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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188> 국가인권위원회

양천경찰서 경찰관 가혹행위 사건, 막말 판사 사건, 미혼모 학습권 침해 사건 등은 최근 여론의 관심을 크게 끌었던 사건들인데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진정사건을 처리하면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것들입니다. 인권위는 강제력을 가진 사법기관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권을 침해당했거나 불합리한 차별로 손해를 입었을 때 구제를 권고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인권의식이 높아질수록 점점 그 중요성이 높아지는 인권위의 모든 것을 알아보겠습니다.

김효은 기자

2001년 11월에 출범한 국가인권위원회는 내년이면 설립 10년째를 맞는다. 그동안 4만7000건이 넘는 진정이 접수됐다. 30만 건이 넘는 상담 및 민원 요청이 들어왔다. 특히 최근 2~3년 사이에 인권위를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더 잦아졌다. 인권위가 어떤 기구이기에 그 관심과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것일까?

인권위는 2002년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이주 노동자가 크레파스나 색연필의 색깔을 ‘살색’이라고 정한 게 차별이라며 제기한 진정을 받아들였다. 사진은 안산 위스타트 글로벌아동센터에서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들이 모여 그림 그리기 수업을 받고 있는 장면. [중앙포토]
인권위는 인권을 전담하는 국가기구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특히 공공기관의 인권침해 부분을 다룬다. 그래서 입법, 사법, 행정 3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무소속 ‘독립기구’다. 2008년 인수위원회 시절,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시민사회 각계의 반대로 무산됐다. 인권위는 ‘준사법기구’이기도 하다. 인권침해나 차별행위를 조사한 후 해당 기관에 시정권고와 함께 법령·제도·관행 등의 개선을 권고할 수 있다. 준사법기구인 이유는 권고 이행에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권위의 권고사항이 재판 과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정책을 변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전 세계 120여 개 국가가 우리나라처럼 인권기구를 두고 있다. 이들은 모두 형식상 자국법을 따르지만 실질적으로는 국제인권규범을 근거로 활동한다. 인권위가 준국제기구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 현재 인권위에서 일하는 직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총 164명이다. 지난해 208명에서 인력을 축소됐다. 조직은 크게 심의·의결기관인 위원회와 위원회에서 결정된 정책이나 권고사항 등을 수행하고 조사 및 사무처리를 담당하는 사무처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7명 등 총 11명이다. 한양사이버대학교 현병철(66) 전 학장이 지난해부터 위원장을 맡고 있다.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며 임기는 3년이다. 인권위는 서울 중구 무교동에 있으며 부산·광주·대구에도 인권사무소가 있다.

인권위에선 무슨 일을 하나?


인권 관련 정책 개선 업무


2003년 인권위는 헌법재판소에 “호주제는 위헌이며 인권침해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가족 간의 종적 관계, 부계 우선주의, 남성의 혈통 계승을 강제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년 후 헌재는 호주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어 2008년부터 민법상 호주제가 폐지됐다. 이처럼 인권위는 인권 관련 법령, 정책, 관행을 조사해 개선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 일부 인권위의 의견은 여론화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 제도나 규정을 바꾸기도 한다.

조사, 구제 업무

지난 5월, 이모(45)씨는 “양천경찰서에서 범행을 자백하라며 입에 재갈을 물리고 스카치테이프로 얼굴을 감고 폭행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다. 인권위는 이씨의 진정을 포함해 지난해 8월부터 3월까지 양천서에서 조사받고 기소돼 구치소 등으로 이송된 피의자 32명을 대면 조사했다. 그 결과 22명에게서 고문을 당했다는 진술을 받았다. 이에 인권위는 양천서 경찰관 5명을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하고 경찰청에는 이 경찰서에 대한 전면적인 직무감찰을 권고했다. 지난 6월 경찰관 5명은 가혹행위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인권위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구금·보호시설의 업무 수행 중 개인이 인권을 침해당했을 때 이를 조사하고 구제한다. 또한, 법인·단체·사인에 의한 차별행위도 조사·구제한다. 진정을 접수한 사람에 한해 사건 조사를 하지만 진정이 없더라도 그 내용이 중대하고 증거가 확실할 경우 직권조사를 할 수 있다.

인권교육과 홍보활동

지난해 임순례 감독의 영화 ‘날아라 펭귄’이 개봉했다. 사교육과 직장 내 차별, 조기 유학, 황혼 이혼이라는 네 가지 화두를 던지는 영화다. 이 영화는 인권위가 제작 지원한 첫 번째 장편영화였다. 인권위는 그동안 ‘시선 1318’ ‘별별 이야기’ 등 인권을 소재로 삼은 단편영화와 애니메이션 제작도 지원했다. 또 인권교육강사단을 꾸려 검찰, 경찰, 교도관 등을 대상으로 교육하기도 한다.

진정사건은 어떻게 처리되나?

전국 어디서나 국번 없이 1331을 누르면 상담이 가능하다. 상담 후에 진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방문, 우편, 전화, 팩스, e-메일로 접수시킬 수 있다. 피해 당사자가 직접 해도 되고, 제3자가 해도 된다. 만약 진정 사안이 긴급하다고 판단될 때 긴급구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지난 13일, 남한강 이포보 교각 농성을 벌이던 환경운동연합이 “고공 농성자의 식량 공급을 제한한다”며 긴급구제 요청을 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인권위는 “조사 결과 음식이 공급되는 등 긴급구제 요건에 맞지 않다”며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조사국으로 넘어간 진정사건엔 담당 조사관이 배정된다. 조사관은 진정인, 피해자, 피진정인 등에게 진술서 및 자료 제출을 요구한다. 또 현장조사를 나가기도 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조사를 거부하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조사과정에서 당사자의 신청 또는 위원회 직권으로 조정 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다. 위원회 의결로 넘어간다. 조정은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는데, 당사자들에게 합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해당 이후 절차가 재개되고 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치게 된다. 인권침해 또는 차별행위가 있었을 때는 필요한 구제조치를 할 수 있고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한 징계를 권고할 수 있다. 형사처벌이 필요한 경우는 검찰에 고발한다. 최근 불법체류 노동자를 폭행한 출입국관리사무소 운전 직원의 경우 이전에 같은 사건으로 권고를 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검찰에 고발조치가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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