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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김정일 중국 방문, 북한 국내용 그 이상이다

오늘, 김정일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 지금 손을 쓰지 않으면 체제 존립을 위협할 파산 지경의 경제를 살리는 것. 둘째, 김씨 왕조 권력세습을 확정하는 것이다.



북한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은 지난해 공급(물자) 부족을 고려하지 않고 졸속으로 해치운 화폐개혁의 실패, 최근의 대홍수,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다. 권력세습의 구축은 9월 6~7일 당 대표자회에서 서른도 안 된 김정은에 대한 천둥소리 같은 박수와 충성맹세로 완료될 예정이다. 지구상에서 중국 빼고는 김정일의 이런 고민을 덜어줄 나라는 없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오른쪽 셋째)이 28일 밤 창춘역에서 환송 나온 중국 측 인사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선시대 국왕들은 세자를 세울 때 중국에 주청사를 보내 책봉을 청했다. 역사학자 이덕일씨는 ‘중국 황제는 세자 후보가 조선에 대한 중국의 종주권을 인정하고 중국 중심의 동북아질서를 교란할 인물이 아닌 한 조선 왕이 주청한 대로 세자를 책봉했다’고 말한다. 오늘의 북·중 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80년 김일성의 공식 후계자가 된 김정일은 3년 뒤 베이징을 방문해 덩샤오핑에게 ‘신고’하는 것으로 책봉의 절차를 끝냈다.



중국 정부는 ‘후계 문제는 북한의 국내 문제’라는 입장을 굳게 지킨다. 그런데도 김정일이 후계자를 세우는 데 중국의 가시적인 지지를 갈망하는 것은 김정은이 검증되지 않은 ‘애송이’라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이다. 김정은에게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잘 둔 혈통 말고는 지도자 재목임을 입증할 업적이 없다. 그래서 김정은에게는 중국의 형식 이상의 축복(Blessing)이 필요하다. 김정일이 지린의 위원중학과 베이산 공원 같은 김일성 항일 유적지를 찾은 것도 중국에 대해서는 김일성·마오쩌둥의 혁명 1세대 이래 전통적인 북·중 혈맹을 상기시키고, 북한의 노동당 간부들에게는 세습체제에 죽어서도 신으로 살아 있는 김일성의 영기(Aura)가 내리는 장면을 연출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가 백성들이 연명할 정도로 회생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 권력세습의 정당성은 불안해진다. 김정일은 지난 5월 방중 때 후한 경제원조를 요청했지만 중국의 반응은 기대 이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 경제는 5월보다 더 악화되었고, 미국이 조만간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이다. 김정일은 후진타오에게 중국의 확실한 경제지원과 ‘세자 책봉’에 대한 반대급부를 제시해야 했다. 아마도 김정일이 갖고 간 조공 진상품의 핵심 물목은 경제개혁 한다는 약속, 핵개발 안 한다는 약속, 동북아의 현상(Status quo)을 흔드는 위험한 군사 도발로 미·중 관계를 긴장시키지 않는다는 약속일 것이다. 김정일은 평양에 온 지미 카터를 만나지 않음으로써 중국에는 통중봉미(通中封美) 충성을 보이고, 오바마에게는 카터 편에 편지 한 장 보내지 않은 데 대한 반감, 미국이 제재를 강화해도 두렵지 않다는 허세를 극적인 방법으로 표출했다.



핵 개발 안 하고 군사 도발 안 한다는 김정일의 약속은 노동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의 후계체제 구축이 완료된 것으로 판단될 9월 중순 이후에는 막연하게라도 실천의 방향이 드러날지도 모른다. 김정일의 방중이 국내용이라는 한국 정부의 해석은 그러기를 바라는 희망사항에 근거한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 우다웨이가 김정일의 방중 기간에 6자회담 참가국을 순방한 것은 중국의 입장에서는 김정일 방중 효과를 북한의 국내용에 한정시킬 수 없다는 확실한 메시지다. 후진타오가 바보가 아닌 이상 김정일이 도와달라고 손을 벌리고 오는데 그걸 비핵과 경제개혁, 긴장완화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지 않을 리 없다. 일단은 6자회담 재개로 천안함 사건 이후 동북아의 냉기류를 풀려고 할 것이다.



김정일의 방중은 잘된 방향이든 잘못된 방향이든 동북아에 미묘한 변화의 도래를 예고하는 작은 실개천 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는 실개천이 강이 되고, 강이 바다가 되는 데 능동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한국은 최소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제헌절 축사 수준으로라도 돌아가 다시 남북대화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반시대적·반평화적·소모적 한·미-북·중 대결구도의 재현을 방지할 수 없다.



김영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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