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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필드가 18홀이면, 맛집은 19홀이죠

두바이 최고 호텔인 버즈 알아랍의 수석 주방장을 지낸 에드워드 권(39). 그는 요즘 골프에 푹 빠져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직접 골프를 즐기는 건 아니다. 전국의 골프 코스를 순례하며 골프의 묘미를 느끼고 있는 중이다. 전국의 유명 골프장과 그 지역의 볼거리, 음식을 소개하는 케이블TV 프로그램(테마골프 여행)의 진행자를 맡은 것이 계기가 됐다. 에드워드 권은 이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뒤 절친한 선배이자 골프 고수인 가수 이승철(44)씨에게서 틈틈이 조언을 받고 있다.평소에 호형호제하는 두 사람은 지난 18일 서울 장충동의 한 호텔에서 만나 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골프를 치지도 않는 사람이 어떻게 골프 코스 소개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거야.”

셰프 에드워드 권(오른쪽)은 한국 음식을 세계에 소개하기 위해 골프 프로그램 진행을 맡게 됐다. 반얀트리 호텔 연습장에서 이승철씨가 에드워드 권에게 골프의 기본을 가르치고 있다. [프리랜서 조항현]
구력 22년의 베테랑 골퍼 이승철이 에드워드 권에게 물었다.

“그러게 말예요. 저는 평소에 ‘사람들이 저 작은 공을 조그마한 구멍에 넣으려고 왜 그렇게 고생하나’ 하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골프를 모르면 대인관계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왔잖아요. 더구나 전국의 식재료와 음식을 둘러볼 기회가 생길 것 같아서 두말 하지 않고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에드워드 권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유명 셰프다. 유명 가수 마돈나가 “에드워드 권이 만든 음식 맛이 섹스보다 낫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바로 그 인물이다. 에드워드 권은 요즘 골프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요리와 골프의 공통점도 찾아낸다. TV프로그램 녹화 도중 “OB를 내는 것은 유명 셰프가 스테이크를 굽다가 고기를 떨어뜨린 것과 같은 실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가수로 불리는 이승철씨는 에드워드 권과 요리 프로그램에서 함께 방송한 인연이 있다. 미식가인 이씨는 음식을 만드는 데도 관심이 많아 직접 요리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에드워드 권이 이승철씨의 노래를 좋아하는 것만큼 이씨도 에드워드 권의 요리를 즐긴다. “나이를 떠나 서로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고 이씨는 말했다. 이승철씨는 연예인 가운데 손꼽히는 골프 실력자다. 골프다이제스트가 조사한 연예인 골프 랭킹 4위에 올랐다. 핸디캡은 4.

이씨는 1989년 골프 클럽을 처음 잡았다. 당시 매니저가 “골프를 할 줄 알아야 주변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다”고 해서 골프를 시작하게 됐단다. 그는 골프에서도 무대체질인가 보다.

“첫 라운드를 하기 위해 골프장에 나가니 많은 캐디가 ‘이승철이 왔다’고 1번 티잉 그라운드 주변으로 나오더군요. 수많은 캐디 앞에서 드라이브샷을 했는데 꽤 잘 쳤어요. 그런데 갤러리가 사라지자마자 진짜 초보의 샷이 나오더군요.”

이씨는 1년 만에 70대 타수를 기록했고, 90년대 중반에는 프로 테스트에 나가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스키를 타다가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운명이려니 하고 꿈을 접었다고 털어놨다. 파5 홀에서 이글은 셀 수 없이 많이 했고, 파4 홀에서 샷 이글도 네 차례나 했는데 홀인원을 하고 싶은 건 아쉽다고 했다. 요즘도 하루 운동시간 3시간 가운데 절반을 골프에 할애한다는 그는 프로골퍼들과도 인연이 많다. 그의 히트곡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를 녹음한 신지애(22)는 노래 레슨을 해주면서 알게 됐고,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 우승자인 양용은은 의형제처럼 지낸다. 이승철씨는 지난 7월엔 브리티시 오픈이 열린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로 직접 날아가 양용은을 응원하고 왔다. 직접 한식 요리를 해서 양용은에게 대접하기도 했단다.

