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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유명환·김태호 … 보수의 위기

2001년 1월 취임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사일방어망(Missile Defense)을 핵심 안보전략으로 추진했다. 요격 미사일로 미국이나 동맹국으로 날아오는 핵 미사일을 격추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선 1972년 러시아와 맺은 요격미사일 제한협정(ABM)을 고치는 게 급선무였다. 요격미사일에 대한 제한을 풀어야 미사일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개정을 압박했으나 러시아는 강하게 저항했다. 그런 가운데 2001년 2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울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대중-푸틴 공동성명에 부시 대통령과 미국 관리들은 경악했다. “ABM협정이 전략적 안정의 초석이며…(중략)…양측은 ABM협정을 보존하고 강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당시 워싱턴 한국대사관의 정무공사였다. 화가 난 미국 국무부는 그더러 급히 들어오라고 했다. 워싱턴 특파원이었던 나는 대사관에서 유 공사를 만났다. 유 공사는 서울 외무부를 개탄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성명이 나올 수 있어. 도대체 동맹이라는 게 뭐야.” 김-푸틴 공동성명 사건은 한국 외교의 중요한 실책으로 꼽힌다. 당시 장관은 이정빈, 차관은 반기문이었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권 시대에 유명환 장관은 대표적인 보수주의 외교관리다. 그는 한·미 동맹을 중시하며 한국이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면서 북한을 원칙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는 대표적인 미국통이다. 본부에서는 북미과장·국장, 워싱턴 대사관에서는 참사관·공사를 거쳤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하면서 한·미 동맹의 재건과 원칙적인 대북정책을 내걸었다. 그런 대통령이 유명환을 외교장관으로 발탁한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광우병 촛불사태 이후 정권이 이념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도 유 장관은 중심을 잡으려고 애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야당과 급진 진보세력의 종북(從北)·맹북(盲北)주의에 비판적이었다. 그는 최근엔 “친북 젊은이들은 북한에 가서 살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미국의 클린턴 국무, 게이츠 국방장관이 한국에 왔을 때 유 장관과 김태영 국방장관이 판문점에서 ‘한·미 2+2’를 보여주었다. 이 장면은 한·미 동맹의 힘과 가치를 상징하고 있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이념 면에서는 대표적인 보수주의자다. 2006년 9월 그는 도청 내에 있는 불법 공무원노조의 사무실을 폐쇄했다. 그리고 그는 한국 사회의 이념적 혼란을 비판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친북은 진보이고 나라 수호는 보수 꼴통이냐. 기가 찬다.” “좌파정권 10년 동안 통일정책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핵폭탄뿐이다.” 그가 총리 후보가 됐을 때 보수세력은 그의 이념적 명확성에 커다란 기대를 걸었다.



보수주의 지도자들이 개인적인 흠으로 무대에서 거꾸러지고 있다. 김태호는 소장수 아들이었다. 그런 그가 느리지만 천리(千里)를 가는 소 걸음 대신 거짓말로 순간을 모면하려는 축지법(縮地法)을 썼다. 유 장관은 전화로 미국관리의 호흡을 읽을 정도로 대표적인 미국통이다. 그런 사람이 미국 사회의 생명과도 같은 가치, 공정성(fairness)을 외면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보수는 나이테처럼 쌓인 사회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그러려면 자기 자신부터 지켜야 할 것이다. 흔히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고 한다. 그런 진보가 요즘 ‘단일화’로 똘똘 뭉친다. 그런데 보수는 여전히 도덕 불감증이라는 고질(痼疾)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보수 지도자는 자신의 실책이 개인을 넘어 보수 전체에 상처를 준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의 보수는 특혜와 특권, 기름진 음식 그리고 위선이라는 거대한 뱃살을 빼야 한다. 그리고 보다 가볍고 당당한 왕(王)복근의 모습으로 광장에 서야 한다. 그래야 한국 사회의 중심 가치로 건재할 것이다.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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