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현장 모르면 회사 몰라 새내기 지방 발령 확산

포스코 신입사원 김신아(왼쪽)씨가 전남 광양제철소에서 선배로부터 열연강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포스코는 신입사원 전원이 6개월 간 현장에서 근무한다. [포스코 제공]
김신아(24·여)씨는 올 1월 포스코에 사무직(재무담당)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그런데 입사 교육을 받은 후 줄곧 전남 광양제철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6개월~3년 공장·영업점에

포스코가 올해부터 신입사원 전원을 6개월 동안 포항·광양제철소 등 현장에서 근무토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 사무소로 정식 배치를 앞둔 그는 “6개월 동안 제철소에서 일해보지 않았다면 회사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었고 회사에 대한 자긍심도 생겼다”고 말했다.



갓 입사한 직원들을 공장·영업점 등 현장에서 일정 기간 근무토록 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사무직 신입사원도 현장에서 통상 적게는 6개월에서 많게는 3년 정도 근무한다. 신입사원 현장 근무가 철강·조선·전자·정유·건설·이동통신·항공·유통 등 업종을 불문하고 확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기업들이 현장을 중시하면서 생겨난 움직임이다. 현장에서의 작은 사고가 회사에 큰 피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먼저 현장을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김용순 대한항공 인재개발실장은 “주어진 업무만 알고 현장에 대해 알지 못하는 직원은 반쪽짜리나 다름없다”며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업무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신입사원을 현장으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11월 GS칼텍스에 입사한 조원서(28)씨는 “강의실에서 교육을 받을 때보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회사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며 “왜 현장이 중요하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신입사원들도 있다. 지난해 SK텔레콤에 입사해 지방 영업점에서 일하고 있는 김모(27)씨는 “어디서든 근무할 각오로 입사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언제 본사(서울)로 올라가는 것인지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취업 준비생 4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갑자기 연고가 없는 지방에서 일하게 된다면 퇴사하겠다’는 응답이 28%(115명)였다.



그럼에도 신입사원 현장 근무는 확산될 전망이다. 기업들이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해내는 강한 직원을 원하는 데다 본사와 현장, 사무직과 생산직의 소통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성 롯데백화점 인사담당 과장은 “현장에서 일하면서 사내 의사소통 능력, 리더십, 서비스 마인드 등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 근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전공이나 직무·성별에 관계없이 취업 후 적어도 1년은 현장에서 뛸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치열한 생산·마케팅 전장서 고객 목소리 가슴에 담아라



“현장에서 느끼고, 배워라.” 최근 대기업들이 신입사원에게 강조하는 것이 ‘현장’이다. 신입사원들이 입사하자마자 제철소에서, 이동통신 영업점에서, 백화점에서, 공항에서 일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사무직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입사하자마자 책상에 앉아서 업무를 배우기보다 실제 현장 근무가 중요하다는 회사의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앞으로 대기업에 들어가는 신입사원들은 전공이나 직무·성별에 관계없이 공장이나 영업점 등 현장에서 근무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포스코는 신입사원 전원이 포항·광양 등 제철소에서 6개월 동안 현장 근무를 해야 한다. 2008년까지는 6주 동안 현장에서 근무하는 것이 전부였다. 여기에는 현장·고객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인재관이 숨어 있다. 포스코 입사 후 30년 넘게 현장에서 보낸 정 회장은 “현장에서 고객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정 회장이 지난해 2월 취임 후 가장 먼저 들른 곳도 현장이었다. 남은실 포스코 인사담당 과장은 “현장을 제대로 배워야 어떤 업무도 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신입사원의 현장 근무기간을 6개월로 늘렸다”며 “현장 근무를 하고 나면 사내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사무직의 경우 6개월, 엔지니어의 경우 1년 동안 현장에서 근무해야 한다. 현장에선 주유소에 파견돼 4주 동안 일하는 경험도 하게 된다. 이병찬 GS칼텍스 인사지원팀장은 “정유사는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365일 공장이 문제없이 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공장에 대해 아는 것이 기본이라는 판단에서 현장 근무를 시킨다”고 말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도 신입사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장 근무를 통해 배운 고객·현장 중심의 마음가짐을 잃지 말라”고 강조한다.



