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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규 칼럼] 김정일 특별열차 ‘13 17 26량’에 숨은 권력 비밀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김정일 위원장이 탄 특별열차는 길다. 530m. 미국의 핵항모 조지워싱턴호의 1.5배쯤 된다. 보통 하나에 20.5m인 차량이 26개나 달렸다. 이 길고 무거운 기차가 홍수로 엉망인 양강도를 거쳐 만포의 철교를 건넜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안병민 박사에 따르면 김정일이 2001, 2002년 러시아 방문 때 탔던 특별열차는 13량이다. 계속 그랬다. 그러다 지난 5월 중국 방문 때 17량으로 늘어났다. 늘어난 4량엔 무슨 비밀이 들었을까.



열쇠는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다. ‘건강악화 전’엔 13량이었다 ‘악화 뒤’ 17량이 됐다. 4량은 김정일의 건강을 돌보는 의료 기구, 장비, 의료진용이다. 17량은 ‘병원열차’인 것이다. 이런 ‘열차 독법(讀法)’을 이번 중국행 특별열차에 적용하면 흥미롭다.



이전의 ‘병원열차’ 17량에 9량이 추가됐다. 건강한 김정일이 타던 13량보다는 적지만 9량을 쓸 만큼 비중 있는 인물용이다. ‘김정은이 동행했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안 박사는 “김정은이 탔다면 기본적으로 5~6량이 추가된다”고 했다. 침실, 집무실, 회의실, 전용 응접실, 수행원 숙소, 벤츠를 위한 칸이다. 그러므로 ‘13량→17량→26량’의 변화는 ‘특별열차→병원열차→후계열차’로의 변화다. 김정일의 건강과 권력의 현주소를 드러낸다.



병으로 쇠약해가는 김정일이 ‘사대주의’란 말까지 들어가며 후진타오 주석의 휴가지로 갔다. 후계자인 아들을 끌고 갔다. ‘정은이 혁명 정신을 잇는다’는 메시지를 만들기 위해 할아버지 김일성이 다닌 지린의 위원중학까지 들렀다. 중국에선 “죽기 전 김정일의 마지막 방문”이란 말이 나온다. 안쓰럽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다시 말해 정은을 중국에 소개시키면 김 위원장이 구상하는 후계 구도가 탄탄대로일까. 최근 북한 권력의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앙SUNDAY 6월 8일자 김정남 특종 인터뷰는 그 뒤 ‘북한 권력 독해법’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아버지 정신이 오락가락한다”와 “장성택이 다 한다”는 두 멘트가 핵심이다. 앞부분은 보도 20여 일 뒤 원세훈 국정원장이 확인했다. 뒷부분은 6월 김정일의 제안으로 장성택이 국방위 부위원장에 오름으로써 그가 ‘실세’임이 증명됐다. 이런 상황은 ‘김정일 레임덕과 장성택 섭정’이라는 권력 주소를 보여준다. 섭정은 ‘국왕이 어리거나 병 같은 사정이 생겼을 때 통치권을 맡아 다스리는 일 또는 사람’이다. 사회주의 왕조 북한에서 국왕 김정일은 병에 걸려 레임덕으로 향하고, 왕(정은)은 어리다. 소련에서도 서기장의 중병은 레임덕으로 직결됐다.



평양과 신의주 등을 오가며 사업하는 한 중국의 소식통은 “김정일이 일을 못하고 기쁨조의 시중을 받으며 박혀 있다는 말이 돈다”고 했다. ‘6월 2일 교통사고 사망’으로 발표된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이제강이 실제론 5월에 살해됐고 김정은의 모친 김옥의 작품이란 얘기도 있다. ‘북한 높은 사람’의 말을 전한 소식통은 “김정일이 김옥을 야단쳤지만 영이 안 선다더라”고 했다. 북한 군인들까지 “구식 대포로 100발 쏜 게 뭐 자랑이라고…”라며 해안포 사격을 결정했을 김정일을 비웃는다. 심지어 연내 김정일 사망설과 그로 인한 전쟁설도 나온다. 말이 되든 안 되든 그런 얘기는 북한 권력사에서 처음 발생하는 ‘김정일 레임덕’이라는 생소한 상황의 한 단면이다.



그런데 위원장이 레임덕으로 잃는 만큼의 권력이 김정은에게 쌓일까. 오히려 장성택 권력에 가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지난 7~8월 초 중북 국경 지역엔 “장성택이 9월 대의원 대회에서 더 큰 자리로 올라간다. 임시 지도자가 된다”는 말이 돌았다. 한 정보 관계자는 그 자리로 ‘정치국 상무위원’을 꼽았는데 얼마 뒤 데일리 NK가 그렇게 보도했다. 일본서도 “다음달 초 당대표자회의에서 실권을 잡는다”는 말이 나온다. 섭정 장성택의 등장이다.



그래서 장성택은 우리의 문제가 된다. 인터뷰한 김정남을 지켜본 사람들이 “지도자감”이란 얘기를 했다.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고, 권력의 험한 맛도 봤으니 남과 더 잘할 수 있겠다는 기대다. 장성택도 권력에서 쫓겨난 경험이 있다. 2002년 서울에도 왔다. 무엇보다 군의 지지가 절대적이라고 한다. “아버지가 죽으면 장성택 판”이라는 정남의 관측도 염두에 둘 만하다. ‘과거사 부담’도 김정남 부자보다 적다. 그래서 ‘천안함’을 넘어 ‘남북 신(新)화해 국면’으로 전환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아니 그렇게 유도해야 한다. 그게 2년 남은 이명박 정부 대북 정책의 과제다.



안성규 중앙SUNDAY 외교안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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