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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PC시대, IBM의 화려한 부활

얼마 전의 일이다. 온라인 동호회에 들렀더니 한 젊은 회원이 “IBM이 뭐 하는 회사예요?”라는 질문을 올렸다. “아니, 천하의 IBM이 어쩌다…”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1980년대까지 IBM은 ‘최고’와 같은 말이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잘 모를 만도 했다. 애초에 개인용컴퓨터(PC) 부문은 포기했고, 프린터 분야는 렉스마크로 분사했다. 2000년대 들어 노트북은 중국 레노버에, 하드디스크는 일본 히타치에 팔았다. ‘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이라는 회사 이름에서 일반인이 접할 수 있는 ‘머신’은 다 사라진 셈이다.

김창우 칼럼

잘나가던 IBM은 90년대 들어 큰 시련을 겪었다. 91년부터 3년 동안 160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 루이스 거스너다. 맥킨지의 컨설턴트 출신으로 컴퓨터 분야의 경험이 없던 그는 ‘머신’을 포기하는 구조조정에 나섰다. 30만 명의 직원 가운데 10만 명이 회사를 떠났다. 그의 자서전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에 이런 과정이 잘 나온다. 2002년 거스너로부터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물려받은 새뮤얼 팔미사노는 IBM을 한 걸음 더 나가 ‘정보기술(IT) 컨설팅업체’로 바꿨다. 거스너는 자서전에서 “팔미사노의 혈관에는 ‘푸른 피’가 흐른다”고 평했다. 푸른색은 IBM의 상징이다. 이 회사의 별명이 ‘빅 블루’다. 그런 팔미사노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체질을 바꾼 것이다.

IBM이 어려움을 겪은 것은 대형컴퓨터(메인프레임)에서 PC로 바뀌는 흐름을 놓쳤기 때문이다. 대형컴퓨터에서 IBM은 독보적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개발한 개인용컴퓨터(PC)에 발목이 잡혔다. IBM이 대형컴퓨터를 붙잡고 헤매는 동안 마이크로소프트(MS)는 도스·윈도 같은 PC용 운용체제(OS)와 그 위에서 돌아가는 오피스 등의 소프트웨어를 팔아 돈을 벌었다. 인텔은 해마다 성능이 좋아진 프로세서를 만들었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는 “반도체의 집적도는 18개월마다 두 배로 높아진다”고 예언했다. 인텔은 ‘무어의 법칙’을 현실로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90년대 이후 인텔의 초고속 프로세서에 맞는 메모리반도체를 때맞춰 개발해 떼돈을 벌었다. PC 시대 MS-인텔-삼성전자의 삼각편대는 공고했다.

체질을 바꾼 IBM의 기다림은 2000년대 이후 빛을 발했다. 네트워크가 발달하면서 “고성능 PC가 꼭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생긴 것이다. PC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도 충분히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 2007년 첫선을 보인 애플의 아이폰은 세계에서 2000만 대 이상 팔렸고, 아이패드도 6개월 만에 400만 대 이상 나갔다. 구글도 모바일 기기용 OS인 안드로이드를 내놨다. PC 본체가 아닌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가 열린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구글폰으로 음성 검색을 하면 스마트폰에서 처리하지 않는다. 구글 서버에서 대신 작업을 해 결과만 단말기로 되돌려 준다. SK텔레콤의 ‘T맵’도 마찬가지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서버에서 최적 경로를 찾아 무선 통신으로 단말기에 보낸다. 네이버의 ‘N드라이브’ 같은 웹하드는 내 PC가 아니라 ‘어딘가에 있는’ 컴퓨터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내려받아 쓴다. 트위터는 PC를 거치지 않고도 휴대전화에서 휴대전화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나른다.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최고 기술을 갖춘 IBM은 이런 상황에 가장 잘 대처할 수 있다.

지난해 이 회사는 매출 1036억 달러, 영업이익 170억 달러를 올렸다. 직원은 인도인 13만 명을 포함해 40만 명에 달한다. 624억 달러의 매출에 240억 달러의 이익을 낸 MS 못지않은 실적이다. IBM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인 ‘IFA 2010’에도 초청받았다. 마이클 로딘 IBM 부사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2013년까지 13억 개의 가전제품이 인터넷을 통해 연결될 것”이라며 클라우드 컴퓨팅의 확산을 예고했다. MS와 인텔을 충실하게 지원하던 삼성전자는 재빨리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받아들여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내놓았다. 소니나 LG전자 같은 전자업체들이 인터넷과 연결되는 ‘스마트TV’ ‘스마트 가전’에 목을 매는 것도 이 같은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다. PC 이후의 시대를 예견하고 미리 준비한 IBM의 부활이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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