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2010 중앙글로벌 포럼 - 한·중·일 국제 전문가 특별좌담

참가자 :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옌쉐퉁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장, 후나바시 요이치 아사히 주필



동아시아 정세를 논하다
후나바시 “중국은 김정은 후계 승인, 북한은 유연해지겠다 약속”
옌쉐퉁 “6자회담 열리고 돈 쏟아부어도 북한은 절대 핵 포기 안해”

한반도 주변 사정이 급박한 시기에 중앙글로벌 포럼에 외국의 많은 학자와 언론인들이 참석했다. 그들 중 중국 칭화대의 옌쉐퉁(閻學通) 국제정치학 교수와 일본 아사히신문의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 一) 주필은 대표적인 동북아·한반도 전문가들이다.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이기도 한 옌 교수와 후나바시 주필을 초청해 열린 70분 좌담에서 남북 간, 미·중 간 긴장관계의 해소 전망과 김정일의 최근 방중 목적·성과를 들었다.



중앙 글로벌 포럼에 참석한 옌쉐퉁(閻學通) 중국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장,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후 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 일본 아사히신문 주필(사진 왼쪽부터)이 최근 동북아 정세에 관해 대담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김영희 대기자=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8월 말 중국 방문의 목적은 ▶후계자로 세우고 싶은 셋째 아들 김정은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얻고, 대규모 경제지원을 받아 ▶숨막히는 천안함 사태를 넘어서려는 데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 김정일은 그 목적을 달성했습니까.



옌쉐퉁 소장=지난 5월에 방중했던 김정일 위원장이 3개월 만에 다시 중국을 방문한 점에 주목합니다. 김 위원장이 권력을 유지하고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데 중국의 지지가 필요했다고 해석해요. 김 위원장의 힘만으로는 매끄럽게 후계구도를 만들어낼 수 없어 권력이양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김 대기자=그 지원이라는 게 권력세습에 대한 승인(endorse)입니까.



옌쉐퉁=중국 정부뿐 아니라 그 누구도 북한의 후계 승인을 보장하거나 약속할 수 없어요. 중국은 후계 문제에 대한 북한 노동당의 결정에 대한 일반적인 지지를 보낸 것 같아요. 중국이 김 위원장 가족 내의 권력 이양을 보장해줄 거라고 보지 않아요. 그건 중국이 보장해줄 수 있는 게 아니지요.



김 대기자=후나바시 주필은 베이징에서 서울로 바로 왔는데 김정일의 방중 성과를 어떻게 봅니까.



후나바시 주필=김정일 방중의 첫째 목표는 북한 내부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첫째, 중국이 김정은을 후계자로 사실상 승인(de facto endorsement)했다는 거죠. 김 위원장이 식량이나 다른 형태의 지원을 중국으로부터 받아낸다면 그게 윤활유 작용을 해서 결과적으로 후계구도를 승인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중국 후진타오 주석이 명백하고 구체적으로 지원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중요한 건 일정한 지원을 분명히 약속했다는 것이고, 김정일은 그걸 김정은에로의 권력이양을 암묵적(tacit)으로 동의해준 걸로 간주했을 걸로 봐요. 이게 가장 중요해요. 그래서 그의 방중은 성공했어요. 김정일은 북한 주민들의 신뢰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김일성 주석의 유적지를 순례하여 자신의 정통성을 다시 과시하려 한 거죠.



김 대기자=김정일도 후진타오에게 뭔가 약속했을 것 같은데.



후나바시=김정일 위원장은 앞으로 미국·한국 등에 더 유연해지겠다, 6자회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들었어요. 경제개혁을 더 해서 경제를 되살리겠다고 말도 했다는 겁니다. 북한이 그런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적지만 김정일이 그런 태도와 제스처를 취했다는 건 매우 중요해요.



옌쉐퉁=김정일 위원장이 이번에 베이징에는 가지 않았다는 게 매우 중요한 신호입니다. 김-후진타오 회담이 베이징이 아닌 데서 이뤄진 게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해요. 김 위원장은 그가 원한 걸 얻어냈을 걸로 봅니다.



