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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흠만 없으면 돼” vs “얼마나 흠이 있는데”

“못생기고 돈 많은 여자, 예쁘고 돈 없는 여자, 누가 좋아?”



“얼마나 못생겼는데?”



국내 한 TV 코미디 프로 대사 일부다. 물론 웃자고 하는 얘기다. 하나 가만 생각해 보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선 대사에서 여자를 남자로 바꿔보시라. 그래도 답은 비슷할 거다. 오히려 “못생겨도 돈 많은 남자”라는 답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엔 외모야 성형수술이라는 비책(?)이 버티고 있지만 돈은 마음대로 안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대사를 다시 이렇게 바꿔보자. 그리고 회사 사장들에게 물어보자.



“흠 있고 능력 있는 사람, 흠 없고 능력 없는 사람, 누굴 뽑아?”



답은 역시 “얼마나 흠이 있는데?”일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도 배경이 있다. 정도의 문제이긴 하겠지만 흠은 회사 시스템이나 교육으로 통제하고 개선할 수 있지만 ‘무능’을 ‘유능’으로 바꾼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는 현실적 경험론이다. 더 겁나는 건 무능이 진화하면 회사를 거덜낸다는 거다.



마지막으로 사장들에게 했던 질문을 대한민국에 해보면 어떨까. 최근 있었던 국무총리와 장관들에 대한 국회 청문회는 “흠만 없으면 돼”라고 답했다. ‘능력 있고 없고’는 관심 밖이다. 의원 나리들의 질문이 그랬다. 총리 후보자에겐 “박연차를 언제 만났고 그에게서 돈을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고 했고 장관 후보자들에겐 “쪽방은 왜 샀으며 위장전입을 왜, 그리고 몇 번 했느냐”고 물고 늘어졌다.



총리나 장관이 어떤 자리인가. 현행 헌법은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장관이 통솔하는)행정각부를 통할(統轄)한다’(86조 2항)고 규정한다. 여기에 총리는 대통령 유고 시 권한대행 1순위자다. 한데도 청문회에서는 후보자들의 리더십, 행정능력, 대북관, 건강, 하다못해 외국어 능력을 확인하려는 질문조차 나오지 않았다.



인사청문회 도입(2000년 6월) 취지는 하나다. 고위 공직자의 국정수행 능력과 자질 검증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고배를 마신 고위공직 후보자 11명 중 본인의 순수한 행정능력을 검증당한 이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개인의 도덕성이나 친인척 흠에 발목이 잡혔다. 쪽방 사고, 뇌물 먹은 인사가 고위 공직자가 돼도 괜찮다는 얘기가 아니다. 후보자의 도덕성과 함께 능력도 같이 검증하라는 얘기다. 그래서 무능력 후보도 좀 가려 내라는 부탁이다. 분단국가에 온통 강국에 둘러싸인 한국 처지에서 한 명의 유능한 국가경영자 발굴이 얼마나 시급한 일인지도 알았으면 한다. 또 공직자 무능의 종점이 100년 전 경술국치였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조금 있으면 새 총리와 몇몇 장관 후보자가 내정되고 이어 청문회가 열릴 것이다. 내정과 검증 과정에 참고가 될 듯해 황희 정승 얘기를 소개한다. 조선조 최고 재상으로 평가받는 황희(黃喜·1363~1452)는 흠이 참 많았다. 그의 장자인 보신은 궁중 장물(贓物)에 손을 대 문초를 받은 적이 있고, 사위인 서달은 고을 아전이 “굽실거리지 않는다”며 잡아들이는 독직(瀆職)까지 범했다. 사건을 무마하려고 황희는 조사를 지연토록 청탁까지 했다. 이 정도로도 황희는 대한민국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는 ‘불가능’하다. 한데 그의 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세종의 왕위 계승을 반대하고 양녕대군의 승계를 주장하다 5년 동안 남원에 유배당하기까지 했다. 세종 입장에선 극형으로 다스려도 시원치 않을 대역죄로 몰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세종은 황희의 능력을 보고 그를 포용해 나라의 큰 재목으로 썼다. 조선조 500년 기틀이 세종 때 다져졌는데 그 뒤에는 18년 영의정을 지낸 황희가 있었다는 걸 부정하는 역사학자는 거의 없다.



칠순의 노재상 황희에게 세종이 궤장(股杖·의자와 지팡이)을 내리며 한 말이다. “경은 세상을 도운 큰 재목이며 지혜는 일만 가지 정무를 통괄하기에 넉넉하고…. 진실로 국가의 주춧돌이며 과인의 고굉(股肱·임금이 신임하는 충신)이노라.(세종실록 14년 4월 25일)”



최형규 내셔널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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