. 입장료 외 별도의 체험비(1만 5000원)를 받는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각각 한 시간 동안 진행된다. 예약은 전화와 인터넷으로 받으며 최소 3~4일 전에 하는 것이 좋다. www.hangaone.com, 031-533-8121.



●최봉석 선생도 갈골한과체험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선생은 1시간 30분 동안 산자 만드는 법을 직접 시연하며 가르친다. 설날과 추석 기간을 제외하고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진행된다. 체험비 1만 5000원. www.강릉한과체험관.kr, 033-647-5830.   



·두 곳 모두 일회적인 체험 프로그램 외 한과전문가 양성 과정도 마련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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