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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신물 나는 대입 성형수술

대학입시 개편은 역대 정부의 고질병이다. 박정희 정부 이래 13번이나 뜯어 고쳤다. 4년마다 입시 올림픽을 치른 것이다. 본고사든, 연 2회 수능이든 안 해본 것이 없다. 대입은 만질수록 커진다. 학원은 정부가 고맙단다. 반면 학생과 학부모는 죽을 맛이다. 교사들은 우왕좌왕이다. 줏대 없는 대학은 꼼수만 쓴다. 꽈배기 전형으로 수험생을 울린다.



그런데 정부가 또 메스를 들었다. 이번에는 수능이다. 연 1회 시험을 2회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시험과목도 국·영·수에다 사회탐구나 과학탐구 중 한 과목을 선택하게 해 네 과목으로 줄인단다. 수험생에게 기회를 더 주자는 취지는 좋다. 수능날 탈이 난다면 ‘12년 공부 도루묵’이니 말이다. 수능은 국가적인 대사다. 듣기시험 시간에 비행기 이착륙이 금지되고, 공공기관 출근시간이 늦춰지고, 전국에 비상이 걸리고…. 그런 일을 보름 동안 두 번 하겠다는 것이다. 수험생 입장에선 눈물 나게 고마울 수도 있겠다.



수능 개편안을 뜯어보니 구멍이 숭숭하다. 우선 너무 급하다. 19일에 안을 내놓고 10월 말 확정한단다. 여론수렴을 하겠다는 뜻인지 의문이다. 국·영·수 비중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거세다. 이럴 바에야 본고사가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회·과학 교사들의 반발도 심상찮다. 그래도 학생 입장에선 시험과목이 적은 게 좋다. 교사들의 권력투쟁을 어떻게 다독일지가 숙제다.



더 큰 문제는 공정성이다. 두 번의 시험 중 성적이 좋은 한 개를 선택하게 한다는데 모순이 있다. 첫 번째 시험에서 최상위 점수를 받은 수험생은 굳이 시험을 또 치를 필요가 없다. 1, 2회 시험 응시생 집단의 실력이 달라지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해명이 괴이하다. “첫 번째 좋은 성적을 낸 학생이 두 번째에도 응시, 실력이 뒤처지는 친구들이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도록 ‘방어’ 할 것이다.” 두 시험 간 난이도 형평성과 변별력이 핵심인데 그런 공상을 하다니 기가 찬다.



수능 개편 막후 지휘자는 이주호 교과부 장관 후보자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 실세(實勢)다. 만 49세인데 신분이 수직 상승했다. 17대 비례대표 국회의원→대통령직인수위 간사→교육과학문화수석→교과부 차관→장관 후보자. 교육계에선 전대미답(前代未踏)의 기록이다. 자율고 신입생 추첨 선발, 입학사정관제 확대, 특목고 입시 개편도 그가 디자인했다. 그도 종착역을 수능 개편에 둔 것 같다. 장관이 된다면 밀어붙일 게다. 그럴 경우 새 제도는 정권이 바뀐(2013년 2월) 뒤인 같은 해 11월 치러지게 된다. 이 대통령이나 이 후보자가 책임을 안 진다는 얘기다.



그는 이런 말을 했었다. “장관 따라 정권 따라 바뀌는 입시제도에 신물이 날 지경이다. 교육부 장관이나 대통령 마음대로 입시를 좌지우지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백 번 옳은 말이다. 근데 또 고질병이 도진 것일까. 정권마다 성형 수술되는 대입에 국민은 진절머리가 난다. 이번에도 미덥지 않다.



양영유 정책사회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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