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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기능성 쌀 ‘알록달록’ 효과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고점옥(여·45)씨는 기능성 쌀 마니아다. 아침마다 밥솥에 네가지 쌀로 밥을 짓는다. 밥솥 한쪽에는 당뇨병을 앓고 있는 시아버님을 위해 절당미(節糖米) 100g을 넣는다. 그 옆에는 고3 아들용 ‘총명쌀’이 자리잡고 있다. 뇌에 좋다는 한약재를 입혔단다. 50대 가장인 남편을 위해선 동충하초가 들어간 코팅쌀을 넣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뱃살 관리를 위해 다이어트 쌀 50g을 추가했다. 30분 정도 지나 밥이 완성되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자신에게 맞는 밥을 떠 먹는다. 고씨는 “끼니마다 맞춤식 밥을 먹으니 건강기능식품을 따로 챙겨먹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밥은 한국인의 힘이다. 자신에게 부족한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있다고 생각되는 색색깔 쌀을 매 끼니 챙겨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쌀도 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약 240g. 한국인의 전체 곡물 소비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밀가루 음식이 많이 소비되지만 적어도 하루 두세 끼는 쌀을 먹고 있는 셈(밥 한 공기에 약 100g). 성인 하루 섭취 칼로리의 3분의 1 이상을 쌀을 통해 얻고 있다.



이런 쌀에 영양소를 더하면 어떨까. 농촌진흥청 답작과 오세관 박사는 “자신의 체질과 건강에 맞는 쌀을 골라 장기적으로 섭취하면 질병 예방·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식품연구원 하태열 박사는 “건강기능식품은 끼니마다 따로 챙겨먹어야 하는 데다 가격도 비싸다며 기능성 쌀은 이런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켜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기능성 쌀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품종을 개량한 쌀로 40여 가지가 개발됐다. 다른 하나는 일반 쌀에다 유효한 성분을 코팅했다. 코팅 종류에 따라 다양한 쌀이 선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품종을 개량한 쌀에는 다이어트 쌀, 당뇨 쌀, 성장촉진 쌀, 암예방 쌀, 노화억제 쌀, 혈압을 낮추는 쌀, 단맛이 많이 나는 쌀 등이 있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 성분 함유량을 높였다. 또 식초나 빵가루 등 가공용으로 쓰이기 위해 개발된 쌀도 30여 가지에 이른다.



품종을 개량한 쌀은 오랜 기간 교배를 통해 탄생한다. 농업진흥청 답작과 오세관 박사는 “1990년대 초반 농진청연구소에서 개발하기 시작한 쌀들이 지금에서야 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쌀은 식이섬유가 많은 대신 전분 함량은 적다. 벼의 품종 중 식이섬유가 많은 쌀과 전분 함량이 적은 쌀의 품종을 골라 꽃가루를 묻혀 교배시킨다. 교배한 볍씨를 심어 1년이 지난 뒤 수확하고, 다시 다른 품종과 교배하기를 거듭한다. 이렇게 5~7년을 거쳐 탄생된 품종으로 농사를 지어보고 병충해에 잘 견디는지, 많은 양의 벼가 나오는지 3~4년간 시험한 뒤 농업인에게 판매된다. 농민이 심은 벼가 자라 다시 대중화되기까지는 또 몇 년이 걸린다.



최근에는 방사선을 쪼인 제품도 나오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한 골드아미 1호가 대표적이다. 벼의 눈을 떼어내 조직을 배양한 후 감마선을 조사한다. 벼의 유전자가 변이돼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진다. 일반 쌀에 비해 필수 아미노산인 트립토판, 라이신 등 전체 아미노산 함량이 76% 더 높다. 성장기 아기의 이유식이나 단백질이 부족한 환자에게 유용하다.



쌀로 만든 다양한 상품도 개발·출시되고 있다. 정부는 쌀 가공식품 개발을 위해 올해 산하기관 연구비로만 23억원을 투자했다. 쌀 소비량을 늘려야 하는 국정 과제 때문이다. 국내 쌀 수요가 줄고 수입에 의존하면 전쟁 등 유사시에 식량 자급이 어려워진다. 강대국에서 갑자기 곡물 가격을 올려도 속수무책이다.



쌀의 미백 성분을 추출해 만든 기능성 화장품과 비누는 물론 쌀식초·음료수 등이 나와 있다. 쌀로 만든 커피프림·커스터드 크림 등도 있다. 막걸리 열풍은 막걸리의 고급화로 이어졌다. 대부분 미국과 중국 쌀로 만들어졌던 질 낮은 막걸리도 고급 기능성 쌀로 원료를 바꾸고 있다. 백세주 등에 쓰이는 설갱미는 막걸리의 발효를 도와 맛이 더욱 부드러워지고, 신맛이 줄었다.



‘임실 피자’의 탄생지로 유명한 전북 임실치즈농협도 주목할 만하다. 이곳에선 식이섬유가 풍부한 다이어트 쌀 고아미 2호를 이용해 쌀 피자 도우 개발방법을 기술이전 받았다. 임실치즈농협 신호철 팀장은 “피자는 맛있지만, 칼로리가 높아 꺼리는 사람이 많다. 다이어트 쌀을 이용한 피자는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포만감이 오래가기 때문에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쌀라면도 인기를 끌고 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각종 쌀라면·쌀국수면을 출시하고 있다. 농심 박종환 식품연구원은 “밀가루에 비해 필수 아미노산과 미네랄 등 영양성분이 더 많은 데다 전분 비율이 높아 배가 부른 느낌이 오래간다”고 말했다. 쌀과 콩을 3 대 7 비율로 섞어 고기의 질감이 나도록 만든 쌀 고기도 있다. 저혈당미를 이용한 케이크나 과자·빵 등은 당뇨병이 있는 어르신에게 인기다.



글=배지영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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