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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극비 방중’ 연막 … 카터 ‘대동강 오리알’ 되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 전격 방문’이란 깜짝쇼를 연출했다. 조연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다. 국제사회의 시선을 평양에 체류 중인 카터 전 대통령과의 면담 여부에 쏠리게 하고 자신은 26일 새벽 중국행 전용열차에 올랐다. 고령의 전직 미 대통령에게 외교적 결례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반전으로 국제사회의 이목을 한 몸에 받으려 한 것이다.

북한은 카터 전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다. 1월 불법 입국했다 장기 억류 중인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의 석방 문제가 표면적 이유였지만 북·미 관계와 관련한 중대한 협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유력했다. 김정일-카터 면담에 이어 김정일이 노동교화형 8년을 선고받은 곰즈를 특별사면하고 카터가 곰즈를 귀환 비행기에 태워 미국으로 향하는 게 예상 구도였다. 꼭 1년 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 커런트TV 여기자 2명의 석방을 위해 움직였던 수순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리무진(왼쪽)이 수행원 차량과 함께 26일 중국 지린(吉林)성 지린 시내를 통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김정일은 이번에는 달랐다. 카터가 도착한 25일 북한 정권의 ‘얼굴 마담’ 격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내보내 면담케 하고 만찬을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식사를 하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기념촬영을 한 지난해 8월과 확연한 차이가 났다. 그러면서도 26일 오전에 ‘막판 면담’할 가능성을 남겨뒀었다.

관영매체를 동원해 연막까지 쳤다. 카터 면담이 주목받던 26일 새벽 0시33분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일이 “평양곡산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곡물을 이용한 식료품 공장인 이곳의 생산을 늘리라는 등의 구체적 언급까지 소개했다. 폭염을 피해 여름 동안 북부 산간지방 특각(별장)에 머물던 그가 25일 평양에 돌아와 있음을 나타내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 보도 시간에 김정일은 이미 북·중 국경을 넘고 있었다.

이조원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정일은 클린턴 면담 때의 패턴을 깨버림으로써 ‘미국에 호락호락하게 대하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를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 북한 주민들에게 전하려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외 문제를 푸는 데 있어 방점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에 있다는 점을 전격 방중으로 보여준 듯하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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