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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하면 멋있잖아요, 선수촌 당구장·노래방도 공짜고요”

1980~90년대 가난을 이겨내고 메달을 목에 걸거나 세계 챔피언에 오른 복싱선수 이야기는 ‘휴먼드라마’로 통했다. 점차 상황이 바뀌었다. 배가 고파도 힘든 복싱은 선택 밖이었다. 한동안 사양길을 걸었던 한국 복싱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한국 복싱의 ‘쾌속세대’가 등장하면서다. 최희국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 사무국장은 “배고픔을 면하기 위한 복싱은 요즘 선수들과 관계없는 얘기다. 이들은 복싱 그 자체를 즐긴다”고 귀띔했다.



셋 다 광저우 금메달 기대주
도망쳤다가도 잊지 못해 복귀

광저우 아시안게임 복싱 대표선발전에서 각 체급 1위를 차지한 심현용(64㎏급)·신종훈(49㎏급)·김주성(52㎏급·왼쪽부터). 아시안게임 금메달 후보인 이들은 “멋져 보여 글러브를 꼈고 링에 오르면 즐겁다”는 ‘쾌속세대’ 복서들이다. [이영목 기자]
#금메달 노리는 3인방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복싱 국가대표 선발전이 26일 전북 익산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관중은 찾기 힘들었다. 선수 대기실도 따로 없었다. 샌드백이 없어 선수들은 체육관 콘크리트벽에다 연습 펀치를 날렸다. 한국 복싱의 현실은 여전히 ‘헝그리’였다. 그런 중에 앳된 얼굴의 선수 셋이 눈에 띄었다. 스물한 살 동갑내기 신종훈(49㎏급·서울시청), 김주성(52㎏급·한국체대), 심현용(64㎏급·대전대). 연습 중에도, 경기 중에도 이들은 신나 보였다. 세 선수는 각 체급 우승을 차지하며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이승배 국가대표팀 코치는 “세 선수 모두 광저우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실력자”라고 소개했다.



#멋있어서 시작한 복싱



세 선수의 복싱 입문 시점과 계기는 우연처럼 똑같다. 중학교 때 친구를 따라 체육관에 갔다가 시작했다. 남자답고 멋있어 보여서 시작했다가 복싱의 매력에 빠졌다. 김주성은 “날 체육관에 데려갔던 친구는 하루 만에 도망쳤다. 그런데 나는 복싱을 끊으려 해도 금단증상이 오더라”며 웃었다. 그는 “거울만 보면 나도 모르게 섀도 복싱을 하는 게 그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심현용은 “정타가 들어갔을 때 쾌감이 최고다. 링 위에서 그 순간순간을 즐긴다”고 말했다.



‘복싱=배고픈 운동’으로 생각하는 가족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다. 외아들(1남3녀)인 신종훈은 “부모님께는 ‘잘할 자신이 있다’고 떼를 썼다”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 엄미자(43)씨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 운동을 시키고 싶지 않았는데 복싱을 할 때 제일 행복해 보여서 시켰다”고 말했다. 역시 외아들(1남2녀)인 심현용은 “반대하시던 아버지가 ‘한번쯤 해봐라’고 허락하신 건데 이젠 국가대표선수가 됐다”며 웃었다.



#즐거운 상상으로 고통 견디기



웃으며 시작했지만 쉽지 않은 게 복싱이다. 심현용은 “체중조절이 너무 힘들어 여러 번 도망쳤다”고 고백했다. “한여름 땀복을 몇 겹씩 껴입고 줄넘기를 하면 몸에서 물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런데도 물 한 방울 마실 수 없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둘렀다. 김주성은 “체중조절이 무서워 세계선수권을 1주일 앞두고 도망쳤다가 자격정지 1년을 받았다. 하지만 내가 있을 곳은 체육관이라는 생각에 다시 돌아왔다”고 털어놓았다. 참을성 없는 것도 젊은 세대답다.



세 선수는 29일 태릉선수촌에 입촌했다. 지금까지보다 더 혹독한 훈련이 기다린다. 그런데도 이들은 걱정보다 기대가 더 큰 눈치다. 즐거운 상상으로 괴로움을 견뎌낼 줄 알기 때문이다. 심현용은 “훈련 뒤에는 휴식이 있지 않은가. 특히 선수촌은 당구장이랑 노래방이 공짜라서 좋다”며 웃었다. 신종훈과 김주성은 “예전에 입촌했을 때 신수지·손연재(리듬체조)와 포켓볼을 친 적도 있다”며 “이번에는 또 어떤 종목 선수들과 친구가 될지 기대된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승배 코치는 “즐기면서 자라온 선수들이라 기술을 배우는 속도도 빠르고 실력도 세계 정상권”이라며 “이런 친구들 덕분에 한국 복싱의 미래는 다시 밝아졌다”고 흐뭇해 했다.



글=김민규 기자

사진=이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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