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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책상머리보다 현장이 중요하다

동화작가 김향이(58)씨는 지난 5월 서울 원신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어린이들에게 책 읽기에 대한 강연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 학교는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였던 난곡 인근에 있다. 현재 난곡엔 대규모 재개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지만 개발에 밀린 서민들은 주변에 흩어져 산다. 이 학교도 학생 중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자녀들이 30% 정도나 된다.



김씨는 이날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아이들은 이 학교 조남기(57) 교장선생님을 마치 친할아버지 대하듯 했다. 한 아이는 책가방 지퍼가 망가졌다며 교장선생님에게 달려왔다. 전혀 스스럼이 없었다. 김씨는 “지퍼를 고쳐주는 선생님과 이를 바라보는 아이의 표정이 마치 할아버지와 손녀의 관계처럼 정겨웠다”고 했다.



강연을 끝내고 교장실에서 담소를 나누는데 아이들이 들어왔다. 이 학교 졸업생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교장선생님을 찾아온 것이었다. 아이들 손에 들려 있는 선물은 컵라면이었다. 이처럼 평소에도 아이들이 교장실을 제집같이 들락거린다고 했다.



조 교장은 학생들의 교육과 복지를 위해 열성을 다했다는 평가를 교내외에서 받았다. 학교 곳곳의 자투리 공간에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들었다. 형편상 학원에 못 가는 아이들을 위해 오후 9시까지 방과후 교실을 열었다.



그는 지난 1일 동작·관악구를 관할하는 동작교육장에 취임했다. 인사가 나자 서울교육청 내부는 술렁거렸다. 전혀 예상 밖의 인사였기 때문이다. 우선 조 교장은 장학사·장학관 등 교육청의 ‘전문직’을 거치지 않았다. 본청에서 인사·예산 등 행정을 다뤄본 경험이 없다는 뜻이다. 그는 또 초등학교 교장 출신이다. 서울교육청 역사상 초등학교 교장이 전문직을 거치지 않고 교육장에 오른 전례가 없다고 한다.



그는 약 35년간의 교직생활 대부분을 구로·관악·영등포구 등 교육여건이 열악한 지역에서 보냈다. 비주류가 관내 초·중학교 업무와 교원 인사를 총괄하는 교육장 자리에 오른 셈이다.



반면 이번 인사에서 장학관 17명이 비선호 지역의 초·중·고 교장으로 발령받았다. 이들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들에 배치됐다. 지금까지 본청의 장학관은 강남 지역 교장이나 교육장 등으로 영전하는 게 관례였다. 이 때문에 교육청 일부에선 “인사에 원칙이 없다”는 반발도 있었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들은 유능한 교육행정가 이전에 진정한 교육자들을 원한다. 교육행정가도 행정경력보다 현장실적이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 특히 장학사·장학관이 대부분 강남 지역 교장으로 가는 인사관행은 바뀌어야 한다. 본청의 전문직들이 선호지역 교장으로 가서 공교육을 확 살렸다는 얘기를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지난번 서울시 교육청 인사 비리에서 봤듯이 이 같은 관행에서 부정부패가 잉태했다.



이 참에 열악한 지역 학교로 발령 난 장학사와 장학관 출신들은 생각을 다시 해야 한다. 현재 여건이 안 좋은 학교는 바꿔 보면 발전 가능성이 높은 학교다. 물먹은 게 아니라 자신들의 행정능력을 현장에서 검증받을 기회를 잡았다고 역발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철근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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