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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죄송 청문회’ 이제 그만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의원 자격으로 참석해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7·28 보궐선거로 당선된 이 후보자는 지난 13일 보건복지위원에 보임됐다. 보건복지위는 이날 한나라당 의원 11명을 포함한 13명이 표결에 참석해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연합뉴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5일 끝났다. 8·8 개각에 따른 국회 인사청문회는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26일)만 남게 됐다. 하지만 20일부터 엿새 동안 열린 인사청문회를 두고 또다시 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청문회는 ‘죄송 청문회’라는 오명을 낳고 있다.

본지가 청문회 속기록으로 확인한 결과 김 총리 후보자는 도청 직원을 가사도우미로 활용한 것 등에 대해 12번의 사과 발언을 했다. 신재민 문화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24일 네 차례의 위장전입에 대해 14번 사과를 반복했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거액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해 “송구스럽다”는 말을 22번, “죄송하다”는 말을 5번이나 했다. 조 후보자는 그러나 차명계좌의 존재 여부에 대해선 함구했다. ‘송구’라는 단어는 남발됐지만 청문회의 본질인 ‘검증’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는 2000년 도입됐다. 그동안 위장전입 등의 문제로 장상·장대환 총리 후보자(2002년)와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2009년)가 낙마하는 등 하자 없는 개각을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번에 지명된 후보자들에겐 이런 가이드라인이 작동하지 않았다.

연세대 김호기(사회학) 교수는 “논란이 많은 후보들을 보면서 ‘대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1차 스크린은 어떻게 된 건가’라는 의구심을 국민들이 갖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숭실대 강원택(정치학) 교수도 “여당은 늘 방어에 급급하고, 야당은 ‘너 잘 걸렸다’고 파헤쳐대기 바빴다”며 “위장전입한 후보는 안 된다는 식의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후 정착된 부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일부 후보자들은 고개만 숙이면 사실을 말하지 않아도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식으로 청문회에 임했다.

후보자들의 능력과 자질보다 개인사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국회도 문제다.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같은 주요 증인들의 불출석도 청문회의 부실을 부채질했다. 국회 총리인사청문특위는 25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뉴욕 한인식당 사장인 곽현규씨, 송은복 전 김해시장 등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지만 집행에 모두 실패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실질적인 청문회가 돼야 한다”며 “출석 강제 제도 도입을 여야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질적 청문회를 위해선 위증 시 청문위원 개인이 고발할 수 있게 하고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며 “미국에선 청문회 위증에 징역 15년을 선고한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강민석·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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