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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회람용 문학은 가라’ 제호 빼고 몽땅 바꿨다

소설가 박상우·김형경·정길연·신경숙·이만교·박금산, 시인 하재봉·유하·문태준·김민정…. 계간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한 문인들이다. 1977년 창간된 문예중앙은 단순히 좋은 문인을 배출하는 매체가 아니었다. 문학판의 변화 조짐을 예민하게 잡아내 당대의 문학담론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곤 했다.


2005년 봄호에서 촉발한 현대시의 ‘미래파 논쟁’이 대표적이다. 파격적 언어실험, 낯선 상상력 등이 두드러진 일군의 젊은 시인을, 기존의 문학 이론 틀 안에선 온전히 해명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미래파로 호명했다. 미래파 비평은 2000년대를 관통하며 찬반논란을 불렀다. 조강석·신형철·함돈균 등 젊은 평론가들이 비평적 주목을 받게 된 것도 문예중앙을 통해서였다.

“당장은 미완이더라도 새로운 전범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을 발굴하겠다”고 말하는 편집위원들. 왼쪽부터 조강석·김미정·권혁웅·김영찬·허윤진씨. [조용철 기자]
전통의 문예중앙이 속간(續刊)된다. 2008년 여름호 이후 꼬박 2년 만이다. 통권 123호, 2010년 가을호가 이미 시중 서점에 깔려 있다. 새로 나온 문예중앙은 옛 버전의 단순 계승이 아니다. 디자인과 콘텐트가 제2창간이라고 해도 손색 없을 만큼 확 바뀌었다. 새로 구성된 편집위원들이 기존 문학 잡지와 차별화되는 ‘열린 문학’을 하자는 데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다.

편집위원들은 평론가 김영찬(45·계명대 교수)씨, 시인이자 평론가인 권혁웅(43·한양여대 교수)씨, 평론가 조강석(41)·김미정(35)·허윤진(30)씨 등이다. 25일 이들을 만났다. 이들은 새 문예중앙의 편집 키워드로 소통과 긍정을 내세웠다.

◆두 개의 키워드, 소통과 긍정= 김영찬씨는 “우리가 지향하는 소통은 세 갈래”라고 말했다. 문학과 인접 인문학 혹은 타 예술장르 사이의 소통, 본격문학과 대중적인 장르문학 사이의 이른바 문학 내 소통, 문학과 독자 간의 소통 등이다.

김씨는 “기존 문학잡지는 문단 관계자만 읽는 ‘내부 회람용’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한다. 문예중앙은 잠재적인 문학독자도 수면 위로 끌어낼 수 있도록 양방향 소통을 강화하는 쪽으로 계속해서 지면을 혁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소통은 나와는 다른 것에 대한 긍정의 바탕 위에서 가능하다. 허윤진씨는 “현재 문학판은 새로운 문학주체가 진입하기 어려운 폐쇄적인 구조”라며 “문예중앙은 문학적 소수자의 권리를 신장시키는 데도 관심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모적으로 작품의 서열을 매기기보다 기존 작품과 다른 낯선 작품, 장르문학들의 다른 점에 주목하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해명하는 다양성의 문학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가을호, 어떤 것들 읽을 만한가=가을호의 면면은 그런 편집방침을 충실히 반영했다. 우선 본격문학 시장에 안착한 SF 작가 배명훈의 중편소설 ‘Space Opera 청혼’을 맨 앞에 배치했다. 천문학자 이명현의 에세이 ‘오래된 유서’는 천문학의 프리즘을 통해 새로운 문학적 상상력을 선보인다. 조강석씨는 “문학과 비문학의 접속을 꾀하는 에세이를 매호 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질의응답보다 대화 형식을 꾀한다. 역시 소통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번 호에는 김미정씨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가 창설한 일종의 대안대학인 국제철학학교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든 일본인 인문학자 니시야마 유지를 만났다. 권혁웅씨는 겨울호에 ‘if 문학사’를 실을 예정이다. 문학사적 가정을 통해 현재를 돌아보는 기획이다. 기존 문예지와 확실하게 차별화한 깔끔한 편집은 북디자이너 오필민씨의 작품이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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