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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기즈바예프 기다려, 2년 전 당한 수모 갚아주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재기를 노리는 정지현(오른쪽)이 태릉선수촌 훈련장에서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정시종 기자]
2년 전 2008 베이징 올림픽 때다. 정지현(27)은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0㎏급 8강전에서 누르바키트 텐기즈바예프(카자흐스탄)에게 져 탈락했다. 통한의 역전패였다. 1라운드를 잡고 2라운드도 종료 직전까지 2-1로 앞섰다. 5초만 버티면 준결승 진출이었다. 하지만 기습적인 엎어넘기기에 무너졌다. 다 잡은 경기를 2-3으로 내준 정지현은 3라운드에서 옆굴리기를 당했다.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의 꿈은 끝났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정지현은 “인생 최대의 실수”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팔도 아니고 손목이 걸려 날아갔어요. 그 선수만 생각하면 피가 끓습니다.”

정지현의 인생은 낙타 등처럼 굴곡져 있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깜짝스타로 떠올랐다. 올림픽 직후 66㎏급으로 올려 새롭게 도전하다 한없이 추락했다. 2007년 60㎏급으로 돌아와 재기에 나섰지만 좌절을 안긴 선수가 텐기즈바예프였다. 정지현은 “베이징에서 텐기즈바예프에게 패한 뒤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너무 허탈해 운동이 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훈련 도중 팔꿈치 인대가 끊어져 3개월간 치료와 재활에만 매달렸다. 몸도 마음도 엉망인 상태에서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 대표선발전에 나섰지만 결과는 탈락이었다. 그는 “박살내겠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이길 텐데 그때는 두려웠다”고 했다. 당시엔 2분 3라운드를 버틸 체력조차 없었다.

정지현이 재기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6월 정지연씨와의 결혼이었다. 정지현은 “그때부터 달라졌다”고 했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근성과 승부욕을 채찍질했다. 이를 악문 정지현은 올해 네 차례 대표 선발전에서 우승을 휩쓸며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부인 정씨는 현재 임신 4개월째다. 정지현은 “내년 2월 아이가 태어났을 때 금메달을 보여주고 싶다. 태명도 아금(아시안게임 금메달)이로 지었다”고 했다. 아내를 위해서도 금메달을 놓칠 수 없다.

“걸림돌이 누구냐”고 묻자 정지현은 주저하지 않고 텐기즈바예프를 꼽았다. 텐기즈바예프는 베이징 올림픽과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리스트 다. 정지현은 “두 번 질 순 없다”며 “필살기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상체만 공격할 수 있어 점수가 잘 나지 않는 그레코로만형은 1점을 먼저 따는 사람이 라운드를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제대로 들어간 기술 한 방이면 이긴다. 필살기를 물어보자 그는 미소만 지었다. “아직 미완성이라 말씀드릴 수 없네요. 11월에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정지현의 홈페이지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울지 말고 강해져라. 그게 니 목표다’. 정지현은 매일 이 말을 되새김한다.

글=김우철 기자
사진=정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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