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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너희가 진정 R&D를 아느냐

‘작전이 필요할 때 작전을 세우는 것은 꽃이 필요한 순간에 꽃씨를 뿌리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구절을 본 적이 있다. 꿈을 가진 사람은 훗날을 위해 땅속에 미리 귀한 씨앗을 묻어 놓아야만 한다는 말이다.



기업에 있어서 미래의 열매를 위한 귀한 씨앗을 심는 과정이 연구개발(R&D)이다. 뿌리 없는 열매가 없는 것처럼 R&D라는 기본적인 준비작업이 없는 기업에는 성장하는 미래도 당연히 없다.



R&D는 기초연구부터 아이디어의 탐색·평가, 제품화, 생산, 마케팅, 판매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다 포함하는 말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R&D 풍토는 창조적 의식과 기본 과정은 무시하고 ‘더 싸게, 더 빨리’라는 생산기술 확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모습이다. 좋은 나무를 키워내기 위해 기초가 되는 씨앗과 뿌리에는 관심도 없이 눈에 보이는 줄기만 잘라 심어 놓고 남보다 더 큰 열매를 따겠다는 시도다.



한국의 R&D가 ‘앵벌이’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의 도전정신, 전 직원의 ‘혼’이 담긴 명품을 만들어 내는 벤처기업의 열정, 세상에 없던 것을 창조해 내기 위한 실패와 도전의 과정이 진정한 R&D의 모습임을 모두 간과하고 있다.



R&D의 상징이라는 벤처를 놓고 보자. 국내 중소벤처의 70% 이상이 사업 목표를 대기업과의 협력에 맞추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생협력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대기업 사업의 부품처럼 움직인다면, 벤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도 가치 없이 대기업의 히트상품 속에 묻히기 일쑤다.



거대한 조직에 싸인 대기업보다 중소·벤처 기업이 오히려 ‘창조적 명품’을 만들기에는 더 적합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국가 차원의 R&D 계획과 지원을 통해 애플과 구글 같은 세계적 기업을 육성한다면서도 실상은 창조적 원천기술 마련보다는 대기업의 생산기술, 원가 절감에 관심도가 높다는 말이 있다.



국내 벤처의 성공사례가 미국이나 선진국에 비해 적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기업 중심의 R&D 계획에 정조준돼 있는 중소 벤처기업의 노력이, 인력이동에서 시작해 최종적으로 기술유출로 이어지면서 경쟁력을 쌓기도 전에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얼마 전 차세대 성장사업에 대한 대기업의 대대적인 투자결정으로 대규모 채용계획이 발표되자 벤처·중기에서는 전반적인 산업의 저변이 넓어진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잘 키워온 인재들이 이직할까 두려움이 많다고 한다. 이처럼 기초기술을 연구하고 원천 기술개발에서부터 융합을 적용할 수 있는 벤처기업의 인재들이 근본적 의미의 ‘창조하는 R&D’에 몰두할 기회를 잃고, 개별 산업을 위한 단기적 성과 창출을 위한 도구로만 활용되는 구조는 분명 큰 문제다. 이래서는 대한민국에 진정한 의미의 R&D가 꽃을 피울 수 없다. R&D는 새로운 세상 위에 없던 길을 발견하고 만들어 나가는 창조의 과정이다. 없는 것을 만들어내고, 안 되는 것을 되게 한다는 도전정신과 기술 저변확대가 대한민국 R&D의 중심이 돼야 한다.



생산 중심에서 개발 중심으로, 창업과 창조적 명품을 확산시켜 나가는 방향으로 R&D의 기본 목표가 옮겨져야 한다. 70% 이상의 중소벤처기업이 대기업에 납품하는 데 목표를 세우고 있다면 이미 국내 대부분의 기업이 글로벌 선두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상실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기업에 벤처라는 이름을 붙일 순 없다. 첨단기술과 아이디어를 개발해 세계시장에 도전하고,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산업의 창출로 소득 3만 달러 시대로의 진입을 가능케 하는, 창조적 명품을 만드는 기업이 대한민국 벤처와 R&D의 중심으로 떠올라야 한다. 선두기업을 따라잡겠다는 목표가 아닌, 모든 기업을 뛰어넘는 1등이 되겠다고 마음먹어야 한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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