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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기자의 e스토리] 눈치 보는 010 통합 … 3년 유예 가닥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정부의 ‘010’ 번호통합 정책을 놓고 격론에 휩싸였다. 이 정책은 한마디로 휴대전화의 011·016 같은 식별번호(01X)를 010으로 단일화하려는 것이다. 010 가입자가 절대 다수(80% 이상)가 되면 남은 01X 가입자를 010으로 강제로 바꾸도록 했지만, 막상 그 시점이 되자 소비자와 업계 모두 생각이 달라 문제가 복잡해진 것이다.

이야기는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보통신부(현 방송통신위원회)는 2004년 주로 3세대(3G)폰 등 신규 서비스로 휴대전화를 처음 개통하는 가입자에게 반드시 010을 쓰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막 시작한 3G 서비스를 서둘러 활성화한다는 취지도 있었지만, ‘SK텔레콤의 011 브랜드 파워가 공정경쟁을 저해한다’는 KT 등 후발업체의 강력한 요구도 한몫했다. 이때 나온 강제통합 기준이 ‘80% 룰’이다. 010이 전체 가입자의 80%를 넘는 시점에 남은 01X(011·016·017·018·019)의 번호도 010 번호로 강제로 통일시킨다는 것이다.

010 정책은 정든 번호, 많은 이에게 기억되는 번호를 그대로 쓰려는 상당수 소비자들의 반발이 있는데도 첨단 3G 서비스 덕분에 유지돼 왔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3G 가입자는 급증했다. 7월 말 010 가입자 비율은 KT 94%를 비롯해 LG 유플러스 81%, SK텔레콤 77%에 이르렀다. 전체 휴대전화 고객 중 3G 가입자 비율이 83%(4135만 명)에 달하면서 ‘80% 룰’를 강행할 시점이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010으로 갈아타지 않은 ‘골수 01X 팬’의 저항은 예상보다 컸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의 서민기 대표는 “전화번호는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무형 자산”이라며 강제 통합에 반대했다. 이에 당국이 머뭇거리는 기색을 보이자 내키지 않게 010으로 갈아 탄 고객들이 거꾸로 반발하고 나섰다. 정책 일관성이 없다면 종전 01X 번호를 돌려달라는 법적 대응까지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 방통위에서 흘러나오는 010 통합정책 변경안은 어정쩡한 조치로 비쳐진다. 01X 2G 가입자의 경우 ▶3년 동안 강제 통합을 유예해 주면서 ▶기존 번호 그대로 3G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지만 ▶3년 뒤엔 강제로 010 번호로 바꾸겠다는 약관에 들라는 것이다. 골수 01X 팬들의 요구에 굴복하면서 3G 가입자의 반발도 무마하려는 성의 없는 조치다. 010 정책을 폐기하지 않는 모양새를 갖추면서도 골치 아픈 문제를 3년 뒤로 미루겠다는 의도다.

이통업계 입장도 오락가락이다. 010 통합정책을 요구했던 KT(옛 KTF)는 입장을 바꿨다. 011을 특정업체가 독점하면 안 된다며 010 통합을 강력히 주장하다가 얼마 전부터 당국에 ‘80% 룰’의 3년 유예를 제안하는 등 강제통합에 사실상 반대하고 나섰다. KT는 내년에 2G 서비스를 중단할 예정인데, 90여 만 명의 016·018 가입자를 번호 변경 없이 3G 가입자로 유도하려는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서다.

방통위는 다음 주 상임위원 전체회의에서 010 통합 정책을 확정할 예정이다. 익명을 원한 방통위 관계자는 “국가 전화번호 체계 선진화와 정책 일관성을 위해 010 통합 정책을 추진하고 싶지만 막상 정부가 개인의 전화번호를 강제로 바꾸기 쉽지 않다”며 곤혹스러워했다. 통신업계 안팎에서는 100년 대계를 짜야 할 휴대전화 번호 정책이 업계나 가입자들의 극단적인 주장에 휘둘리지 않고 적절한 묘안을 찾아 중심을 찾아갈지 주목하고 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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