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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와 마준이 겨룬 이스트 없는 빵, 우리가 천연효모로 만들죠”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여성 임원의 리더십 ⑩ 26년 전통 신라명과의 개혁 이끄는 홍수현 브레댄코 이사

최근 시청률 50%에 육박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TV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한 장면. 3회에서 거성식품 구일중(전광렬 분) 회장은 어린 탁구(오재무 분)와 마준(신동우 분)을 데리고 자신이 운영하는 빵공장을 방문했다. 공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구 회장은 아이들에게 숙성된 밀가루 반죽 네 개를 보여주며 질문을 던진다. “네 개 중 하나만 빵을 만들기에 적당하게 숙성, 발효된 것이다. 알아맞힐 수 있겠느냐.” 코를 가까이 대고 반죽의 냄새를 맡아본 탁구는 “이 중엔 없는 것 같다”고 답한다. 이어 “회장님 작업실에서 맡았던 맑고 시큼털털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구 회장은 탁구를 대견스럽게 바라보며 “작업실에선 라이브(생) 이스트를 썼지만 공장에선 유통기한 때문에 드라이(건조) 이스트를 쓴다”고 설명해 준다.



드라마의 막이 내리자 장소협찬의 첫 번째로 ‘브레댄코(bread&co.)’란 제빵업체의 로고가 등장한다. 13회까지 공장 등 드라마 촬영장소와 제품을 지원하고 주인공 탁구역 윤시윤 등 배우들에게 제빵·제과기술을 가르친 회사다. 브레댄코는 1978년 호텔신라의 제과사업부로 출발한 뒤 84년 별도 회사로 독립해 올해로 26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신라명과의 새로운 브랜드다. 서양 스타일의 빵보다는 국내산 호박·복분자·흙마늘 같은 ‘신토불이’ 재료를 사용한 한국적 빵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2008년 10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1호점을 낸 이후 2년 만에 50여 곳으로 매장 수를 늘렸다. 집중적인 제품 연구개발과 세련된 매장 인테리어 등이 강남권을 중심으로 호평을 받은 덕분이다. 최근엔 ‘브레댄코는 싱싱한 자연을 담습니다’란 카피와 함께 천연효모로 빵을 만들었다고 강조하는 TV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홍수현(39) 브레댄코 이사가 있다. 홍평우 신라명과 회장의 3남매 중 맏딸로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10여 년 동안 신문기자로 일하다 2007년 신라명과에 합류했다. 이후 브레댄코의 브랜드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신라명과에서 법인을 분리했다. 홍 이사는 “신라명과는 90년대 중반까지 고급 브랜드로 인지도가 높았으나 외환위기 직후 긴축경영으로 성장의 기회를 놓치고 정체됐다”며 “브레댄코는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는 젊은 회사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천연효모 빵이 맛이 깊고 소화도 잘 돼”



-브레댄코는 천연효모로 빵을 만들었다고 광고한다. 천연효모와 이스트는 어떻게 다른가.

“드라마에선 이스트가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어린 탁구의 천부적인 소질을 발견하는 계기이기도 하고 청년으로 성장한 탁구와 마준이 이스트 없이 빵을 만드는 대결을 펼치기도 한다. 이스트는 빵의 숙성과 발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재료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막걸리 주종으로 빵을 만들었듯이 이스트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제조 과정이 까다로워서 그렇지 천연효모라는 더 좋은 재료가 있다. 과일을 잘 익게 해주는 야생 효모를 숙성시켜 빵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천연효모는 이스트에 비해 어떤 점이 좋은가.

“빵은 누룽지처럼 구수한 맛이 나는 게 좋다. 그런데 싸구려 빵은 겉모습은 괜찮은데 먹어보면 느글거리는 맛이 난다. 재료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천연효모를 쓰면 빵의 풍미가 깊어지고 향이 좋아진다. 빵의 결도 촉촉해져 부드러움이 오래간다. 간혹 빵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사람이 있다. 이스트가 체질에 맞지 않아서다. 이런 사람이 천연효모 빵을 먹으면 소화가 한결 쉬워진다. 천연효모 빵은 아토피가 있는 어린이들이 먹기에도 좋다.”



-그렇게 좋은 재료라면 다른 제빵업체는 왜 천연효모를 쓰지 않나.

