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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키우는 가짜 빙의요법

얼마 전 TV에서 방영됐던 ‘구미호-여우누이뎐’에는 빙의(憑依)한 어린아이가 등장한다. 빙의란 영혼이 옮겨 붙는 현상으로 귀신이 사람의 몸에 들어와 주인 행세를 하는 것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그 귀신을 쫓는 엑소시즘은 영화나 TV 드라마·소설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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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로 인해 환청이나 망상을 빙의라고 믿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적지 않다. 필자의 환자 가운데에는 죽은 소설가와 시인의 혼이 자신에게 들어왔다거나, 꿈속에서 만난 조상신이 자신의 인생을 좌지우지한다, 머릿속에 있는 할아버지 귀신이 시키는 대로 한다는 것과 같은 여러 케이스가 있었다. 이 같은 증세의 대부분은 정신분열증의 한 증상인 조종망상, 신체망상에 속한다. 이런 환자들은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서서히 자아의 기능을 상실해 가는 것이 보통이다. 더 큰 문제는 별다른 자아 붕괴의 조짐 없이 일상생활은 정상적으로 하면서 빙의 현상을 호소하는 경우다. 이들 중에는 신이 내렸다고 무당에게 내림굿을 받아 아예 무당이 되는 사례도 있다. 귀신을 쫓아내는 여러 종류의 축사의례를 받기도 한다.

한국에 들어온 종교는 대체로 토착 신앙인 샤머니즘을 일부 흡수하는 경향이 있다. 기독교 신자 중에는 안수나 안찰 기도란 이름으로 씻김굿과 비슷하게 나쁜 영을 몰아낸다고 믿는 이가 있다. 불교에도 ‘보살’이란 게 있다. 빙의된 혼을 몰아낸다고 하는 무당 같은 이들이다. 무당들은 아예 솔직하게 신을 받는 강신무, 억울하게 죽은 혼의 원한을 씻겨 주는 씻김굿을 해 준다. 어쩌면 이들에 비해 다른 종교의 이름을 내걸고 사이비 치료를 하다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가짜 최면치료와 가짜 빙의요법도 마찬가지다.

물론 살아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사후 세계에 대해 아무도 확고하게 결론 내릴 수는 없고, 귀신이나 영의 존재 등 다른 종교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불치병을 고치는 초현실적인 능력이 있는 것처럼 속여 경제적 이득을 챙기려는 이들에게 현혹돼서는 곤란하다. 환자들 중에는 사이비 굿, 공인받지 못한 안수 기도, 본래 불교제의와는 거리가 먼 사이비 천도재 등으로 몸과 마음에 더 큰 병이 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분석심리학자 카를 융이 활동하던 20세기 초에도 샤머니즘이 혼합된 심령주의(Spiritualism)나 신철학(神哲學:Theosophy)이 유행이었다. 영매(Medium)를 통해 죽은 혼령과 교신하거나 수정 구슬을 놓고 미래를 투시할 수 있다고 보는(Clairvoyance) 일종의 무당들이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는 데카르트 이후 17세기부터 지나치게 팽창된 과학주의에 대한 반발이었다. 21세기 한국에서도 이런 사이비 과학과 사이비 종교가 판을 치는 것은 그만큼 한국인들이 물질주의에 빠져 영혼이 병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빙의 현상도 심리적으로 보자면 자신의 생활이 영혼의 중심에서 분열돼 있기에 영혼과 육체가 재통합돼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무의식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런 상징적 의미를 읽지 못하고, 외부의 사이비 치료사들에게 운명을 맡기고 인격이 완전히 해체되는 이들을 필자는 많이 봐 왔다. 이제는 이런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해 사욕을 채우는 이들을 단죄하고 그 피해자들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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