“큰 대회에 나가면 선수들도 많이 외롭거든요. 혼자 방에 있으면 무료하기도 하고…. 그래서 함께 카드 게임을 하면서 마음을 달래주고 갈비찜과 김치 등으로 밥을 해줬어요. 용은이가 맛있다고 밥을 두세 그릇씩 먹는 걸 보고 ‘이런 게 엄마가 자식에게 밥 해주는 기분이구나’ 하는 생각도 했지요.”

이씨는 또 “큰 게임에서 우승한 선수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어떤 힘이 느껴진다. 쉽게 스윙하고 기본에 충실하다. 처음에 배운 것, 골프를 조금만 치게 되면 무시하는 것들을 대선수들은 꼼꼼히 챙기더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양용은과 에드워드 권은 이전에 한국인들이 하지 못한 일을 처음 이뤄낸 위대한 선구자다. 그런데 두 사람은 겸손하고 주위 사람과 잘 어울린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철씨의 골프 이야기는 계속됐다. 드라이브샷 거리가 제법 나간다고 털어놓았다.

“용은이가 나보다 드라이브 샷 거리가 딱 20야드 더 나가더군요. 노래는 힘을 빼야 하지만 골프는 힘을 빼다가 어느 수준이 되면 힘을 더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씨에 따르면 골프 고수는 미식가가 될 수밖에 없다. 이씨는 “70대를 치는 싱글 골퍼는 전국의 맛집을 다 안다”고 주장했다. 고수들은 전국 코스를 돌아다니면서 주위의 맛집까지 섭렵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에드워드 권은 “승철 형은 한국에서 가장 다양한 음식을 먹어본 사람 중 한 명이다. 내 요리에 대해서도 항상 조언을 해준다”고 했다.

테마골프여행의 공동 MC인 에드워드 권(오른쪽)과 한설희씨. [성호준 기자]
에드워드 권은 양용은 선수가 주재한 PGA 챔피언십의 챔피언스 디너 얘기도 꺼냈다. 메뉴 선정과 한식 요리사 파견에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큰 도움을 줬는데 이건 바로 이승철씨가 건의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에드워드 권은 “지도층 인사들이 좋은 한식을 맛봐야 한식이 고급 음식으로 여겨지고 빨리 퍼질 수 있다”면서 “이를 도운 승철 형이 고맙다”고 했다. 그는 또 “만약 최경주나 양용은 같은 한국 선수들이 마스터스에서 우승한다면 메뉴를 정하는 데 나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도 했다.

“퓨전 비빔밥과 갈비찜, 차가운 삼계탕에 한국에만 있는 재료를 쓴 복분자 샐러드와 돈나물 등을 내고 싶어요. 김밥을 살짝 튀겨서 대접하는 것도 괜찮겠군요.”

에드워드 권과 이승철, 두 사람은 각각 요리사와 가수 부문의 스타 발굴 프로그램에서 독설가로 이름이 높다. 겉치레가 아니라 실력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권은 “골프를 보면 최경주나 양용은 선수처럼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 보기 좋다. 요리업계에서도 그런 일이 많이 생기게 하는 게 나의 꿈”이라고 했다.

J골프와 아리랑TV, 놀TV가 공동 제작한 테마 골프여행은 다음 달부터 국내외에 동시 소개된다. 국내에서는 J골프를 통해, 해외에선 아리랑 TV를 통해 ‘페어웨이 투 리프레싱(fareway to refreshing)’라는 제목으로 188개국에 방송된다. 에드워드 권은 싱가포르, 중국 등 아시아권에 많은 팬이 있어 프로그램이 방송되면 음식과 골프 한류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글,사진=성호준 기자
사진=프리랜서 조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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