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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새터민 엄마의 '폭탄세일' 쇼핑기



“어휴~ 정신이 하나도 없습네다. 북에선 상상도 못하는 일 입네다.”



7일 서울 구로동 해피랜드 의류창고. 서울2년차 '새터민(탈북자)' 김 모씨(32.신월동)는 아기 옷을 싸게 파는 곳이 있다는 주변의 말을 듣고 3개월 된 아들을 업고 왔다 깜짝 놀랐다. 김 씨가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 일찍 가야한다는 말에 집을 나섰지만 도착했을 때 이미 100여명 넘게 줄을 서 있었기 때문이다.



오전 8시. 창고문이 열리자 회사측에서 나눠준 비닐 봉투를 받아 든 엄마들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닥치는 대로 옷가지를 봉투에 넣기 시작했다. 신발, 레이스양말 등 인기있는 품목들은 순식간에 동이났다. 창고 안은 이리 저리 뛰어나니는 엄마들로 북새통이었다.



'묻지마 쇼핑' 을 마친 엄마들이 한쪽 구석에 모여 앉아 옷을 점검하고 있었다. '창고세일' 은 행사기간 외엔 교환이나 반품, 환불이 되지 않는다. 엄마들은 일단 물건을 확보한 다음 필요없는 물품을 빼는 방식으로 쇼핑을 한다. 한 주부에게 “싸다고 너무 많이 사는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큰 봉투를 가리키며) 1년치 옷을 20만원에 산 건 횡재”라고 말한다.



새터민 김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기 옷을 비롯해 신발과 양말 등을 구입한 김씨는 "천리마 정신, 불굴의 정신을 발휘해 쇼핑을 했다" 며 만약 북에서 이런 행사가 있었다면 "사람들이 날아다녔을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부들의 쇼핑행태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사야할 물건의 목록을 꼼꼼이 적고 가격을 비교해가며 '알뜰쇼핑'을 했다. 그러나 요즘은 '70~90%'의 폭탄세일을 하는 곳을 찾아다니는 '팸셀족(패밀리 세일·재고품 창고개방)'이 늘고있다.



1997년부터 매년 추석을 앞두고 '창고개방 세일'을 하는 해피랜드 의류창고 에는 해마다 알뜰 주부들이 새벽부터 줄을 선다. 엄마들 사이에선 유아용품을 '착한 가격'에 ‘득템('물건을 주웠다는 뜻으로 게임에서 아이템을 얻었다는 말에서 나온 인터넷 용어)' 하는 날로 이름이 났다. '신상'은 아니지만 백화점에서 팔던 인기 상품을 최대 80%의 가격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피랜드 김용범 과장은 “4일간 하는 행사에 평균 3만 명 이상의 고객이 새벽부터 몰린다. 공지가 나가면 하루 2백여 통 이상의 문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세일 기간 중 13~15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창고개방 세일은 짧은 시간에 현찰을 확보할수 있는데다 재고 정리도 수월하다. 또 세일을 통해 높은 품질이 확인되면 결국 자사 제품을 다시 구매하는 '부메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찜질방에서 쉬다가 새벽 3시에 도착한 주부도 있었다. 수원에서 올라온 그녀는 일찍 도착해 "책한권을 읽고 나면 창고문이 열린다"며 나름대로 쇼핑 노하우를 공개하기도 했다. 해마다 이곳에 온다는 그녀는 “일단 물건을 확보한뒤 꼼꼼이 살펴보고 맘에 안 들면 계산할 때 빼면 된다. 유행을 타지 않는 옷을 고르는 게 제일 중요하다. 목표없이 주워 담다 보면 '지름신'이 내려와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언제 어디에서 '패밀리 세일'을 하는지 '안테나'를 세우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창고 개방 세일'은 해피랜드를 비롯해 경기도 과천 코오롱타워, 서울 신원동 신원빌딩, 수송동 제일모직, 서빙고동 비비안에서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글·영상 이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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