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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백팩 지존’ 2차 타이틀매치

1990년대 중·후반 한국의 ‘국민가방’이라면, 단연 ‘이스트팩’과 ‘잔스포츠’였다. 중·고·대학생을 막론하고 거리를 오가는 젊은이 십중팔구는 이 두 가방을 메고 있었다. 96년 11월 한 뉴스통신사가 “요즘 대학생 열에 일곱 여덟은 이스트팩·잔스포츠 등 외제상표 가방 멘다”는 기사를 썼을 정도였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이들 캐주얼 가방 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온 시점은 94년.

불과 2년 만에 국내 시장을 석권했던 것이다. 하나 ‘이스트백’ ‘존스포츠’ 등 짝퉁가방에 밀리고, 당시로선 눈에 띄게 세련된 ‘루카스백’의 추격에 쫓겨 어느 순간 밀려났다. 그리고 2010년 가을, 왕년의 국민가방이 돌아왔다. 그것도 한층 젊어진 모습으로. 촌스럽고 고지식한 초등학교 동창이 ‘훈남’이 돼 돌아온 기분이랄까.

글=이진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일러스트=강일구

중학생 아들을 둔 김민호(43)씨는 얼마 전 “이스트팩을 사 달라”는 아들의 부탁에 깜짝 놀랐다. 아들 말에 따르면 “요즘 친구들 절반 이상이 이스트팩을 들고 다닌다”는 것이다. 김씨는 지갑을 열면서도 모처럼 흐뭇했다. 대학생 박지윤(26)씨는 지난봄 유럽 여행길에 다채로운 패턴의 이스트팩 가방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초등학교 때 봤던 대학생 형들의 천편일률적인 가방이 아니었던 까닭이다. 혹시나 시대에 뒤떨어질까 망설이다 귀국길 면세점에서 구입해 온 가방은 최신 유행 아이템이 됐다. 박씨는 “아웃도어 룩과 스트리트 패션이 젊은이 사이에 퍼지면서 젊은 감각을 반영한 이스트팩이 다시 인기를 모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스트팩, 스타 디자이너와 협업으로 더 세련되게

백군! 영국의 신예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섀넌과 함께 만든 올 봄·여름 스페셜 이스트팩. 청군! 전통적인 백팩 디자인을 본뜬 잔스포츠 헤리티지 라인.
이스트팩은 1950년 몬테 골드먼이 설립한 군용배낭 업체 ‘이스턴 캔버스 프로덕츠’에서 출발했다. 그의 아들 마크 골드먼이 74년 학생용 배낭을 기획해 대성공을 거둬 77년에는 오늘날의 이름으로 정착했다. 군용배낭에 쓰였던 튼튼하고 가벼운 소재로 실용적인 미국 학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선 실용성보다 ‘다른 것을 두려워하는 풍조’ 때문에 국민가방이 됐던 것. 하나 돌아온 이스트팩은 진짜 패션성을 갖췄다.

부활의 조짐은 2년 전, 요즘 가장 뜨는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와 콜래보레이션한 가방을 내놓으면서 나타났다. 종이봉투의 한 귀를 접어놓은 것 같은 신선한 모양, 메시(그물)나 코팅 비닐 같은 재미있는 소재로 만든 백팩은 이스트팩의 나이 든 이미지를 말끔하게 상쇄시켰다. 2009년에는 릭 오웬스, 올해 초에는 크리스토퍼 섀넌 같은 스타 디자이너들이 이스트팩 가방을 변신시켰다. 이런 가방들은 12만원에서 68만원까지 한다. 일반적인 백팩이 5만~10만원 선인데 비하면 고가지만 어쩐 일인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지난해 말 다시 시작한 국내 수입 사업부에도 활기가 돈다. 아이돌 가수 ‘지드래곤’이 라프 시몬스 백팩을 메고 나와 백팩 열풍에 불을 붙였고, ‘공부의 신’ 같은 학원 드라마에서 교복 입은 학생들의 등 뒤에 매달려 인기를 모았다.

이스트팩의 인기는 전방위적으로 퍼져 나갔다. 지난 3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국제가구박람회에서는 ‘퀸체 앤드 밀란’이라는 가구 브랜드와 협업한 ‘이스트팩 소파’가 화제가 됐다. 이스트팩 가방을 만드는 새빨간 방수 천이라 물에 잘 젖지 않고, 가방 앞 주머니 같은 수납공간이 소파 하단에 달린 재미있는 디자인의 소파였다.

1 따뜻한 누비를 떠올리게 하는 소재에 서늘한 파란색으로 대비감을 준 반전효과 백팩(이스트팩). 2 올가을·겨울 트렌드인 보라색에 강한 레터링 프린트로 포인트를 준 가방(이스트팩). 3 전통적인 디자인에 산뜻한 노란색을 입혀 촌스러움을 덜어낸 백팩(잔스포츠). 4 산악용으로도 손색 없는 기능성 아웃도어 가방(잔스포츠).
잔스포츠, 복고 열풍 파고들며 ‘헤리티지 라인’ 승부

백팩 열풍에 이스트팩과 쌍벽을 이뤘던 잔스포츠도 함께 부활했다. 잔스포츠는 67년 이른바 ‘사랑의 여름(Summer of Love)’에 시작된 아웃도어 브랜드다. 설립자이며 백패커(백팩 애호가)였던 스킵 요웰은 ‘자유의 발견’이라는 테마로 아웃도어 가방으로서의 백팩의 정신을 살린 가방을 내놨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2007년 잔스포츠는 전통에 충실한 ‘헤리티지 라인’을 론칭했다. 또 이스트팩처럼 과감한 콜래보레이션 대신 앞뒤로 뒤집어 두 가지로 연출할 수 있는 ‘투웨이 리버서블 백’과 검은 바탕에 흰 물방울 무늬를 새겨 넣은 백팩 등 복고적인 디자인으로 승부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에서나 통할 법한 헤리티지 개념이 캐주얼 브랜드에서도 성공한 것이다. 톤다운된 겨자색이나 자주색·카키색 등 차분하고 고전적인 컬러를 활용해 ‘스톤워싱 데님(돌청)’ 같은 복고풍 캐주얼이나 반듯한 정장 차림 모두에 잘 매치된다. 탤런트 이선균은 한창 ‘셰프님’ 역할을 할 때 댄디한 옷차림에 잔스포츠 백팩을 메고 출연해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여성들에게도 무리 없이 어울린다.

이스트팩이 어린 학생들을 중심으로 미래와 변화 쪽으로 한발 더 나갔다면, 잔스포츠는 30대 이상 성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과거와 전통에 보다 충실한 전략을 쓰고 있다. 두 브랜드는 과거 라이벌이면서도 확실한 1, 2위를 나눠가졌다. 이런 전략의 차이는 그들의 ‘2차 타이틀매치’를 지켜보는 관전 포인트다.

TIP 투미·인케이스 … 백팩계의 주목 받는 신예들

올해 백팩계에는 ‘올드보이’ 이스트팩과 잔스포츠 외에도 루키들이 많다. FXT 방탄 나일론이라는 소재로 만든 ‘투미’,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닉쿤이 메고 나와 화제가 됐던 ‘인케이스’, 이선균 ‘셰프님’의 뒷모습을 장식했던 또 다른 백팩 ‘만다리나 덕’이 주목받는 신예들. 고급 소재와 모던한 디자인, 브랜드 값 때문에 15만~40만원대의 고가다. 학생보다는 직장인들이 노트북 가방으로 더 애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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