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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예상밖 열풍 … 제조사들 부품 못 구해 발 동동

“스마트폰 ‘베가’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부품 재고가 부족해 발을 구르고 있다. 국내외 공급업체에 찾아가 읍소하는 게 요즘 일상사다.”



“제발 살려 달라” “물건 없어 죄송”

휴대전화기 제조사인 팬택의 심규진 반도체 구매부장은 최근의 스마트폰발 부품전쟁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해외 부품사들이 선적일을 어기면 직원들을 (현지로) 급파한다. 달래고 으르고 그래도 안 되면 ‘살려달라, 이 부품 없으면 라인이 올스톱된다’며 간절히 매달린다”고 말했다. 관계 좋던 거래처가 “더 이상은 어렵다”며 안면을 싹 바꾸는 일까지 있단다. 그는 “나도 오늘(8일) 오후 싱가포르로 출장을 떠난다. 부장이라고 가만 앉아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말을 끊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직원들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로 상한가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품질 검사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여름휴가철에 이어 추석에도 공장을 완전 가동할 계획이지만 쏟아지는 주문을 감당하기 버겁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제공]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휴대전화기 제조사들이 심각한 부품난에 허덕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자 부품업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서다. 시장조사업체 한국IDC의 한인규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초만 해도 올해 스마트폰 시장 규모를 1억9000만 대 정도로 전망했었다. 한데 실제 판매 규모가 이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IDC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 전망치를 2억2700만 대로 확 늘려 잡았다.



최근의 부품전쟁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됐을 때 국내외 부품업체들이 생산라인을 축소하는 등 긴축경영을 한 탓도 있다. 당시 단말기 제조업체는 물론 패널·칩 등을 제공하는 부품사들은 지난해와 올해 생산량을 줄인다는 계획으로 직원을 내보내고 투자를 동결했다.



 그러나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이 세계적 히트를 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삼성·노키아·모토로라 등 글로벌 제조사들이 앞다투어 시장 확장에 나섰다.  



이로 인해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중요해지자 통신서비스 업체들도 부랴부랴 시설 확충에 나섰다.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 정보기술(IT) 산업의 ‘나홀로 호황’이 시작된 것이다. 그 후유증이 IT 부품 수요 폭증과 절대적 공급 부족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죽어나는 건 제조사 구매담당과 부품사 영업직원들이다. 특히 모바일용 칩과 휴대전화·태블릿PC의 디스플레이로 인기 높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의 상황이 심각하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는 세계 최대 OLED 생산업체다. 그럼에도 월 생산량(원판 패널 300만 개)은 주문량에 턱없이 못 미친다. 이 회사의 심재부 부장은 “지난해 여름만 해도 영업직원들 고생이 많았다. 관심 갖는 바이어가 적어 ‘이러다 큰일 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을 느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해가 바뀌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패널로 이 제품을 쓰기 시작하면서다. 심 부장은 “영업직원들은 이제 ‘드릴 물건이 없다’며 양해를 구하는 게 일이 됐다. ‘우리 물량까지 삼성전자에 다 주는 것 아니냐’며 화를 내는 고객사도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며 난감해했다.



더 고생스러운 건 ‘없는 물건을 구해 대야 하는’ 단말기업체 구매직원들이다. 익명을 원한 한 제조업체 구매과장은 “소용없는 줄 알면서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SMD에 간다. 커피 한잔 마시고 ‘봐달라’고 사정하고, 그렇게라도 안 하면 밥이 안 넘어간다”고 말했다. OLED 수급 문제가 심각해지자 급기야 제품 사용을 포기한 업체도 나왔다. 대만의 세계적 단말기 제조업체 HTC다. 이 회사는 최근 “전략 스마트폰인 ‘디자이어’와 ‘넥서스원’의 디스플레이를 OLED에서 수퍼 LCD(SLCD)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이통사 버라이즌에 안드로이드폰인 드로이드X를 납품하는 모토로라 또한 OLED 사용 중단을 선언했다. OLED 공급 부족 상황은 SMD가 라인 증설을 마치는 내년 여름께나 풀릴 전망이다.



수급의 어려움은 기타 부품류도 마찬가지다. LG전자는 지난 7월 한동안 부품 부족으로 스마트폰 ‘옵티머스Q’를 제때 생산 못하는 낭패를 겪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이 회사 관계자는 “아주 작은 부품 하나라도 부족하면 물건을 만들 수 없는 게 아니냐. 당시 이런저런 부품 공급이 간헐적으로 끊어지는 바람에 한동안 생산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정확한 수요 예측과 안정적 부품 수급이야말로 제조사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부품 업체도 걱정이 많다. 스마트폰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한 중소IT업체 대표는 “물건 사자는 곳이 많아 좋지만 한편으론 이 수요가 언제 또 확 꺼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IT 부품 시장은 부침이 커 당장의 활황만 믿고 설비를 늘렸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라며 “대기업이라도 고민은 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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