“제품 개발과 대량 생산이 쉽지 않아서다. 천연효모의 배양은 된장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발효균을 배양해 반죽하는 데 15~20일 정도 걸린다. 그런데 체인점이 1000개, 2000개나 되는 업체에선 오래 기다릴 여유가 없다. 게다가 빵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에선 센 바람으로 반죽을 섞어주는 에어믹서를 쓴다. 그러면 반죽 과정에서 바람이 들어가 빵의 질감이 질겨진다. 브레댄코는 소량을 일일이 반죽해 뭉치는 옛날 방식대로 생산하고 있다. 빵 반죽에 탕종법을 쓰는 것도 내세울 만하다. 섭씨 100도의 끓는 물로 반죽한 다음 저온에서 장시간 숙성시키는 방법이다.”



-빵에 신토불이 제철 재료를 쓴다는 것은 낯설다.

“어느 빵집에서나 흔히 보는 천편일률적인 빵보다는 최대한 새로운 재료를 시도해 보려고 한다. 일본에 가보면 ‘이런 빵도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희한한 빵이 많이 나온다. 일본식 된장을 넣은 미소빵, 명태알을 이용한 명란젓빵 등이다. 사실 앙금빵(단팥빵)도 일본에서 유래한 것이다. 브레댄코에선 복분자·석류·연근·호박·유자·흙마늘 같은 다양한 재료를 빵에 시도했다. 취나물 포카치아(밀가루 반죽 위에 각종 재료를 얹어 피자처럼 구운 이탈리아식 빵)나 우엉 바게트 등도 개발했다. 샌드위치에는 된장·간장 같은 재료를 소스에 배합했다. 음료에서도 복분자에이드, 미숫가루셰이크처럼 한국적 재료를 접목한 제품을 내놨다.”



“무리한 확장으로 1위 할 생각 없다”

홍 이사는 인터뷰 중 ‘앙팡’이란 빵을 내밀며 “간판 제품인데 한번 먹어보라”고 권했다. 둥그런 빵 속에 팥고물이 들어 있는 앙금빵인데 크기가 작아 귀여워 보였다. 한 입 베어 물어보니 숙성한 빵의 구수함과 팥고물의 달콤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작고 빨간 반원 모양의 ‘복분자 미니번’이란 빵도 별미였다. 홍 이사는 “‘티니(Tini)’라는 명칭으로 10여 종의 작은 빵 시리즈를 내놨다. 밀가루 반죽과 고물의 최적 비율을 찾느라 제품 개발에만 6개월 이상이 걸렸다”고 소개했다.



-아이디어가 좋아도 제품 개발로 연결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신라명과는 이미 90년대 중반에 국내 최초로 저온 숙성빵 전용라인을 설치했던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 당시 기술개발의 주역이 임헌양 기술고문인데 현재 71세의 고령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드라마에서 탁구의 스승으로 나오는 팔봉 선생(장항선 분)처럼 명장 타이틀을 갖고 있다. 수많은 제과·제빵업체 가운데 명장이 있는 곳은 우리가 유일하다. 임 고문은 지금도 신제품개발위원회를 주관하고 수시로 매장을 돌아다니며 기술지도를 하고 있다.”



-신라명과와 브레댄코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

“신라명과는 제품 개발과 생산, 브레댄코는 시장 변화에 대응한 영업과 마케팅을 맡는 ‘투 트랙 전략’이다. 제품도 신라명과는 대량 생산하는 양산빵, 브레댄코는 즉석에서 구워서 판매하는 즉석빵으로 구분했다. 기존의 신라명과 가맹점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신규점은 브레댄코로 집중한다. 신라명과는 이미 가맹점보다 단체 납품 같은 특판사업에서 훨씬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제빵업계의 후발 브랜드로서 선발 주자를 따라잡을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신라명과의 확고한 철학은 ‘먹는 장사에서 큰돈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에 욕심을 부리면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팔봉 선생의 후배였던 박춘배(최일화 분)가 실패한 이유다. 브레댄코도 무리한 확장으로 덩치를 키워 업계 1위를 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대신 맛있고 질 좋고 다양한 빵으로 많은 고객의 선택을 받길 원한다. 한 달에 몇 개씩 가맹점을 늘리겠다는 목표도 없다. 그럼에도 빵 맛이 좋다고 찾아오는 창업 희망자들이 많다.”



주정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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