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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차러 전국에서 유학옵니다, 강원도 산골마을 이 학교에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에 있는 갑천중·고등학교는 심각한 폐교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1951년 설립된 이 학교는 한때 중·고교에 각각 100명이 넘는 학생이 다녔다. 하지만 1991년 횡성댐을 건설하면서 다섯 개 마을이 수몰되는 바람에 사람들이 떠났고 신입생 수가 크게 줄었다. 2008년 초에는 중학교 18명, 고교 34명밖에 남지 않았다. 폐교 직전의 학교를 살린 것은 ‘축구’였다.

현재 갑천고 재학생은 83명인데 그중 51명이 축구 선수다. 갑천중은 재학생 52명의 딱 절반인 26명이 축구를 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전국 각 지역의 축구부에서 선수로 뛰다 이곳으로 전학을 왔다. ‘최상의 환경과 최고의 지도자 밑에서 즐겁게 축구를 배운다’는 소문을 듣고 부모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찾아온 것이다. 축구 덕분에 폐교 위기의 중·고등학교가 살아났고, ‘떠나는 농촌’에서 ‘찾아오는 농촌’으로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하루 2시간 드리블만 집중훈련

갑천중·고 축구부 선수들이 횡성종합운동장에서 드리블 훈련을 하고 있다. 하루 2시간씩 하는 이 훈련은 기본기를 익히면서 체력도 키울 수 있다. 횡성군은 이 운동장을 무료로 빌려주는 등 축구부를 지원하고 있다. 횡성군민들도 훈련 중인 선수들에게 음료수를 갖다 주는 등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김도훈 인턴기자]
2008년 7월 창단한 갑천고 축구부는 대한축구협회 고교리그 강원지역 9개 팀 중 3위를 달리고 있다. 2위 강릉제일고와 승점 3점 차이지만 갑천고가 한 경기를 덜 치렀다. 네 경기를 남기고 있어 강원도에서 네 팀이 나가는 전국 왕중왕전 진출이 유력하다.

갑천중·고 축구부 총감독은 1983년 멕시코 청소년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이기근(45)씨다. K-리그 득점왕을 두 차례나 차지한 ‘골 사냥꾼’이었다. 이 감독은 ‘당장의 성적보다 프로에서 통할 수 있는 기본기를 갖춘 선수들을 키우고 싶다’는 뜻을 세우고 이 팀을 맡았다. 이 감독은 지난 5월 ‘족집게 축구강사’ 김홍섭씨를 기술고문으로 모셔 선수들에게 드리블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축구 선수들의 개인기 과외교사로 유명한 김씨는 기본 30가지, 응용하면 100가지가 넘는 드리블 교범을 갖고 있다. 하루 두 시간씩 집중적으로 드리블 훈련을 받은 선수들은 실전에서 이를 써먹기 시작했다. 발 뒤로 공을 슬쩍 긁어 돌파를 하면 상대 수비는 속절없이 당하거나 파울로 막을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여기서 배운 드리블이 실전에서 통하면서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고 기술축구의 맛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민사고 학생들이 ‘과외 선생님’

이기근 감독과 갑천고 축구부 2학년 선수들. [김도훈 인턴기자]
갑천중·고 축구부 선수들은 일반 학생들과 같은 반에 속해 똑같이 정규 수업을 받는다. 방과 후에 횡성종합운동장에서 훈련을 하고, 저녁에는 영어·수학 과외를 따로 받는다. 중학생 선수들은 횡성군 안흥면에 있는 민족사관고 학생들로부터 ‘과외 수업’을 받는다. 민사고 학생들은 자원봉사 실적을 쌓고, 축구부 아이들은 민사고 학생들에게 축구를 가르쳐 주는 ‘품앗이’를 하고 있다.

축구와 학업을 병행하고,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기본기를 배우기에 축구부 분위기는 매우 밝다. 서울에서 전학 온 이영민(고2) 군은 “감독님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장래를 생각하면 이게 더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갑천중·고 축구부는 2008년 축구선수 아들을 둔 엄경식씨가 박창식 교장을 설득해 창단했다. 지금은 이기근 감독과 학부모 대표가 공동대표인 사단법인 ‘횡성 FC’로 운영되고 있다. 횡성 FC의 엠블럼은 지역 특산품인 횡성 한우를 형상화했다. 축구부에 대한 횡성군민들의 성원도 대단하다. 6·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고석용 군수는 축구부 숙소를 방문한 뒤 “너무 좁고 시설도 열악하다. 교육청, 학교 측과 힘을 합쳐 제대로 된 숙소와 연습장을 마련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조광래 대표팀 감독이 스페인식 기술 축구를 내세웠다.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면 기술 축구의 선봉이 될 것”이라는 이 감독의 말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횡성=정영재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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