후나바시=동감입니다. 후 주석이 김 위원장을 만나러 베이징이 아닌 곳으로 이동했다는 점은 김정일에겐 매우 유효한 정치적인 의미이며 북한 내부에 ‘후 주석이 나를 이 정도로 충분히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어요. 김 위원장이 평양에 체류 중인 카터 전 미 대통령을 만나지 않고 중국행을 택한 것은 김 위원장이 중국에 ‘미국보다 중국을 훨씬 더 존중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매우 잘 조율된 제스처라고 봐요.



김 대기자=옌 소장은 카터 방문을 어떻게 해석합니까.



옌쉐퉁=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의 정식 초청장을 받고 갔는지 확실치 않아요. 초청의 주체가 김 위원장이 아닌 북한 외무성일 수 있어요. 북한이 카터 전 대통령에게 김정일 위원장과의 만남을 보장하고 초청을 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사전에 보장되지 않아도 만남이 이뤄지는 게 관행이긴 했어요. 1994년 카터 자신이 그랬고 지난해 클린턴이 그랬어요.



김 대기자=김 위원장이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의도적으로 이용했을 가능성은 없나요.



옌쉐퉁=가능한 얘기죠. 김 위원장은 북한의 주민들에게 ‘우리의 친구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메시지를, 미국에는 ‘나는 미국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낸 거죠. 김정일은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믿어요.



후나바시=지난 10년간의 패턴을 보면 미국의 중간선거가 다가오는 시점에 북한의 지도부는 미국 지도부와 대화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어요. 미·중 관계가 악화될 경우 김 위원장은 중국에 더 다가가고 관계가 개선되면 미국에 더 다가갔어요. 이게 카터 방북의 미리 조정된 배경이 아닐까 생각해요.



김 대기자=중요하고도 흥미로운 관측입니다.



옌쉐퉁=김정일이 6자회담 재개에 유연성을 보이는 이유는 가까운 시일 안에 6자회담이 재개될 희망이 전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천안함 사건 후 한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선 북한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조건을 내걸었어요. 북한은 매우 영리해서 공을 한국에 넘긴 거죠. 6자회담이 이 상태에서 그냥 재개되면 한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고 재개되지 않으면 한국의 탓으로 돌리겠다는 계산으로 보여요.



김 대기자=북한의 사과를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한국 정부가 최근엔 병행 가능하다고 한발 물러선 느낌입니다. 북한도 그걸 알고 있겠죠. 이번에 6자회담 재개 이야기는 김정일과 후진타오 중에서 누가 먼저 꺼냈을까요



후나바시=내가 보기엔 중국입니다.



옌쉐퉁=같은 생각입니다.



후나바시=중국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 사과를 하라고 종용했을 수도 있어요. 김정일은 북한이 6자회담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되 애매한 조건을 걸고 가면 중국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을 거란 점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러나 한국과 미국에는 6자회담 재개가 강력한 인센티브가 못 됩니다. 따라서 6자회담이 그렇게 빨리 열리지는 않을 거라고 봐요.



옌쉐퉁=6자회담의 이슈를 주도한 건 중국입니다. 최근 우다웨이 중국 측 한반도특별대표가 각국을 돌며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어요. 중국은 재개를 원해요. 지금까지는 6자회담이 열리지 않은 책임을 천안함 사건에 미뤄버렸어요. 중국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문제라는 식으로요.



김 대기자=김정일 방중 직후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 추가 제재를 발표했습니다. 따라서 6자회담 재개가 빨리 되지는 않을 것 같고, 열리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옌쉐퉁=북핵 협상을 볼 때 6자회담이 북한 비핵화에 초점이 맞추어진다면 목적을 달성하긴 어려워요. 대부분의 사람은 경제원조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데 그건 틀린 분석입니다. 아무리 많은 돈을 북한에 쏟아부어도 북한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김 대기자=그러니 경제원조만 가지고는 안 되고 평화협정과 북·미관계 정상화가 보장되어야 북한이 핵 포기를 고려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는 거죠.



옌쉐퉁=맞습니다.