현장을 중시하는 곳으로는 건설사를 빼놓을 수 없다. 사업 특성상 매출 대부분이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건설부문) 신입사원은 2년 이상 현장 근무를 해야 한다. 지난해 2월 입사한 신입사원 중 서울·경기 지역을 제외한 지방에서 근무하는 사원이 50%다. 삼성물산 인사담당 관계자는 “제조업의 경우 생산공장이나 연구소가 있는 특정 지역에서 근무하는 데 비해 우리는 100곳이 넘는 전국 곳곳의 건설 현장에 투입돼 일하는 게 특징”이라며 “여성의 경우에는 서울·경기 지역이나 연고지 인근으로 배치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지방뿐 아니라 해외로도 신입사원을 보낸다. 지난해 입사한 신입사원 220명 중 20명은 해외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현장 의무 근무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통상 2년 정도 근무해야 한다. 박세원 현대건설 인사담당 차장은 “현장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직원들과 생활하며 사업을 관리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은 “전문분야 지식만 아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현장에 대해 폭넓게 아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신입사원 김영광(오른쪽)씨가 부산점 남성복 매장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신입사원 전원을 영업점에 배치해 1년 이상 반드시 근무토록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서비스 업종도 예외는 아니다. ‘현장’과 ‘고객’이 가장 중요한 업종이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롯데마트 신입사원의 경우 1년 이상 전국 각 점포에 배치돼 물건을 나르는 일부터 매장을 관리하는 일까지 다양한 형태의 일을 한다. 지난해 8월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부산점에서 일한 김영광(26)씨는 “매장을 직접 관리해 보면서 고객 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의 경우 임원 중 80% 이상이 점포 근무 경력이 있을 정도로 현장 근무를 높이 평가한다.



대한항공 신입사원도 마찬가지다. 본사는 서울 공항동에 있지만 최소 2년간 인천·김포공항이나 콜센터 등에서 고객 서비스 업무를 해야 한다. 김용순 대한항공 인재개발실장은 “대표적 서비스 업종인 만큼 현장에서 고객에게 서비스를 해봐야 업무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입사한 신입사원 중 58%가 현장 근무를 하고 있다. 보통 3년 정도 지방 영업점 등 현장에서 근무해야 한다. 마케팅 경쟁이 치열한 통신업계 특성상 영업점에서 근무해 봐야 한다는 회사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어떤 현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야생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해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김기환 기자






지방근무 신입사원에 KTX표에서 미팅까지 … 지원도 다양



GS칼텍스 신입사원들이 미팅 이벤트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방에서 근무하는 신입사원들을 위해 올 5월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에서 미팅을 시켜줬다. [듀오 제공]
GS칼텍스 신입사원 공두형(28·가명)씨는 지방의 한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올 4월 회사 인터넷 게시판에 들렀다가 공지사항을 보고 깜짝 놀랐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남자 신입사원들을 위해 미팅을 시켜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회사가 현장 근무 신입사원들을 위해 결혼정보업체와 손잡고 미팅 행사를 주선한 것이다. 조씨는 5월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미팅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회사 동료들과 미팅을 나가 즐거운 경험이었다”며 “현장 근무가 쉽지 않았는데, 회사에서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써 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신입사원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한창이다. 특히 연고가 없는 지방에서 일하게 된 신입사원들을 위해 각종 복지제도를 마련했다. 이직률은 낮추고, 회사에 대한 소속감은 높이기 위해서다.



사택(기숙사) 지원은 기본이다. GS칼텍스·롯데백화점 등 대부분의 기업이 회사에서 월 1만원 이내의 비용으로 사무실 근처 사택에 머물 수 있도록 해 준다. 롯데마트의 경우 지방에 부임했을 경우 통상 월급의 50% 정도를 정착 지원금으로 준다. GS건설·신세계는 이사비용 일부를 지원해준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교통비도 지원해 준다. SK텔레콤의 경우 월 4회 KTX로 서울을 왕복할 수 있는 교통비를 지급한다. 대한항공은 서울에서 인천공항으로 출퇴근하는 직원을 위해 공항버스를 탈 수 있는 교통비를 제공한다.



김기환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