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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조종사 꿈 10년-온양여고 이선민 양

초교 3학년 어느 날 운명적인 경험을 했다.

사촌오빠와 함께 참가한 공군참모총장배 고무동력기대회에 나간 것이 화근(?)이었다. 블랙이글 특수비행단 에어쇼를 보고만 것이다. 어린이 날 엄마 아빠와 놀이공원 가는 것 보다 훨씬 설레고 행복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남자 아이도 아니고 여자애가 전투 비행기를 보고 그렇게 넋을 잃다니.

이렇게 시작된 이선민(19)양의 비행기 사랑은 10년 가까이 이어져 오고 있다. 그동안 고무동력기대회에 나간 것만 수십여 차례. 6개월 전부터는 경량항공기 조종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훈련을 받고 있다. 항공무선통신사 자격증은 진작에 따놓은 상태다.

비행기 조종사가 꿈인 이선민 양은 항공기 무선통신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한다. 미래를 향한 젊은이의 힘찬 도전이 아름답다. [조영회 기자]
왜 비행기를 타냐고요? 좋아서요

초교시절 품은 꿈을 고3까지 흔들림 없이 지켜낸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여자아이가 비행기 조종사라는 목표를 세웠으니 더 더욱 흔한 일이 아니다.

무엇이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이양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궁금했다.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냥 처음부터 좋았어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블랙이글 에어쇼는 제 인생의 충격이었어요. 그 뒤로 인터넷도 뒤지고 책도 사보았어요. 알면 알수록 호기심과 재미도 더하고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도 커져 갔어요.”

좋다는데 어쩌겠어요. 밀어 줘야죠

“처음엔 좀 하다 말겠지 했는데… 고집을 안 꺾더라고요. 공군이 되고 싶다고 해서 공군사관학교 가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더니, ‘일단 비행기 공부부터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걱정은 됐지만 어쩌겠어요. 부모 입장에서 아이의 꿈을 믿고 지켜봐 줘야지요.”

이양이 지금까지 참가한 고무동력기대회만 40여 차례에 이른다. 고무동력기 하나에 비싼 건 30만원씩 한다고 하니 이양의 아버지 이오주(49)씨는 남모르는 속병을 앓았야 했다.

어찌됐던 공군이 되겠다는 이양에게 태권도, 격투기까지 가르친 든든한 아버지의 지원 덕에 그동안 각종 고무동력기 대회에 나가 상이란 상은 싹쓸이 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통령배 은상, 국토해양부장관상, 공군참모총장배 은상, 항공우주소년단 대회 대상 등 큰 대회는 거의 석권했다. 고무줄의 탄성, 비행기의 무게중심, 양 날개의 균형, 그리고 기류까지 철저한 사전준비와 과학적 분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드디어 하늘을 날다

경량항공시 훈련을 받고 있는 이선민양.
이양은 6개월 전부터 경량항공기 조종사 자격증을 얻기 위해 한서대 비행교육원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훈련생 중 여자는 딱 2명. 그 중 1명은 취미로 비행기를 타는 30대 여성이고 청소년은 이양이 유일하다. 아직 자격증을 따지는 못했지만 이미 30시간 가까이 하늘을 난 어엿한 예비 여성조종사다.

“처음 하늘을 날던 날 기억을 잊을 수 없어요. 어려서부터 손꼽아 기다려 온 날이라서 그런지 떨리지도 않았어요. 열심히 훈련해 꼭 자격증을 딸 거예요.”

내가 할 일 하고 싶다. 즐기면서…

이양은 그동안 40여 차례나 고무동력기대회에 참가했지만 매번 신이 나서 출전했다. 한 번도 지겹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대회에 참가하면 할수록 다음은 더 잘해서 더 많은 시간 하늘을 나는 고무동력기를 만들어야지 다짐했다.

이양은 “재미있다. 그래서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즐기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같은 여객기 조종사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대학졸업 후 공군에 입대하겠다는 것도 비행기 운전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아버지는 소방서나 경찰서, 산림청 등에서 헬기 조종을 했으면 한다. 딸이 수많은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안쓰러워서다.

그렇지만 딸의 목표가 분명하니 이제까지처럼 믿고 지켜 볼 작정이다. 10년 가까이 다듬고 가꾸어온 딸의 꿈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군에 가면 국가에 이바지 하겠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는 주문을 잊지 않고 시간 날 때 마다 하고 있다.

글=장찬우 기자 glocal@joongang.co.kr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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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