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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정일 깜짝 방중의 숨은 그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이 갖가지 의문과 억측을 남긴 채 마무리되고 있다. 많은 내용이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지린(吉林)성 지린시 김일성 혁명사적지, 주요 산업시설 및 개발현장 방문,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등 주요 행적을 통해 몇 가지 분석은 가능해 보인다.



우선 3남 김정은으로의 공식적인 권력 승계가 초읽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 ‘중대사’는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 아래 진행되고 있으며, 북·중 간 돈독한 우의는 경제협력을 통해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평양에 머무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을 거부하고 중국행을 택한 것은 미국 버락 오마바 행정부에 나름의 메시지를 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갈 길이 바쁜 북한으로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6자회담 진전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미국이 응하지 않는다면 연연하지 않고,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현재의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며칠 뒤 북한에선 노동당 중심으로 권력체계를 복원하는 당대표자회가 44년 만에 열린다. ‘김정은을 앞세운 새로운 김일성 시대’의 출범을 예고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권력 승계는 경제 문제와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다. 화폐개혁의 후유증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더욱 깊어진 경제난은 언제든 후계체제의 기반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 그간 틈만 나면 ‘주민생활의 획기적인 향상’을 공약했던 김 위원장으로서는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지 않고 후계체제를 공고화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잘 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지금까지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한 96회의 공개활동 중 절반에 가까운 45회가 경제 분야와 관련됐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에게 후계 문제는 곧 민심을 수습하는 것이고, 이는 경제난의 타개에 의해 가능한 셈이다.



따라서 북·중 밀착은 향후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 북·미관계 등 주변 정세는 북한으로 하여금 정치·군사·경제 등 모든 측면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촉진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두 정상은 한·미 군사훈련, 대북제재 등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한국과 미국의 공조에 대해 공동의 대응 필요성을 공감했을 것이다. 중국 측은 핵 개발 등 한반도 정세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북한의 추가적 도발행위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이를 자제하고, 6자회담 프로세스로의 복귀를 촉구했을 것이고, 김 위원장도 일정 수준의 협력을 약속했을 것이다.



경제협력의 측면에서 보면 북·중 양국은 일방적이 아닌 쌍방향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중국 정부는 사회 안정을 위한 국토 균형개발이 최대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면서 한국돈 가치로 45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동북 3성 지역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개발계획을 이끄는 거점이 창춘(長春)·지린·투먼(圖們)을 잇는 이른바 ‘창지투(長吉圖) 선도구’다. 주목할 대목은 이 거대 프로젝트 성공의 열쇠 가운데 하나를 북한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창지투는 나진항이나 청진항을 통한 동해 진출 루트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동북아 물류 핵심기지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협력이 절실했고, 이 문제가 북·중 간의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이 코스를 선택한 것도 직접 개발현장을 살펴보고 협력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해도 좋을 듯하다. 이에 따라 북·중 접경지역의 도로, 항만, 인프라 일체화 계획은 더욱 탄력을 받으면서 개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물류인프라 구축이 점차 이뤄지면 북·중 간 교역도 더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다. 개발 및 개방의 파급효과가 김정은 시대를 떠받치는 토대가 될 수도 있음을 전망케 한다. 또한 앞으로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영역이 북·중 국경지역을 넘어 동북 3성 지역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조만간 북·중 경협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경제정책의 출현도 점쳐진다. 중국 지도부는 개혁·개방 제도 정비가 북·중 간 경제협력 성공의 전제조건임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후계 문제를 넘어 북·중 간 경제협력의 양상과 이에 따른 경제정책 전환 가능성이 향후 김정은 시대와 남북관계의 미래에 어떤 파급효과를 낳을지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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