후나바시=미국은 시간이 갈수록 북한과의 협상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어요.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요소가 북한의 후계 구도죠. 김정은이 만약 후계자로 지정이 된다면 그는 핵능력을 물려받을 것이고 그것을 쉽게 버리지 못할 겁니다. 아버지의 선물이자 아버지 세대의 노고로 얻어낸 산물이기 때문이죠. 김정은은 쉽게 결정을 못 내릴 것이고 북핵은 점점 더 신성시될 겁니다. 아버지의 유산을 다른 것과 쉽게 바꾸진 못할 거라는 말이죠. 안보가 담보가 된다고 하더라도 어렵다고 나는 봐요. 굉장히 복잡하고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김 대기자=그렇다면 비핵화는 이제 비현실적인 목표가 되어 버린 건가요.



옌쉐퉁=상황에 달렸어요. 북한에 정권교체가 일어나면 가능할 수 있어요.



김 대기자=협상을 통해서는 불가능하다는 말인가요.



옌쉐퉁=6자회담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는 너무 야심 찬 얘기죠.



후나바시=나도 그렇게는 되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북한의 경제 위기, 정권의 총체적 난국 속에서 북한의 권력승계가 성공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어요. 미래에 그 정권은 무너질 가능성이 커요.



김 대기자=만약 북한에 급변 사태가 일어나 하룻밤에 정권이 붕괴된다면.



후나바시=세계의 어떤 관련국에도 거기에 대한 게임 플랜이 없습니다. 이제 관련국들이 막후에서 조용히 시각을 바꾸어나갈 필요가 있어요. 급변사태가 일어난다면 첫째, 미국은 특히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며, 둘째, 유엔 안보리가 그 문제를 다루는 주체가 돼야 하고, 셋째, 한국 정부는 북한 상황에 대해 섣부른 개입은 삼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북한도 독립적인 주권국가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있어요.



옌쉐퉁=급변사태가 일어날 경우 유엔의 개입이 필요해요. 북한은 주권국가라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돼요. 북한을 존중해야 해요. 그래서 유엔이 나서는 게 맞습니다.



김 대기자=화제를 천안함 이후 고조된 동북아의 긴장으로 돌려보죠. 김정일이 방중 당시 더 유연성을 보이겠다고 약속했다면 현재의 긴장국면이 해소될 수 있습니까.



후나바시=불행히도 천안함 사건은 남북 간뿐 아니라 미·중 간의 긴장도 고조시켰어요. 바람직하지 않은 방식으로 일이 진행됐어요. 한·미 연합훈련이 중국에 강한 메시지를 주려고 기획되었다고 보지 않지만 중국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강한 어조로 비판을 했습니다. 중국은 서해를 자기들의 앞바다라고 간주해요. 천안함 사건에서는 모두가 패자입니다.



옌쉐퉁=내 생각은 달라요. 미·중 간 긴장은 어차피 언젠가는 반드시 생길 일이었어요. 항상 있는 긴장의 하나입니다.



후나바시=그렇기도 하지만 한반도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지정학적 장소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죠. 잘못 다루면 매우 악영향을 줄 수 있어요.



김 대기자=지금의 남북 간 긴장은 미국과 중국이 풀어야 합니까.



옌쉐퉁=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김 대기자=6자회담이 재개되면 무엇을 논의할 수 있습니까.



옌쉐퉁=6자회담은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6자회담이 없었다면 북한은 3차 핵실험을 했을 겁니다.



후나바시=두 번의 핵실험은 북한이 이미 6자회담을 시작한 후 감행한 겁니다. 핵실험 예방책으로서의 6자회담엔 희망이 없다고 봐요.



옌쉐퉁=6자회담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어요. 북한은 NPT에 가입하겠다고 스스로 선언했지만 1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그후에 NPT에서 탈퇴했어요. 6자회담도 비슷해요. 6자회담이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건 6자회담을 실제적으로 무의미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와요. 6자회담을 성공시키려면 북한을 회담 멤버로 확실히 굳혀야 합니다.



정리=전수진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



일본 아사히신문 주필, 아사히신문 베이징·워싱턴 특파원, 미국 총국장 역임. 저서로 『김정일 최후의 도박』 등.



옌쉐퉁(閻學通)



중국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장, 미국 UC버클리대 정치학 박사로 중국 국제정치학회지 편집장 겸임, 중국 국제정치학계의 거물.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