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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라운지] "우리는 김일성대학 동문 사이"

서울 외교가에는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인 대사가 세명 있다. 리빈(李濱) 중국 대사와 페렌레인 우르진룬데브 몽골 대사, 즈엉 친 특 베트남 대사다. 2002년 초 '한국을 사랑하는 대사 모임(한사모)'을 결성한 이들은 1~2개월에 한차례씩 모여 저녁을 함께 들면서 학창 시절을 회고하거나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한다. 김일성대학 출신은 아니지만 한국말이 능숙한 비탈리 펜 우즈베키스탄 대사도 한사모의 정규 멤버다.

대학 학번은 즈엉 베트남 대사가 가장 선배다. 22세이던 1964년 정부 장학생으로 뽑혀 김일성대에서 유학하면서 한반도와 인연을 맺었다. 이어 우르진룬데브 몽골 대사가 67~71년, 그리고 리빈 대사가 72~76년 유학생활을 했다. 특히 즈엉 베트남 대사는 김일성대 졸업 후 다시 김책공대로 진학하는 등 유학 생활만 7년을 했다. 그후 11년에 걸쳐 평양에서 외교관을 했고 서울 생활도 3년이 넘었으니 남북한에서 모두 21년여를 보낸 한반도통이다.

풋풋한 20대를 평양 김일성대학 캠퍼스에서 보낸 이들은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북한 경제가 그런대로 괜찮았다고 추억한다.

김일성대학 외국인 유학생 기숙사에 머물렀던 리빈 대사는 "기숙사에 21인치 흑백 TV가 있었다. 당시 나는 '중국에선 도대체 언제쯤 이렇게 큰 TV를 볼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우르진룬데브 몽골 대사는 "음식도 좋고 북한의 명물인 용성맥주도 맛있었다. 그런데 80년대 다시 평양에 가보니 전력 사정이 나빠졌더라"고 회상했다.

평양 말씨를 익힌 이들은 서울에 부임하면서 가벼운 문화 충격을 받기도 했다. 우르진룬데브 몽골 대사는 "북한에서는 말도 '혁명적'으로 하는 편인데 남한의 어투는 상당히 부드러워 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무'라는 말은 좋은 말인데 남한에서는 좀체 들어볼 수 없는 단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제 귀밑이 희끗희끗한 이들은 김일성대 유학이 한반도와 인연을 맺은 결정적 계기였다고 회고한다. 리빈 대사는 감회 어린 표정으로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시기였다"며 "당시 유학을 안 했다면 오늘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르진룬데브 몽골 대사도 "김일성대 유학이 남북한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한반도 상황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한사모 모임 장소는 여의도 63빌딩과 인사동 한식점 등이다. 이때만큼은 국적을 잊고 대학 선후배로 돌아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눈다. 리빈 대사는 "서울에서 두 분 선배 외교관을 모시고 근무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우리끼리는 무슨 말이든 다 하는 사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사는 "북한 핵문제나 탈북자에 대해 토론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한사모는 곧 회원 한 명을 잃게 된다. 즈엉 베트남 대사가 3년반에 걸친 서울 근무를 마쳐 조만간 귀국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즈엉 대사가 한국과 맺은 인연은 대를 이을 전망이다. 그의 아들 (30)이 곧 주한 베트남 대사관 서기관으로 서울에 부임하기 때문이다. 며느리도 하노이남외국어대에서 한국어를 강의하고 있다. 즈엉 대사는 "이만하면 '한반도 전문가 집안'의 자격을 갖추지 않았습니까"하고 환하게 웃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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