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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해 긴급지원 요청해온 북한에 쌀 보내자

북한이 쌀과 시멘트, 중장비 등 수해복구 물품 지원을 공식 요청해왔다. 대한적십자사가 라면과 응급의약품 등 100억원 규모의 긴급 수해지원 의사를 밝힌 데 대해 품목을 고쳐 요청한 것이다. 쌀에 대해선 정부가 ‘절대 지원 불가’ 입장이었으나 북한의 요청이 있은 지난 주말부터 융통성을 보이고 있다. 민간의 대북 쌀 지원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통일부 고위당국자가 밝혔다. 여기에는 북한이 대승호 선원 7명을 억류 한 달 만에 돌려보낸 것도 고려되는 분위기다. 이 같은 작은 물꼬가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해빙(解氷)하는 계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북한이 요청한 물품 중 식량과 응급약품은 인도적 차원에서 우선 지원하는 게 맞다고 본다. 기왕에 대한적십자사가 100억원 범위에서 지원하겠다고 제안한 만큼 이를 즉각 실행에 옮기면 된다. 시멘트와 중장비 등은 품목에 따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제재범위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여러 전략적 고려를 짚어본 뒤 이 또한 전향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인도적 지원에 조건을 다는 건 명분이 약하겠지만 남북 간 실무 접촉 과정을 통해 천안함 사건의 해명·사과 등 뒤처리 문제도 타진해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공식적인 지원 요청은 드문 일이다. 특히 현 정부 들어서 비공식적 요청은 있었지만 정상회담 개최와 연계하는 등 대가를 바라는 성격이었다. 그만큼 북한 사정이 다급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 실행, 우리와 국제사회의 지원 축소로 고통이 더욱 심해졌을 것이다.



북한의 공식 요청에는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어 보겠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했을 수 있다. 북한으로선 가중되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몹시 고통스러울 것으로 짐작된다. 권력세습을 진행하면서 최악 상황에 빠져 있는 남북관계나 국제관계를 마냥 방치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들을 지혜롭게 활용한다면 남북 문제의 희망적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지금처럼 남북 당국의 모든 채널이 차단된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다. 한반도 통일은 국민적 염원이다. 비록 지금은 핵실험에 이은 천안함 사건의 후폭풍으로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돼 있지만 남북 간 화해와 평화적 교류에 대한 바람은 각종 여론조사가 뒷받침하고 있다.



전임 정부 시절 대폭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이른바 ‘선군정치’를 통해 대남·대외 군사적 위협의 강도를 높여왔다. 그런 태도가 한순간에 바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더라도 끈질긴 설득 노력을 중단해선 안 된다. ‘퍼주기’ 논란이 재연(再燃)돼도 안 되지만 지금처럼 압박 일변도로 가는 것도 국민적 염원과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쌀 지원을 통해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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