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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반한 한국 <10> 일본인 후지이 다카시의 여행 일기

부산역 앞에서. 대장정을 막 시작하며.
저는 54세 일본인 후지이 다카시입니다. ‘일생의 추억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아웃도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산뿐만 아니라 한국의 산도 많이 올랐습니다. 설악산·한라산·북한산·소백산·금정산·마니산을 모두 올랐지요. 올봄엔 부산에서 서울까지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주행 거리는 길을 헤매거나 관광을 위해 돌아다닌 것까지 포함해 모두 548㎞였습니다. 꼬박 일주일이 걸렸던 ‘부산∼서울’ 자전거 여행 일기를 보냅니다.

후지이 타카시(藤井孝司)
1956년생 일본 출생. 일본 ISO 심사원 및 컨설턴트.


4월 17일 ‘부산 → 서울’ 문구 붙이고 …

부산행 페리를 타기 위해 집에서 시모노세키 항까지 약 80㎞를 자전거로 달렸다. 자전거에는 큰 골판지 상자를 달아 ‘부산→서울’ 문구를 써 붙였다. 여행 도중에 만난 사람에게 메시지를 받으려고 공사용 헬멧도 준비했다. 그 밖에 한글 지도 한 장과 갈아입을 옷 몇 벌, 비옷과 카메라도 준비했다.

4월 18일 뭐야, 우측 통행이잖아!

부산항 도착. 자갈치시장에서 아침을 먹고 대장정의 첫 발을 내디뎠다. 한국 도로의 주행 방향은 일본과 정반대였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조금 달리고 나니 한국의 우측 통행에 적응할 수 있었다. 한글 지명을 읽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더욱이 나는 방향치여서 수시로 길을 헤맸고, 많은 시간과 체력을 낭비했다. 경남 밀양에서 한국에서의 첫날밤을 보냈다.

4월 19일 삼계탕 맛 끝내 주는군

영남 지방의 한 길 모퉁이에서.
대구를 향해 출발. 시골길이 이어져 있어 길을 헤맬 걱정은 없었다. 벚꽃길을 구경하며 기분 좋게 달렸다. 내리막길을 달릴 때의 상쾌함은 자전거를 탔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한 경험이다. 길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찰에 들러 여행의 안녕을 기도했다. 참, 점심에 먹은 삼계탕은 정말 맛있었다. 대구에서 숙박.

4월 20일 한국인 격려 쇄도, 고마워요

여행을 나오면 아침을 꼭 든든히 챙겨 먹는다. 식당 주인이 내 자전거를 보고, 고기도 덤으로 주고 집에서 만든 매실 주스도 건네줬다. 이번 여행에선 정말 많은 사람이 도움을 줬다. 주유소 직원은 커피까지 내주었다. 택시와 버스 운전사, 도로에서 공사하고 있는 인부들, 그리고 행인들까지 “파이팅!” 소리를 치며 나를 응원했다. 순찰 중인 경찰로부터 검문을 당한 일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길에서 만난 이 모든 사람이 내 여행을 몇 배나 즐겁게 해준 은인이었다. 경북 문경에서 숙박.

4월 21일 앗, 타이어에 펑크

서울역 앞에서. 마침내 대장정을 끝냈다.
충북 충주를 목표로 출발. 일자로 죽 뻗은 길이라 길을 잃을 염려도 없었다. 만발한 벚나무 길을 가로지르며 달릴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충북 수안보에서는 온천에 들러 모처럼 노독을 풀었다. 충주를 거의 다 왔을 때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 주유소에서 물으니 오토바이 가게를 가르쳐줬고, 오토바이 가게에서 다시 자전거 수리점을 알려줘 겨우 수리를 마칠 수 있었다. 자전거 수리점 근처에 있는 모텔에서 숙박.

4월 22일 느릿느릿 가자고

서둘러 가면 서울 시내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지만 다음 날 저녁 친구들과 약속이 잡혀 있어 일부러 여유를 부렸다. 롯데월드 근처 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쇼핑도 하면서 천천히 달렸다. 서울 옥수동 여관에서 숙박.

4월 23일 3·1운동 기념비 보니 뭉클

이번 여행의 생생한 증거이자 내 소중한 보물이 된 헬멧. 헬멧에 적힌 한국인의 격려글이 자랑스럽다.
자전거 여행의 마지막 날. 오늘은 시내로 나아가는 것뿐이다. 종로 탑골공원에서 3·1운동 기념비를 지켜보며 일제시대의 슬픈 역사가 떠올라 가슴이 아팠다. 점심 때 서울역 도착. 여기가 이번 여행의 종점이다. 저녁에 서울에 사는 옛 친구들과 재회를 했고, 이렇게 7일간의 자전거 여행은 끝이 났다. 며칠에 불과한 여행이었지만, 이번 자전거 여행은 어떤 여행보다 밀도가 높았고, 내 일생의 추억이 되었다. 여행 중에 내내 쓰고 다녔던 헬멧은 이제 격려 메시지로 가득하다. 내 일생의 보물이다.


 
정리=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중앙일보·한국방문의해위원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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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